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은 이제 그만
괴롭고 화나는 일도 잠깐 숨 고르고, 슬렁슬렁 요가
『지극히 내성적인』 『흰 도시 이야기』 『메모리 익스체인지』 등을 써 온 소설가 최정화의 첫 번째 에세이 『책상 생활자의 요가』가 출간되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 가위바위보조차 쉽게 하지 못했던, 근육이라곤 거의 없었던 저질 체력의 작가가 요가와 명상을 하며 찾은 몸과 마음의 건강에 대해 썼다.
요가, 명상이라 하면 연예인들이 보여 주는 고난도의 자세와 왠지 가까이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정신 작용을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복잡하고 어지러운 머리와 마음, 이 두 가지만 준비되어 있다면 얼마든지 명상할 수 있으며, 매일 양치질하듯 3분간 앉아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고요함과 평온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화를 읽을 때처럼 편안하고, 소설을 읽을 때처럼 공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친근하고 단순한 명상책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요가의 1·2단계, 명상을 돕는 장비들, 마음이 흔들릴 때 할 수 있는 요가 자세 등을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쉽게 설명하였다. 소설가로 사는 작가의 솔직한 일상과 생각을 엿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머리는 무겁고 목은 휘고 등이 굽은 전국의 책상 생활자들, 길어지는 코로나19로 우울함, 무기력증이 있는 사람들, 새해를 맞아 새 마음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작가가 일러 주는 ‘그냥 그대로 두기’ ‘적당히 멈추기’ ‘호흡 가다듬기’의 태도를 만나 보기를 권한다.
추천사
최정화 소설가가 일러 주는 ‘그냥 그대로 두기’ ‘적당히 멈추기’ ‘호흡 가다듬기’라는 태도를 천천히 받아들이다 보면, 당신은 요가를 시작했다가 금세 포기하는 사람, 글을 써 볼까 생각만 하다 끝나는 사람, 인간관계 때문에 자주 힘들어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어도 괜찮다고 얘기해 주는 부드러운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당신은 알게 될 테다. 당신이 ‘쉬지 않아서 쉬는 법을 잊었다’는 사실을. 그냥 해도 되는 건 죽을힘을 다해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최정화처럼’ 숨 쉬고 싶어졌다.
_김현(시인)
책 속으로
명상이 다른 행위들과 달리 성취감이나 즐거움을 주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노력을 들이고 그 결과를 얻는 다른 행위들과 다르기에 어떤 사람들 — 뭔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 열정을 불태워 노력하는 이들 — 은 명상을 오히려 더 어려워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까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아주 시끄럽고 불편하고 자극적인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랐다. 이 세계에 적응했기에 살아남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처음에 바로 명상을 할 수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 1장 「생각을 멈추라고?」(23~24쪽)
우리가 뭔가를 할 때 어렵고 힘들다면, 그게 진짜 내게 필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의 경우에는 마음이 원하는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 대개는 삶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
요가 동작을 할 때도 그렇다. 아무래도 자기가 잘되는 동작들을 수련하는 건 기분이 좋다. 잘되니까. 나의 경우에는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가 힘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되는 동작이었다. 연습을 필요로 하는 고급 아사나인데 팔과 다리에 힘이 꽤 있었고 몸통 쪽은 유연한 편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노력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 2장 「명상의 준비물」(38쪽)
나에게 명상은 양치질과 비슷하다. 매일 양치질을 하듯, 매일 세 번 정도 명상을 한다. 양치질을 하고 나면 입안이 개운하고, 충치도 예방할 수 있지만 양치질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목욕을 좋아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지만 양치질하는 순간을 즐긴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양치질이 번거롭고 귀찮다는 이유로 이를 닦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명상도 마찬가지다. 매일 그냥 한다. 하다 보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대단한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3장 「명상은 양치질처럼」(46~47쪽)
요가를 하면서 가장 나를 변화시킨 말은 ‘신에게서 받은 것을 다시 신에게’이다. 그 말은 어디에도 대입되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다 남에게서 받은 것이다. 내 몸도 부모에게서 났고 입고 있는 옷도 누군가 만들어 줬고 먹는 음식도 누가 농사를 지어서 거두어들인 것이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도 어디서 보고 들어서 배운 것이고, 내가 쓴 글도 다른 글들을 읽으면서 받은 에너지로 북돋워진 결과물이다. 뭐 대단히 내가 한 일이 없다. 그러니 힘들고 억울한 상황이라는 게 없어졌다. 전처럼 감정이 심하게 동요하는 일이 없어졌다. - 7장 「가끔은 두루치기」(102~1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