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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잡지 에피 11호 상세페이지

잡지 과학/IT

과학잡지 에피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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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잡지 에피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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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과학잡지 에피 11호> 책 정보가 없습니다


출판사 서평

로봇 탄생 100주년 특집, ‘로봇, 백 년 동안의 꿈’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0년,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을 통해 ‘로봇’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차페크의 작품에 나온 로봇들은 결코 100년 후의 우리가 ‘로봇’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될 ‘기계장치’가 아니었다. 로숨 박사의 생화학적인 실험을 거쳐 만들어진 대량 생산품이었던 로봇은, 차페크의 작품 속에서 군중과 집단주의를 상징하며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암흑기를 지나고 있던 유럽의 상황을 비추었다. 당시 체코를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파시즘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차페크의 희곡은 연극 「R.U.R.」로 수없이 많은 무대에 상연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비평가들도 이 연극을 다양하게 해석했고, 공연이 이루어진 국가나 사회의 맥락에 따라 대중이 받아들이는 ‘로봇’의 이미지도 달랐다. 그리하여 군중과 집단에 대한 차페크의 애초 질문은 점차 흐려지고, 점차 ‘매력적인 기계장치’로서 로봇이 부각된다. 이에 더해 SF 영화나 만화 등을 통해 로봇은 점차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인간의 모습을 한 기계장치’의 이미지로 굳어졌다.

『에피』 11호는 바로 이러한 로봇의 이미지, 로봇에 관한 우리의 상상, 질문, 논쟁들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로봇은 누구인가(그것은 자율적인 기계장치인가)?’라는 지난 백 년 동안의 물음이, 이제는 넘어서야 할 물음이 아닌가 하고 묻는 것이다. 로봇에 관한 백 년 동안의 꿈을 갈무리하며, 『에피』 는 다섯 편의 인사이드아웃 기사를 통해 말한다. 이제 우리는 ‘로봇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예컨대, 로봇이 사람을 죽이도록 허용할 것인가)?’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로봇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물어야 하는 것

전치형(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은 2020년의 우리가 한편으로는 로봇을 다른 인간의 은유, 특히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인간의 은유로 읽는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 로봇은 현재 개발되고 있는 첨단 기계의 미래 모습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간에 우리는 상상과 현실을 뒤섞어 로봇을 생각하며, 예전이나 지금이나 로봇이 누구이며 무엇인지만을 묻는다. 그러나 필자가 볼 때 우리가 정말로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조직과 제도, 법률이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이다. 즉 킬러 로봇에게 영혼이 있는지, 인간처럼 판단할 능력이 있는지가 아니라 “사회 또는 정부는 로봇이 직접 타깃을 고르고 방아쇠를 당기도록 허용할 것인가?”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율리아 프루머(존스홉킨스대학교 과학기술사학과 교수)는 산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가 얼핏 보기에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산업용 로봇도 결국은 인간의 신체를 모델로 삼고, 인간의 노동 과정을 수치화하여 만든 것임을 지적한다. 초기 로봇을 설계한 엔지니어들은 로봇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의 연장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때 엔지니어들이 상상한 인간은 모든 인간이 아니라 팔이 절단된 사람, 장인, 이민자, 토착민, 심지어는 노예 등 특정한 사회적 특성을 가진 인간들이었다. 또한 산업용 로봇을 얼마나 사람 손에 가깝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문제에는 노동과 노동자를 보는 관점이 반영되었다. 최종적인 생김새와 상관없이 “사실상 모든 로봇이 휴머노이드”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이관수(근현대 과학기술사 연구자)는 1920년 차페크 작품에 등장한 로봇이 아니라, 그보다 더 오래된 신화와 역사에서 ‘기계인간’ 또는 ‘인조인간’의 꿈을 발견한다. 우리가 로봇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그 초기 형태를 고대와 중세, 근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관수는 로봇의 오랜 역사를 검토하며 우리가 사람 같은 모습을 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의 꿈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사람 같은 로봇이라는 스펙터클”이 아니라, 이미 우리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는 자동화 기계와 그것을 조종하는 주체, 즉 인간이다.

