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하는 비어스의 두 단편은 “때 이른 매장Premature Burial” 즉 생매장을 다룬다. 생매장은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 중에 하나라고 한다. 우발적인 사고나 응징과 처벌, 신화와 전설에서 문학에 이르기까지 그 연원이 깊을 뿐 아니라 형태와 쓰임 방식도 다양하다. 문학에서는 비어스를 비롯하여 에드거 앨런 포에서 스티븐 킹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가들이 소재로 사용했다. 「바닥없는 무덤」은 단순한(?) 착각으로 아버지를 생매장한 한 가족의 이야기다. 이 범죄자 가족의 중심엔 “고결하고 굳센” 어머니의 능란한 세뇌와 가스라이팅이 있다. 이런 유쾌하지만은 않은 글감들을 괜찮은 글맛으로 버무리는 것은 비어스의 블랙 유머다. 짧은 분량의 「어느 여름 밤」은 역시 생매장되었다가 도굴범에 의해 진짜 죽어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어딘지 익숙한 느낌인데 문학과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해부학실과 시체 장사를 하는 도굴범 이른바 인간 구울 여기에 때 이른 매장, 이렇게 낯설지 않은 조합 때문인 것 같다.
<책 속에서>
내 이름은 존 브렌월터. 술고래인 내 아버지는 진흙에서 커피 열매를 만들어내는 발명 특허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정직한 성품이라서 직접 제조에 관여하진 않았다. 그렇다보니 딱 먹고 살만한 재산만 모았고, 실로 막대한 가치를 지닌 발명품에서 나오는 사용료(로열티)로는 특허권을 침해한 양아치들과의 소송비를 대기도 버거웠다.
그래서 나는 부도덕하고 비열한 부모를 둔 또래 아이들이 누리는 많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내 형제자매를 모두 무시하고 오로지 나만 직접 교육하신 고결하고 헌신적인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무식하게 자라서 학교 선생 노릇이나 했을 것이다. 훌륭한 여성의 가장 사랑받는 자녀가 된다는 것은 금보다 값지다.
내가 열아홉 살 때 아버지는 불운하게도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평소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하셨는데, 예고 없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찾아온 그의 죽음에 당신 자신 외에는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바로 이날 아침에 아버지는 수압을 이용한 무소음 금고 폭파 장치에 대한 특허권 등록 통보를 받았다. 특허청장은 이 장치가 지금까지 자신이 심사한 것 중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효과적이며 모든 면에서 칭찬할만한 발명품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