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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잡지 에피 10호 상세페이지

잡지 과학/IT

과학잡지 에피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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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잡지 에피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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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과학잡지 에피 10호> ‘포스트-프라이버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시대,
위기에 처한 프라이버시


출판사 서평

〉〉〉 공익을 위한 개인정보/데이터 활용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시대에, 개인정보/데이터는 그야말로 ‘원유’처럼 여겨진다. 이제 데이터는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일에, 정책을 입안하는 일에, 새로운 시장을 여는 일에 쓰인다. 하지만 개인정보/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장치가 우리의 일상에 너무 깊숙이 뻗어 있다 보니, 어디까지를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 또는 ‘프라이버시’로 보고, 어디서부터 공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보아야 할지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관점이 있는 과학비평 잡지 『에피』 10호는 데이터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을 ‘포스트-프라이버시’라는 키워드에 담았다.
홍명교(진보네트워크 기술팀 활동가)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기술이 국가 권력과 만났을 때 만들어질 수 있는 ‘감시사회’의 위험을 중국의 사회신용체계를 통해 보여준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중국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축한 중국의 사회신용체계. 처음에는 금융 시장 개방을 위해 기업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점차 경제 영역을 넘어 기업·개인·국가 전반에 걸친 ‘감시’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경제 활동 기록만이 아니라 개인의 사회 활동, 정치 활동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가 수집되었다. 한 예로, 베이징 량마차오 지역에는 얼굴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CCTV가 사람들의 일상을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한다. 2017년 사회운동가 장윈판이 독서 모임을 열자마자 체포되었을 때, 시민사회는 이것이 인공지능 감시 체계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처럼 중국의 사회신용체계는 금융 개방을 위한 신용 평가 시스템의 확립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넘어서, 신용 데이터베이스, 블랙리스트와 레드리스트, 보상과 처벌이라는 요소를 통해 당이 국가 전역을 감시하고, 통제를 확고히 하기 위한 장치로 거듭났다. 그러나 중국이 아니더라도, 국가/자본이 첨단 기술을 이용해 개인을 감시하거나 통제하는 경우는 이미 비일비재하며, 고도화된 ‘플랫폼 자본주의’가 사회를 거대 플랫폼 기업과 불안정 노동자들로 양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혹시라도 기술이 사회 문제를 해결해줄 열쇠라고 생각한다면, 기술이 어떤 사회와 만나는가에 따라 열쇠가 아닌 족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비식별화’ 조치는 어떤 수준인가? 〉〉〉

오요한(과학기술학 연구자)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의 기준인 ‘k-익명성’을 파고든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옹호자들은 개인정보에서 식별자 정보를 제거한 것이 데이터이며, 기업이나 기관이 이러한 비식별 조치된 데이터만을 활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6개 행정부처가 합동으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여 기업이나 기관이 개인정보를 비식별 조치하여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비식별화 조치는 개인을 식별 불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절대적 해결책이 아니라, 재식별 위험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데이터에서 정보량 손실을 최소화하는 ‘최적화’의 문제다. ‘김서방’의 데이터가 다른 모든 사람의 데이터와 일치하도록, 즉 모든 데이터가 똑같아질 정도로 비식별화 수준을 높이면, 김서방을 식별하기는 어렵겠지만 데이터 분석의 정확도는 떨어질 것이다. 다시 말해, 비식별화는 데이터 집합의 속성이 일반화되는 정도를 아주 미세하게 조정해서 적절한 수준으로 익명화시키는 기술이다. 이러한 비식별화 기술만으로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온전히 방지할 수는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신수용(삼성서울병원 빅데이터 연구센터장)은 데이터 활용을 위한 기술적 보완책과 제도·문화적 보완책을 내놓는다. 우선 기술적 보완책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개인정보 이용의 ‘동적 동의’ 방식, 그리고 개인정보 비식별화에 따른 정보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동형 암호화’ 기술이다. 그러나 기술적 보완만큼이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기술을 절대적인 해결책으로 믿는 것과 기술을 완벽하게 부정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우선 100퍼센트 완벽한 기술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극소수의 데이터가 재식별화되는 사례를 들어 데이터 활용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수많은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약이나 진단 방법을 개발하는 것은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는 공익에 복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처럼 ‘과학적 연구’에는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허용하고, 만약 개인정보 침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징벌적 손해 배상을 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국민을 감시하는 데 쓰이는 중국의 사회신용체계, 두 가지 사례에서 우리는 기술과 사회가 만나 만들어내는 다양한 굴곡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어떤 때는 인간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유익한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인간을 억압하고 자유를 빼앗는 족쇄가 된다. 특히 사회 문제를 오직 기술로 해결하려고 할 때, 기술은 인간의 기대와 다른 결과를 향해 내달리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대로 그저 모든 것을 내맡길 수는 없는 이유다. 사람을 위한 과학비평 잡지 『에피』가 ‘포스트-프라이버시’를 이번 호 키워드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 개인정보/데이터는 개인의 소유물 또는 기업의 사유재산인가? 〉〉〉

