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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상세페이지

소설 한국소설

우리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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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책 소개

<우리의 사람들>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은 영원하지 않지만
때때로 놀랄 정도로 반복되는 일이야.”
잘 사는 일과 잘 자는 일에 대한 박솔뫼식 감각
생활과 가장 가까운 언어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단편들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하며 문단 안팎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 박솔뫼의 네번째 소설집 『우리의 사람들』이 출간되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한 여덟편의 작품을 엮은 이번 소설집은 독특한 언어와 예상을 뛰어넘는 흐름으로 소설적 재미를 줄곧 선보이며 역시 작가 특유의 스타일로 빛난다. 각각의 작품들은 “정확히 어디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익숙한 나의 집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집에서 눈을 떴다는 감각”이 들게 하는 “낯선 공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하는 동시에, 낯선 감각 너머로 은근한 “수수께끼 같은 희망”을 전한다. 읽는 이들은 낯섦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눈을 깜빡여 “차차 익숙해지는 사물들을 바라보며”(강보원 해설) 박솔뫼 고유의 유머와 사랑스러움의 세계로 진입한다.

『우리의 사람들』의 화자들은 실제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가능했을 수도 있는 삶의 조건들을 가정해보며, 그 상상대로 살아갔을 누군가의 삶을 그리는 일을 반복한다. 표제작인 「우리의 사람들」의 화자는 친구들이 가기로 했던 숲에 가지 않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반대로 숲에 간 친구들을 상상해본다. 상상 안에서 숲에 간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걷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지금 이곳에 혼자 살고 있는 화자 역시도 어딘가에서는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데, 상상하는 “그런 세계가 있으리라는 것을 깊고 가볍게”(11면) 믿는 일은 소설집 전반으로 이어진다.

독특한 상상력과 낯선 분위기로 선사하는 재미
돌아오지 않는 이들의 자리를 마련하며 거기 있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일

「건널목의 말」의 ‘나’는 생활을 위해 말〔言〕을 하고 서울에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말과 추위를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이런 ‘나’는 ‘말을 묻는’ 상상을 하게 되는데, 삽을 들고 땅을 파서 말을 묻으면, 말들도 흩어질 것이고 추위도 달아날 것이라고 믿는다. “아주 잠깐 이초쯤 회사에 너무 가기 싫어서 눈물이 날 것”(44면) 같다는 화자는 차라리 ‘동면하기’를 상상한다. 동면을 할 수만 있다면 추운 시간도 넘길 수 있고 후회할 말과 생활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귀여운 상상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박솔뫼식 유머는 「펄럭이는 종이 스기마쓰 성서」에서도 이어진다. 소설 속 화자는 꿈속에서 여러번 등장한 말 ‘스기마쓰 성서’에 사로잡혀 꿈속 장소를 직접 찾아가보기로 한다. 스기마쓰 성서가 전시되던 곳은 부산의 한 고택이었는데, 막상 부산에 도착하여 산책을 하다보니 꿈에 관한 것은 멀리 사라지고 만다. 때때로 잠에서 깬 뒤에도 꿈속 세계를 계속해서 더듬다가도, 돌연 일상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 현실로 돌아온 경험이 있는 우리는 다시금 소설 안에서 안도하고 공감하며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농구하는 사람」과 「매일 산책 연습」에서는 과거의 이야기 속에 있었던 사람들의 삶이 상상을 통해 재현되고 반복된다. 「농구하는 사람」은 최인훈 소설 「광장」 속 인물들, 시인 김시종과 재일교포 권희로, 영화 「약칭: 연쇄살인마」의 실존 인물 나가야마 노리오의 삶을 소설로 불러와 ‘다시’ 쓴다. 「매일 산책 연습」에서는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을 일으킨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불러와 호명하며 앞선 상상 속 인물들이 ‘거기에 있었듯’ 이야기 속 인물들도 “그곳에 있음”(강보원 해설)을 확인한다.
「이미 죽은 열두명의 여자들과」는 조금 더 과감한 상상으로 나아간다. 김산희는 열두명의 여자들에게 “적어도 열두번 이상”(95면) 살해당한다. 이미 죽었기 때문에 다시 죽을 수 없는 그는, 여자들에 의해 반복된 죽음을 겪게 된다. 열두명의 여자가 아닌 다른 여자들의 죽음 역시 반복되고 그렇기에 김산희와 같은 어떤 살인자가 살해되는 일도 반복될 수밖에 없을 텐데, 우연히 이 일에 연루된 화자는 그뒤로 계속해서 펜이 달린 수첩을 들고 다니며 그들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한다.
상상 속 인물들의 삶을 ‘안다’고 확언할 수 없듯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 역시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영화를 보다가 극장을 사버림」에서 이두현 감독은 “분명하고 중요해 보일 법한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프레임 밖”(202면)으로 미뤄두는데, 『우리의 사람들』에서 박솔뫼 역시 중요한 것으로 여겨질 만한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분산시키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고 믿지만 그의 삶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어떠한 것도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다가올 내일이 싫어 눈물짓고 뜨겁도록 따뜻한 곳을 원하는 인물들은 소설 전반에 흐르는 묘하고 낯선 감각에 균열을 내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 인물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의 사람들’이며 그들 그리고 우리가 “이곳에 있는 것은 영원하지 않지만 때때로 놀랄 정도로 반복되는 일”(223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여전히 같은 곳에 속해 있다는 믿음”으로 “거기 있어도 괜찮다고 말하는”(강보원 해설) 박솔뫼의 목소리는 서로 멀어져만 가는 이 시대에 시리도록 또렷하게 들려오며, 이것이 『우리의 사람들』이 귀하게 읽혀야 할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후지노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겨울잠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하였는데 내가 오기 전 그곳에 들른 동물학자의 말에 따르면 인류 역시 동면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있다고 한다. 왜인지 느낌으로는 그 사람만 혹은 극소수가 주장하는 가설 같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나는 마음에 들었고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내가 추위와 겨울에 약한 것은 원래는 나 같은 사람은 이미 배불리 먹고 잠에 들었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인 것이야. 봄이 오는 냄새가 찾아올 때 녹은 투명한 물이 잎 위를 구를 때 잠에서 깨어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사람들」 34면)

