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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 재와 빨강 상세페이지

소설 한국소설

개정판 | 재와 빨강

리마스터판
소장종이책 정가15,000
전자책 정가20%12,000
판매가12,000
개정판 | 재와 빨강 표지 이미지

개정판 | 재와 빨강작품 소개

<개정판 | 재와 빨강> 재난 속 낯선 나라에서 혼자가 된 사람
의문의 살인과 사라진 기억, 그리고 엄습하는 위협
절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숨 막히는 전개!

치밀하고 탄탄한 이야기의 작가 편혜영의 첫 장편소설
세련된 문장으로 다시 완성된 빈틈없는 명작

*창비는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소설 중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품들을 엄선해 새로이 단장한 ‘리마스터판’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잡은 작품들이 오늘의 젊은 독자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간의 내면과 일상의 폭력을 강렬한 이미지로 형상하면서도 빈틈없이 치밀한 서사를 직조해내는 작가 편혜영의 기념비적인 첫 장편소설 『재와 빨강』이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으로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번 리마스터판 출간을 위해 거의 모든 문장을 새롭게 고쳐 써서 펴냈는데 이로 인해 작품의 시의성과 현재성이 한층 살아난 것은 물론, 새로운 독자와 이 책의 기존 팬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새로움과 완성도를 지니게 되었다.
2010년에 처음 쓰인 『재와 빨강』은 지금 읽어보면 ‘코로나19’를 예언하는 듯한 내용이라 충격과 감탄을 자아낸다. 발열과 기침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는 원인 모를 팬데믹, 격리와 거리 두기를 거치며 사람들 사이에 팽배해지는 불신 등 소설 속 상황은 2020년 이후 전세계에 만연한 현실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편혜영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에 밀도 높은 문장으로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인간성 상실, 소통의 부재로 빚어진 절대고독 등의 상황을 한층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와 빨강』은 묵시록적이고 기괴한 요소들이 다분하면서도 현실적인 공감이라는 주제의식을 긴장감 있고 집요하게 추구했다는 점에서 빼어나게 빚어진 장편의 세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출판사 서평

누가 그의 아내를 죽였을까, 그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치밀하게 잘 짜인 스릴러이자 인간성에 대한 처절한 질문

제약회사에서 약품개발원으로 근무하는 주인공은 파견근무를 발령받고 C국의 본사로 떠난다. 마침 C국은 감기와 유사한 전염병이 창궐하여 위생 검열이 강화되었고, 전염병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마비 상태이고 길에는 쓰레기가 넘쳐난다. 배정받은 Y시 제4구의 숙소에서 출근 개시와 명령을 기다려보지만 본사 담당자 ‘몰’은 연락이 없다. 문득 본국의 집에 가둬놓고 온 개가 생각나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전처와 재혼했다가 다시 이혼한 동창생 유진에게 연락이 닿아 개를 풀어놔달라고 부탁한다. 다음 날 유진은 주인공의 집에 가보니 난자당한 개와 칼에 찔려죽은 전처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연락을 해온다. 언제 생겼는지 모를 손바닥의 멍,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출국 전날밤의 기억, 유진과의 술자리 등 혼란스러운 생각에 휩싸여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해보니 집 근처 쓰레기장에서 자신의 지문이 묻은 칼이 발견되었고 자신이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뜻밖의 소식에 당황하던 차에 누군가 숙소의 문을 두드리자 깜짝 놀란 주인공은 창밖 쓰레기 더미로 몸을 날린다.
전처의 죽음이라는 1부의 충격적인 사건은 이 작품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리소설 같은 분위기로 이끈다. 이러한 긴장감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이어지며 독자로 하여금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한다. 이후 주인공은 거리의 부랑자 신세가 되는데, 그가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생활하게 되는 과정은 처절함 그 자체다. 그는 그 와중에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감행한다. 그 시도는 또다른 미스터리를 남긴 채 좌절되기도 하고, 아내와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촉매제가 되어 주인공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인간성 상실과 절대고독이란, 결코 본국에서는 상상도 못해봤지만 주인공에게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찾아온 시련이다. 현대문명에서 일상의 사소한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벌어지는 결과가 이토록 극적인 방향으로 삶을 이끈다는 사실이 놀랍도록 섬뜩한 실감으로 다가온다.