문학작품 속 로봇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에피』가 주한 체코문화원의 도움을 받아 섭외한 파벨 야노우셰크(체코공화국 학술원 체코문학연구소 20세기 및 현대문학과장)는 『R.U.R.』에 관한 문학사적 설명을 제공한다. 『R.U.R.』 이전의 문학에 등장하는 인조인간들과 달리, 차페크의 로봇은 자본주의적 대량 생산의 결과물이자 ‘생물학적 집단’이다. 이러한 집단으로서의 로봇을 등장인물로 내세워, 차페크는 개별 인간과 집단주의의 충돌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야노우셰크는 『R.U.R.』이 전쟁 경험에 대한 시대적 반응이라고 해석한다. 당시 유럽에서는 한편으로는 파시즘적 혁명 집단이 형성되는 중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 문명이 발달하면서 대중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이었다. 차페크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역사가 로봇 집단의 반란이라는 테마에 반영되어 나타난다.

그러나 로봇이 책 『R.U.R.』 과 연극 「R.U.R.」의 무대를 떠나 사람들의 끊임없는 재해석에 맡겨진 후에는, 더 이상 ‘집단주의’를 비판하는 상징이 아닌 매력적인 기계장치로 탈바꿈하여 다양한 문학 작품과 영화, 만화, 게임 등의 소재가 된다. 김초엽(본지 편집위원, SF 작가)은 『R.U.R.』을 통해 처음 등장한 로봇이 아이작 아시모프, 필립 K. 딕 등의 고전 SF 작품과 현대 한국의 SF 작품들을 통해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그려져왔는지를 따라가며 로봇의 문학적 진화를 추적한다. 김초엽은 최근 한국 SF에 등장하는 근미래의 로봇들이 주로 ‘여성의 노동’이라고 이야기되며 평가절하되는 돌봄 노동, 감정 노동, 그림자 노동을 수행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100년 전부터 지금까지 로봇은 항상 인간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 안에서 상상되고 정의되는 것이다.

예측이야말로 사회를 구성하는 원동력이다

프론트뷰 섹션에는 두 편의 글이 실렸다. 섹션명에 맞게, 두 편 모두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과 관련이 있다. 야마구치 토미코(일본 국제기독교대학 사회학 교수)는 미래에 대한 과학적 예측의 의미와 역할을 ‘과학과 사회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지진 예측, 기술 로드맵 등 과학적 기법을 동원하는 예측 활동은 곧 일어날 현상에 대한 객관적 묘사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기능을 한다. 또 과학자들이 작성하는 연구계획서에 기술되는 과학기술에 대한 전망은,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일종의 기대를 형성함으로써 사회적 관심과 자원을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끌어들이기’ 효과를 낸다. 이러한 이유로 야마구치는 “예측 결과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예측을 둘러싼 사회를 생각하면서 예측 결과를 해독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철우(과학기술학 연구자)는 작년 말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경제 발전에 초점을 맞춘 국가전략에는 그 기술에 영향을 받는 다양한 이해당사자, 즉 사람들의 자리가 없다. 오히려 이러한 이해당사자들은 정보인권 등을 주장하며 발전의 길목을 막는 장애물로 여겨진다. 오철우는 인공지능의 “거품과 실제, 이점과 위험, 허세와 히스테리를 두루 보려는 노력”을 강조한다.

더욱 흥미진진해질 ‘사이드뷰’ 섹션

사이드뷰 섹션에 담긴 연재, SF 소설, 만화도 한층 흥미로워졌다. 이번 호에서는 안형준(STEPI 연구원)이 인하대학교 캠퍼스 내의 ‘로켓탑’ 유물을 단서로 삼아 1950년대 한국 로켓 연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끝내 좌절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이 글에서 로켓은 단지 우주를 향한 꿈과 호기심의 산물이 아니라 정치적 맥락 속에서 뜨기도 하고 좌절되기도 하는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용훈(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물구나무 과학사 연재는 스톤헨지와 첨성대가 천문대라는 ‘설’이 현재로서는 입증할 방법이 전혀 없는, 근대과학의 믿음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이번 호 SF 소설은 최제훈 작가가 썼다. 인간 영화배우가 모두 사라지고 진짜 기억을 주입해서 키워낸 ‘아티-액터(artificial actor)’가 연기하는 ‘아티네마’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인간 존재와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지막으로, 학산문화사와 협력하여 사와라 토모의 『나는 신기한 박물관에 출근한다』 중 첫 에피소드를 실었다. 『에피』는 과학기술 담론 그 자체보다도 언제나 과학기술 분야에 있는 ‘사람’과 ‘노동’에 주목해왔다. 사와라 토모의 만화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박물관 뒤편의,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작업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으므로 독자들에게 소개할 만하다.

