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무법자 빌리 더 키드와 네드 켈리가 만났다면?
물론 상상이다. 이들의 만남은 없었다.
동시대에 살면서 숱한 논란과 전설을 남기고 거의 같은 시기에 생을 마감한 두 인물.
이들이 한자리에서 조우하기에는 미국의 뉴멕시코와 호주 빅토리아라는 물리적 거리가 만만찮았고 무엇보다 둘 다 너무도 일찍 죽음을 맞았다.
이들이 1년 차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빌리 더 키드는 21세, 네드 켈리는 25세였다.
짧은 생 오랜 전설로 남은 이들은 전설적인 무법자로 통하지만 그 결은 사뭇 다르다. 한 명은 말 그대로 무법자 다른 한명은 국민 영웅의 인상이 짙다.
이 책은 이들이 만났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과 상상에서 시작됐다.
궁리 끝에 두 인물을 잘 드러내는 글을 함께 실었다.
수많은 책과 영화, 만화, 음반 등으로 꾸준히 재생산되어온 전설의 무법자,
『빌리 더 키드』 이 책은 그 키드를 사살한 보안관 팻 개럿이 쓴 전기물이다. 5판부터는 팻 개럿이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저널리스트인 마샬 애쉬먼 업슨과 공저(더 정확히는 업슨의 대필로)로 집필했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현재 영어권에서 출간되는 책들은 팻 개럿을 단독 저자로 하고 있다. 오늘날 빌리 더 키드를 전설로 남게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책으로 평가받는다. 오랫동안 판매가 부진했으나 저자 사후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명성에 비해 자료가 희귀했던 빌리 더 키드를 연구하는 역사가들에게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
본명은 헨리 맥카시(Henry McCarthy)로 자칭 “윌리엄 보니”와 별칭 “빌리 더 키드”로 더 유명한 이 인물은 스물한 살 때 사살되기까지 8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빌리 더 키드는 각각 상회를 운영하는 두 개의 조직이 지역의 이권을 놓고 충돌한 “링컨 카운티 전쟁(Lincoln County War)”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충돌로 링컨 카운티는 한때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됐고, 10대 시절부터 투옥과 탈옥을 일삼았던 키드는 주요 수배자로 죽을 때까지 쫓긴다. 그러나 쫓기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소나 말을 절도하는 등 종횡무진 대담무쌍한 기질로 전설을 만들어낸다.
전설적인 명성과 베일에 가려진 삶으로 인해 빌리 더 키드는 사후에도 생존설이 계속 유포되기도 했다. 자칭 키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 중에서 유력한 두 명에 대해서는 유전자 검사까지 시도되었으나 법적, 의학적 문제로 모호한 결론이 나옴으로써 오히려 논쟁만 가속시켰다.
우상화된 낭만적인 총잡이 이면에 잔인한 학살자이자 범죄자인 키드를 맹목적으로 미화하는 여타 책들과 달리 중립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키드의 생애에 직접 관련이 있는 저자의 주관을 완전히 덜어내지는 못했다는 평은 참고할 만한다.
“호주의 전설이자 아이콘”
“호주 역사상 단일 분야 가장 많은 책을 양산한 인물”
“세계 최초의 장편 영화”....
네드 켈리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 중에 일부다.
「제릴더리 편지」는 편지는 1879년에 작성됐다. 1870년 열네 살이었던 네드 켈리가 처음으로 경찰에 체포된 이후 1879년까지의 사건들을 묘사하고 있다. 편지 원본에는 구두점이 없고 문법에서 벗어난 비문이 많은 반면 철자의 오류는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앞뒤 상황 설명이 없고 경찰에 쫓기는 긴박한 상황에서 짬짬이 구술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 편지는 켈리가 무법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당대 부패한 경찰이 약자를 상대로 저지른 만행에 대해 강렬한 울림을 전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켈리가 문맹이라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나 이 편지는 그가 구술한 것을 같은 갱 단원 조 번이 받아 적은 것으로 시적이고 강렬하다는 평도 받는다.
이 편지는 네드 켈리의 일생을 다룬 문학, 영화, 미술 등에 다채롭고 깊은 영감을 주었다. 세계 최초의 장편 영화 「켈리 갱 이야기The Story of the Kelly Gang」, 맥스 브라운의 네드 켈리 전기 『호주의 아들Australian Son』, 부커 상을 수상한 피터 케리의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True History of the Kelly Gang』와 이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영원한 조커 히스 레저와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가 출연했던 다른 영화들을 포함해서), 화가 시드니 놀란의 네드 켈리 회화 연작 등이 일례다.
