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스의 첫 단편이다. 인종차별(특히 중국인에 대한), 동성애, 무법적인 살인 행위 등이 복잡한 얼개에 녹아 있다. 제일 큰 관건은 조 던퍼라는 지역 유지가 죽인 중국인 아위의 성 정체성이다. 남자로 기술되어 있지만 사실은 여자라는 견해, 남장여자라는 견해 등 상황에 따라서 작품을 읽는 관점이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아위에 대해 그(he)와 그녀(she)로 혼용되고 작가 비어스는 끝까지 모호한 거리두기를 고수한다. 후반부의 고퍼라는 또 다른 남자(아위를 두고 던퍼와 삼각관계로 보이는 백인)가 등장하면서 아위의 죽음에 이어 던퍼의 죽음까지 의혹을 일으킨다.
<책 속에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조가 한번은 그 협곡에서 꽤 먼 곳에 오두막 한 채를 지으려고 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포기하고 지금의 어지자지 같은 집 그러니까 반은 주거지고 반은 술집인 거처를 자신의 토지 중에서 가장 후미진 곳인 그 도로변에 지었다. 그것도 얼마나 마음이 금세 바뀌었는지 일부러 보여주려는 듯이 자신의 땅 맨 구석자리에 말이다.
조 던퍼―아니 이 일대에선 위스키 조로 더 많이 알려진 남자―는 이 지역에서 아주 거물급 인사였다. 나이는 대략 마흔 정도, 길고 부스스한 머리털과 힘줄이 불거진 얼굴, 주름진 팔과 감방의 열쇠 꾸러미처럼 옹이진 손을 가지고 있었다. 털이 많았고 걸을 때는 뭔가를 향해 달려들어서 찢어발길 것처럼 잔뜩 웅크렸다.
지역에 알려진 던퍼 씨의 또 다른 특이점이자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중국인에 대한 깊은 반감이었다. 나는 언젠가 그가 노기등등한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그의 목동 중에 하나가 길을 가다 목이 마르다고 한 어느 아시아인에게 조의 건물 중에서 술집 앞에 있는 말 물통의 물로 갈증을 달래라고 허락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소심하게나마 조의 기독교인답지 않은 처사에 항의를 했지만, 그는 신약성서에는 중국인에 관한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성큼성큼 걸어가서 애먼 개한테 화풀이를 했는데, 뛰어난 필경사들이 이런 얘기는 간과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