“깨뜨리는 시선들”, 새로운 슬로건과 산뜻해진 디자인

‘로봇’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에피』의 디자인과 편집 구성도 리뉴얼되었다. 국내 유일의 과학비평 잡지 『에피』는 그동안 검은 사각형과 원으로 이루어진 미니멀한 디자인, 작은 가방에도 쏙 들어가는 판형으로 오로지 필자들의 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지면을 선보여 왔다. 이번에는 PL13(디자이너 김바바)이 아트 디렉팅을 하여 표지에서는 전체 슬로건인 “깨뜨리는 시선들”을 상징하는 비스듬한 삼각형으로 화면에 긴장감을 주고, 판형을 키우고 여백을 두어 읽기 편안해진 내지 디자인을 선보인다. 섹션과 섹션 사이에 들어가는 표제 디자인 역시 이달의 주제인 로봇에서 연상되는 ‘대량 생산’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섹션 구성도 종전과 크게 달라졌다. 해당 호의 특집 기사들을 담았던 키워드 섹션은 ‘인사이드아웃(Inside-out)’으로 개편되었다. 익숙한 것을 뒤집어서, 자세히 들여다본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또한 과학 ‘비평’ 잡지답게 과학기술 이슈를 날카롭게 비평하는 글을 실어온 크리틱 섹션은 정면 돌파, 혹은 미래를 주시한다는 의미를 담아 ‘프론트뷰(Front-view)’로 이름을 바꾸었다. 마지막으로 각종 연재 기사, 책 리뷰, SF 단편, 만화 등으로 읽을 거리를 제공했던 컬처 섹션의 콘텐츠들은 앞으로 ‘사이드뷰(Side-view)’로 묶여, 과학기술의 수많은 주제들을 조금 다른 시선에서 조명하게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에피』 편집위원이나 고정 필자들의 내밀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Inter-view)’ 섹션도 마련될 예정이다. 독자들은 새로운 『에피』가 안에 실린 글 하나하나의 내용과 그 글들을 묶는 시선의 방향,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요소들을 더욱 밀도 있게 엮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이번 디자인 리뉴얼에서 보게 될 것이다.


저자 프로필

이음 편집부

2021.04.07.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과학잡지 『에피』는 과학과 삶을 함께 다루고자 한다. 『에피』는 원자를 다루면서 원자핵의 구조와 붕괴, 그리고 발생하는 에너지에 대해서만 다루지 않는다. 원자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이야기도 다루고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실으려 한다. 과학의 성과를 존중하지만 장밋빛 환상에 사로잡힐 생각은 없다. 오늘날 인류가 손에 쥐고 있는 과학기술은 힘이 세기 때문에 어떻게 다룰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목차

Inside-out | 로봇, 백 년 동안의 꿈
로봇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물어야 하는 것 | 전치형
이토록 사람다운 로봇손의 짧은 역사 | 율리아 프루머
로봇이라는 스펙터클 너머의 인간 | 이관수
카렐 차페크의 로봇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 파벨 야노우셰크
로봇은 로봇만의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SF의 로봇들 | 김초엽

Front-view
과학적 예측은 어떻게 사회를 구성하는가 | 야마구치 토미코
정부의 인공지능 국가전략, 어떻게 봐야 할까 | 오철우

Anthropocene
세상의 끝을 보러 미시시피에 가다: 인류세 하천 캠퍼스 리뷰 | 최명애
인류세라는 성찰적 파국: 인류세 심포지엄 리뷰 | 김성은

Side-view
50년대 한국 로켓 개발의 꿈은 어떻게 좌초되었나:
‘로켓탑’의 잊힌 역사를 찾아서 | 안형준
연재 | 물구나무 과학사 - 동서양의 과학 이야기 10
| 첨성대와 스톤헨지, 천문대설에 투사된 근대과학의 욕망 | 전용훈
SF | 사라진 배우들 | 최제훈
만화 | 나는 신기한 박물관에 출근한다 | 사와라 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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