『창작과비평』 2017년 봄호가 출간되었다. 창간 50주년을 맞은 지난해 다양한 기획을 이어간 ‘창비’는 이제 새로운 50년을 향해 출발한다. 이번호에서는 특히 지금 한국사회의 ‘핵심현장’인 촛불광장에서 벌어지는 ‘혁명적 움직임’에 주목했다. 특집 ‘촛불혁명, 전환의 시작’은 지난해 가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의 혁명적 성격을 짚고 그것이 이뤄낸 것과 이뤄낼 것을 점검하며, 우리 앞에 어떤 선택이 놓여 있고 우리 사회의 큰 전환이 어디서 시작될 수 있는지를 논한다. 사회원로부터 청년세대에 이르는 다양한 필자들이 폭넓은 시야로 촛불의 현재에 대한 냉철한 고찰과 촛불 이후에 대한 전망을 담아내고자 했다.
문학 부문 역시 주요 작가들의 신작을 비롯한 다양한 기획을 통해 ‘문학 중심성’ 강화라는 당초의 다짐을 이어나가는 다채로운 장을 마련했다. 최근 한국문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김금희의 장편연재를 비롯해 하나같이 지금 한국소설의 대표주자로 손꼽히기에 손색없는 강영숙 김려령 김애란의 단편이 각기 뚜렷하게 다른 개성을 담아 흥미롭게 읽힌다. 10인 시인의 다채로운 목소리로 꾸민 시란에는 기성 문단의 ‘등단제도’를 거치지 않은 시인도 두명(유진목 조용명)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작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자 조해진의 신작 소설집 『빛의 호위』를 다룬 ‘작가조명’의 따뜻한 담소도 이 계절에 어울리는 읽을 거리다.
‘논단’과 ‘현장’도 풍성한데, 역사학자 한홍구가 촛불과 광장의 한국현대사를 실감나게 풀어냈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낸시프레이저가 자본주의와 사회적 재생산 간의 구조를 ‘자본과 돌봄의 모순’이라는 문제틀로 파고든 분석도 날카롭다. 안병옥은 기후변화에 대한 기술낙관론을 실증적으로 비판했으며, 구갑우는 분단과 핵 위기를 말한 회고록 네권을 종횡으로 엮어냈다. 이 밖에도 올해 15회를 맞은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 등 여러 글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