그렇게 서울로 돌아가기 전날 밤에는 걱정을 미리 사서 했다. 전전긍긍하였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며 마음은 평안해지는 듯했지만 아주 잠깐 이초쯤 회사에 너무 가기 싫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시간을 빼고는 그 시간은 빼지지가 않았지만 그래도 긴장을 풀고 편한 마음이었다. (…) 울긴 울었지만 부산에서는 잘 쉬다가 서울로 돌아왔다. 시간은 흐르고 하던 것을 하고. 그런데 자꾸만 부산에 다시 가고 싶었다. 거기서 잘 쉬고 여기로 돌아와 일을 열심히 하고 마음을 다잡고 주어진 일에 감사하고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경마장의 말처럼 달리는 사람이 될 수가 없나 나는?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데 쓸 힘이 없었고 점심을 먹고 저녁에 뭐 먹지 생각하는 것처럼 가을 이후로 한동안 부산에 갈 기회를 살피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건널목의 말」 44∼45면)

가끔 나는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다고 생각한다. 저를 위해 무언가를 한순간 포기해주십시오. 저의 고민을 떠안아주십시오. 나 역시 아주 가끔 누군가의 불덩어리를 삼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물론 곧 사라지는 생각이다. 그 때문에 나는 한동안 먼 곳으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누군가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고 그러나 그것을 어두운 마음 없이 받아들인다. (「농구하는 사람」 76면)

욕조에 몸을 담그고 나는 꿈을 너무 믿는 것 같아, 꿈이 나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어디선가 동아줄처럼 내 눈앞으로 뭔가가 내려올 것이라 믿고 있었어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고. 그래도 잠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람이 되기는 하지, 포장된 새 소시지를 뜯는 것 같은 새로움. 여전히 잠과 꿈에 대한 믿음을 그대로 가진 채 몸을 닦고 머리를 말리고 바를 것을 바르고 입을 것을 입고 침대로 향했다. 나는 얼른 자고 싶었고 그래서 굿나잇 잠이 든다. (「펄럭이는 종이 스기마쓰 성서」 15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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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며칠 전에는 소설을 쓰면서 무척 재미있다고 느꼈다. 사실 예전에도 줄곧 재미있었다. 이전의 재미와 지금의 재미는 어떻게 다를까. 재미가 아닌 다른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게 무엇일까 싶을 때도 있지만 그걸 더 생각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지난 일들을 자주 생각하고 과거에 한 일과 하지 않거나 못한 일에 대해 종종 후회하고는 한다. 툭하면 반성을 하는 편이다. 과거라는 것을 자주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책을 꺼내보듯 펼쳐보게 된다. 그런데 소설에 관해서는 그런 마음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전의 재미와 재미만이 아닌 다른 것들이 궁금하지가 않다. 그게 대체 뭐였을까? 어쩌면 이 책에 그런 것이 있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역시 소설은 조금 이상해서 내가 예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예전이지만은 않다고 이야기를 한다. 나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대화들을 나누면서 책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닐까?

2021년 2월
박솔뫼


저자 프로필

박솔뫼

  • 국적 대한민국
  • 출생 1985년
  •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
  • 데뷔 2009년 소설 '을'
  • 수상 2013년 제4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2009년 제1회 자음과모음 장편소설 부문 신인문학상

2014.12.04.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사랑하는 개』,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 『인터내셔널의 밤』 『고요함 동물』 등이 있다.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목차

우리의 사람들
건널목의 말
농구하는 사람
이미 죽은 열두명의 여자들과
펄럭이는 종이 스기마쓰 성서
자전거를 잘 탄다
매일 산책 연습
영화를 보다가 극장을 사버림

해설 | 강보원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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