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는 전장에서 불합리한 공포가 가져온 결과를 다룬다. 인간이 시각적인 형태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정신(심리)의 영향에 얼마나 좌우되는지, 비어스가 자주 다룬 주제가 포함되어 있다. 전쟁 트라우마를 일찍이 선보인 작품 중에 하나로도 평가받는다.
<책 속에서> 1861년 어느 가을 밤, 한 남자가 버지니아 주 서부 숲 속에 홀로 앉아 있었다. 가장 험준한 곳 중 하나인 치트 산(웨스트버지니아 주에 있으며, 웨스트버지니아 주가 버지니아 주에서 독립한 것은 1863년이다―옮긴이) 지역이었다. 그렇다고 인근에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남자가 앉아 있는 곳에서 1.5킬로미터쯤 떨어진 거리에 북군 여단이 주둔 중이었다. 그리고 주변 어딘가, 아마도 꽤 가까운 거리에 규모를 알 수 없는 적군도 있었다. 적군의 수와 배치 상황을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점, 그것이 바로 이 고즈넉한 곳에 남자가 앉아 있는 이유였다.
그는 북군 보병 연대 소속의 젊은 장교였고, 그의 임무는 기습 공격에 대비해 야영지에서 잠이 든 전우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는 초병으로 구성된 파견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방금 땅거미가 졌을 때 그는 지형의 특징에 따라 불규칙하게 전초선을 배치했고, 지금은 그가 앉아 있는 곳에서 전방으로 수백 미터에 걸쳐 병사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바위와 월계수 덤불 사이를 지나 숲을 관통하는 전초선에서 병사들은 열다섯 내지 스무 보폭가량의 간격을 두고 몸을 숨긴 채, 침묵과 경계 엄수라는 명령에 따르고 있었다. 앞으로 네 시간 동안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면, 꽤 떨어진 좌측 후방에서 대위의 지휘하에 대기 중인 근무조와 교대하고 쉴 수 있을 터였다. 지금 이 글에서 말하고 있는 이 젊은 장교는 자신이 보고받아야 할 사항이나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병사들을 배치하기 전에 두 명의 상사에게 자기가 어디에 있을지 알려 두었다.
오래된 숲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 희미한 달빛 속에 앞으로 구불구불 펼쳐진―길 뒤쪽 어딘가에서 두 명의 상사가 근무를 서고 있는―그곳은 참 조용했다. 적군의 기습 공격을 받을 경우 초병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저항하지 말고 숲길이 갈라지는 지점으로 집결한 뒤 공격 대형을 갖추기로 되어 있었다. 장교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괜찮은 전술이었다. 만약 나폴레옹이 워털루에서 그런 영리한 전술을 구사했더라면, 기념비적인 승리를 거두고 권좌를 조금은 더 유지했을 터다.
브레이너드 바이링 소위는 같은 인간을 죽이는 일에 비교적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이었지만, 용감하고 유능한 장교였다. 그는 전쟁 초기에 군사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사병으로 입대했고, 높은 학력과 성실함 덕분에 중대의 선임 하사관이 되었다. 그리고 남군 총탄에 중대장을 잃는 행운에 힘입어 장교로 임관되었다. 필리피, 리치 산, 캐릭스 포드, 그린브라이어 등지에서 몇 차례 전투를 겪으면서 상관의 이목을 끌지 않을 정도의 용맹성을 보여 주었다. 전쟁의 흥분은 마음에 들었으나, 시체를 보는 것은 싫었다. 진흙 묻은 얼굴, 휑한 눈과 빳빳하게 굳은 몸, 오그라들 때는 그리 이상하지 않지만 부풀어 오르면 아주 이상한 그 시체들의 모습을 그는 늘 견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