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과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갑자기 많은 관심을 받게 된 대한민국헌법, 그중 제1조에는 두 항목이 명시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란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우리나라의 기본 원리가 그것이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란 뜻의 민주주의, 이 제도는 국민 개개인 모두가 정치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와 국민이 투표를 통해 선출한 대표들이 국민의 정치 결정을 대신하는 대의민주주의 두 형태로 나뉜다. 우리나라가 채택한 형태는 후자로서 선출해야 할 대상에 따라 4년, 혹은 5년에 한 번 선거를 치른다. 선거철만 되면 공익광고로든 영향력 있는 사람이 호소하든 개인이 또 다른 개인에게든 꼭 투표를 독려하는데 한 번의 선거로 4, 5년간 나라 사정이 바뀔 수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 여길 만하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권 인사들은 민심과 천심을 언급하며 겸허해지겠다거나 반성하겠다는 식으로 소감을 얘기한다. 이런 소감이 설령 빈말이라 할지라도 선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방증이라는 점에선 우리가 선거에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이 책은 미처 짚고 넘어가지 못할 법한 정치 현상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예컨대 2016년 국정농단이 폭로되어 2017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당한 대통령, 그를 두고 우리나라 보수는 분열했다. 보수는 분열하지 않는다는 통념이 깨지던 흔히 볼 수 없는 순간이었으나, 단순히 파면당한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분열할 만했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 상황에서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분열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수 후보에 대한 세대별 차이 나는 지지율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에 대한 분석도 놓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항간에 퍼져 있는 이분법적 지역 논리라든가 이념 논리가 과연 여전히 통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본다. 그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은 선거와 정치 형세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한국의 선거 정치 2010-2020』은 이를 세분화된 개별성별로 알아본다. 정말 출생 지역은 이념의 시작점일지, 나이에 따라 이념의 차이가 있는지, 특정 사건은 각 진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 저자가 제시한 자료, 분석 등을 통해 우리는 지난 10년의 흐름을 헤아릴 수 있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한국정치학회장, 한국정당학회장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한국 정치, 의회, 선거, 정당 등이다. 주요 논저로는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2019), 『사회과학 글쓰기』(2019), 『한국 정치론』(2019), 『시민이 만드는 민주주의』(2018, 공저), 『대한민국 민주화 30년의 평가』(2017, 공저), 『대통령제, 내각제와 이원정부제』(201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