<책 속에서>
나는 각계각층의 지속적인 요청에 못 이겨 “빌리 더 키드”로 더 널리 알려진 윌리엄 H. 보니의 삶과 모험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을 출간하기로 결심했다. 빌리 더 키드의 대담한 행동과 잔인한 범죄들은 지난 수년 동안 세상의 절반에 경이를 나머지 절반에 숭배 또는 혐오를 일으켰다.
신문과 싸구려 통속 소설에 등장하는, 숱한 거짓과 날조를 바로잡고 싶은 욕구도 일정부분 내가 이 책을 쓰게 하는데 한몫했다. 소설의 경우에는 적어도 세 권 이상이 진짜라고 속여 파는 거짓으로서 지금까지 살았던 여느 무법자의 얘기일지는 몰라도 “키드”에게 적용하기에는 사실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이런 책들은 그가 저지른 적 없는 갖가지 무모하고 황당무계한 범죄 행각과 그가 간적 없는 지역들을 나열하면서 그의 이름과 출생지, 특별한 이력, 무모한 삶으로 이끈 환경을 폭로하는 척한다.
나는 “키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비열한 악당들로부터 키드의 기억을 잘라낼 것이다. 그의 인물 됨됨이를 제대로 알리고, 그가 지녔던 모든 가치의 진가를—그가 전혀 무가치하지 않다는 것을—찾아주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저지른 비인도적이고 흉학한 범법 행위로 인해 받아 마땅한 오명들을 덜어내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링컨 카운티 전쟁” 기간 동안 그리고 그 이후부터 키드가 죽는 순간까지 그와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다. 나는 내게 맡겨진 공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불운하게도 그를 죽이는 입장에 섰다. 나는 캠프파이어에서, 추격하는 과정에서, 대초원에서, 또 많은 지역의 시장에서 그의 어린 시절과 비교적 최근의 삶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전해 듣곤 했다. 키드가 죽은 후에 올바른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그가 친하게 지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기탄없이 했던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1873년 뉴멕시코 실버시티에 있는 키드의 어머니 집에서 하숙을 했던 한 남자와 지금도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그 남자는 그 하숙시절부터 보니가 죽을 때까지 보니와 잘 아는 사이였고, 줄곧 신중하게 또 관심 있게 보니의 행적을 좇아왔다. 나는 그의 삶에서 사라진 연결고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뉴욕, 캔자스, 콜로라도, 뉴멕시코, 애리조나, 텍사스, 치와와, 소노라 뿐 아니라 멕시코의 여러 주에 있는 다양한 계층의 믿을만한 사람들과 편지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부족한 책에서 흥미로운 주요 사건들이 과장이나 변명 없이 사실적이고 간결하게 묘사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빌리 더 키드>, 저자 서문 중에서
1
친애하는 귀하
나는 귀하가 현재의 일과 과거 그리고 미래에 대해 좀 알아주었으면 한다. 1870년 봄 즈음, 땅이 무척 질척거렸다. 굴드 씨라는 이름의 행상인이 그레타와 일레븐 마일 크리크에 있는 내 어머니의 집 중간에서 자신의 짐마차를 수렁에 빠뜨렸다. 곳곳에 오리가 빠져 있을 정도로 땅이 워낙 물러서 굴드 씨는 푹푹 빠지는 땅에 자칫 자신의 말까지 잃게 될까봐 짐마차를 포기해야 했다. 그는 내 어머니의 집에 들러서 날이 개거나 건조해지기를 기다렸다. 매코맥 씨와 그의 아내(역시 행상인들)가 그레타에서 야영을 하고 있었다. 보통은 습한 봄에 나타나는 모기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존스 씨에게는 모기들을 돕는 루이타 크루타라는 말이 있었다.(여기서 모기들은 부도덕의 은유이고, 루이타 크루타라는 말이 존스의 말 절도를 도와왔다는 의미라는 견해가 있음—옮긴이)
2
그 불깐 말은 늙은 웜뱃이나 종마만큼이나 다른 말들을 자기구역 밖으로 쫓아내거나 데려오는 재주가 좋았는데, 그레타 늪지에서 세븐 마일 크리크(Seven Mile Creek)로 매코맥의 말을 꾀어서 데려 왔다. 굴드 씨는 말을 먹이려고 일찍 일어났다가 종소리를 듣고 매코맥의 말을 알아보았다. 그는 매코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시켜 말을 그레타로 가져다주라고 말했는데, 정작 매코맥은 말을 돌려받고는 곧장 굴드에게 와서 그들의 말을 부려먹었다고 힐난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고 굴드는 그들의 오해에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굴드가 일부러 아이를 시켜 루이타 크루타에서 그레타까지 말을 가져다줄 정도로 친절을 베풀었건만 매코맥 부인이 도리어 말을 부려먹었다고 따지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네드 켈리의 <제릴더리 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