박경신(고려대학교 법학과 교수)은 개인정보를 개인 소유물이나 기업의 사유재산처럼 다루지 않는 제3의 길로서 정보 사회주의의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개인정보는 개인의 소유물처럼 간주된다. 개인정보는 마치 그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처럼, 누군가에 빌려주더라도 빌려간 사람이 함부로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양도하거나, 훼손할 수 없으며, 만약 빌려준 사람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확인시켜주거나 돌려주어야 하는 어떤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인 소유권법적 접근은 개인정보/데이터를 활용한 공익 증진의 가능성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기업이 언제든 개인정보/데이터를 사유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이제 개인정보란 단지 국가나 기업이 수집한 우리의 개인 신상정보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대부분의 활동 데이터들을 포함하는 개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네 편의 글을 통해 『에피』가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 개인정보를 소유물 또는 사유재산처럼 여기는 것은 개인의 인권과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데 여전히 유효할까? ▲ 개인정보가 포함된 보건의료 데이터로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 ‘비식별화’ 기술로 개인정보 침해 문제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 사회 문제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까?

〉〉〉 한국 반도체 산업, ‘자립’만이 해답일까? 〉〉〉

최근 아주 뜨거운 과학기술 분야의 이슈로 한일 간 ‘반도체 분쟁’과 5G 이동통신망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에피』만의 관점으로 읽어낸다.
최형섭(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교수)은 1960~1970년대 이후 ‘전 지구적 공급사슬’을 형성해온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톺아보며, 한국 반도체 산업이 ‘자립’하는 것만큼이나 현재의 분쟁 상황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초기 반도체 시장은 GE나 AT&T 같은 미국의 대기업이 수직 계열화를 통해 ‘자족적 구조’로 운영했다. 그러나 1960년대에 평면식 집적회로가 등장하여 업계 표준이 되면서,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수많은 기술들을 따라 기업들이 전문화·세분화된다. 그리하여 1990년대 이후 반도체 제조업은 각자의 경쟁력에 따라 극도로 세분화된 기업들의 전 지구적 공급사슬 네트워크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도 일본의 장비와 소재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이 많고, 일본 정부가 한국에 정말로 심각한 타격을 입히려고 한다면 쓸 수 있는 카드가 여전히 많다. 따라서 외교적 차원에서 기존의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무어의 법칙’이 깨진 후의 새롭게 형성될 산업 구조에 대비할 수 있도록 기초연구에 투자하는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김영용(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은 1세대부터 4세대까지의 이동통신 발전 과정에서는 사용자들의 수요가 기술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던 반면 최근의 5세대(5G) 이동통신은 사용자의 필요가 아닌 공급자의 의도에 따라 개발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아날로그 기반의 1G 이동통신은 폭증하는 가입자 수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디지털 기반의 2G 이동통신이 개발되었다. 이어서 이동 중에 음성 전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접속하려는 필요에 의해 3G 이동통신이 개발되었고, 간단한 웹브라우징을 넘어서는 고화질 동영상이나 스포츠 중계 서비스를 위해 4G 이동통신이 발전했다. 반면 5G 이동통신은 아직 수요가 없다. 4G가 제공하는 속도는 화상 전화나 회의 등을 하기에 충분히 빠르고, 5G가 내세우는 자율주행 자동차나 원격 수술 등은 유선망에서조차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5G의 ‘고주파’ 특성 때문에 발생할 설치 비용, 부동산 임대 비용, 하드웨어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 5G가 사용자를 위한 기술인지, 기술 자체 또는 시장을 위한 기술인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저자 프로필

이음 편집부

2021.04.07.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과학잡지 『에피』는 과학과 삶을 함께 다루고자 한다. 『에피』는 원자를 다루면서 원자핵의 구조와 붕괴, 그리고 발생하는 에너지에 대해서만 다루지 않는다. 원자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이야기도 다루고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실으려 한다. 과학의 성과를 존중하지만 장밋빛 환상에 사로잡힐 생각은 없다. 오늘날 인류가 손에 쥐고 있는 과학기술은 힘이 세기 때문에 어떻게 다룰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목차

10호를 펴내며
: 개인과 공공, 정보와 데이터 사이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대 | 이두갑

인류세
도망칠 수 없는 시대의 난민, 인류세 난민 | 박범순

크리틱
거대한 기후동맹이 되어 정치를 바꾸자
: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그 이후 | 한재각
한일 간 ‘반도체 분쟁’ 이후, 기술 자립은 가능할까? | 최형섭
이동통신 사용자는 5G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나 | 김영용

키워드 | 포스트-프라이버시
고삐 풀린 포스트-프라이버시, 중국 ‘신용사회’의 풍경 | 홍명교
한국 정부가 권고한 개인정보 비식별화 조치, 어떤 수준인가 | 오요한
보건의료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까? | 신수용
개인정보는 사유재산이 아니다: 정보 사회주의의 단초 | 박경신

컬처
SF | 악몽 | 김희선
연재 | 물구나무 과학사
방랑하는 별: 동서양은 불규칙한 행성 운동을 어떻게 설명했을까? | 전용훈
로봇 사진 에세이 | 로봇, 연극이 끝나고 난 뒤 | 전치형
우리가 온라인에 남기는 탄소 발자국이 모이는 곳
: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방문기 | 김현경


리뷰
책 | 웃기면서 울컥하는 임신 논픽션의 탄생 | 김연화
책 | 세계의 인식을 바꾼 중국 과학사는 어떻게 쓰였나 | 임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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