독자의 사유와 지평을 확장시키는 놀라움
특별한 의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이 시대의 명작

이번 리마스터판을 펴내며 작가는 “팬데믹을 겪은 후였다면 이 소설은 쓰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삶을 폐허로 만드는 것은 역병과 쓰레기, 끊임없이 출몰하는 쥐떼가 아니라 적나라한 혐오와 차별, 정교한 자본주의임이 명백해졌으므로 다른 상상을 하기 어려웠을 것”(작가의 말)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런 면에서 『재와 빨강』은 잘 짜여진 스릴러이자 인간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인 동시에, 현대사회와 문명 전체를 돌아보게 하는 거대한 스케일을 지녔다. 저마다 놀라운 상상력과 불편한 진실로 인간성을 파헤쳐온 편혜영의 여러 걸작 가운데서도 첫 장편소설인 『재와 빨강』이 유독 특별한 이유도 바로 독자로 하여금 사유의 지평을 확장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수많은 이유를 제외하더라도 2023년에 『재와 빨강』을 읽어야 할 이유는 명백하다. 이 소설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실로 다가온 상상력과 눈에 선명히 그려질 듯 밀도 높은 문장, 정교한 이야기 구성이 한데 어우러진 이 작품은 한국문학을 대표할 만한 명작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재와 빨강』은 몇년째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는 지금 우리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와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책 속으로

위험에 대한 경고는 언제나 실제로 닥쳐오는 위험보다 많은 법이다. 막상 위험이 닥칠 때는 어떤 경고도 없으니까. 그가 공항 여기저기에 붙은 검역 안내문과 전염병 예방수칙을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긴 것은 그 때문이었다. 경고가 많은 걸 보니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8면)

“쥐 때문이야.”
파견근무 계약서를 작성하는 자리에서 그가 선발 이유를 묻자 지사장이 대답했다.
“쥐요?”
“내가 보기에 자네만큼 쥐를 잘 잡는 사람은 없어.”
통역을 겸하는 지사장의 비서가 재미있다는 듯 그를 힐끔거렸다. 그는 금세 풀이 죽었다. 경영인 연수를 겸한다면서 선발 사유가 시시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방역회사라고 해도 하필이면 끔찍이 싫어하는 쥐 때문이라니. 장래성이 촉망된다느니 업무 태도가 훌륭하다느니 실적이 뛰어나다느니 경영자의 자질이 있다느니, 그 모두가 아니라면 까닭 없이 마음에 든다느니 하는 입에 발린 말을 바랐지만 지사장은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30~31면)

숙소를 다 둘러보고 짐을 정리할 때가 되어서야 트렁크를 여태 복도에 두었다는 걸 깨달았다. 허둥지둥 나가 현관문을 열었지만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트렁크가 없었다.
그는 믿을 수 없어 트렁크를 내려놓았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닥에 깔린 질감이 거친 카펫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복도에 희미한 어둠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현관문들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중 한곳에 사는 누군가 트렁크를 가져간 것이 아니라 애당초 자신이 트렁크를 끌고 오지 않았다 싶을 정도였다. (42~43면)

그는 문득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유진이 자신의 집을 제대로 찾아간 사실을 떠올렸다. 유진이 그의 집을 물어볼 사람이라고는 전처뿐이지만 이미 그녀가 죽은 뒤였는데도 말이다. 한번도 그의 집에 가본 적 없는 유진이 그에게 묻지도 않고 그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집을 찾아갔는지, 경찰은 왜 조사하지 않을까.
그가 술에 취해 기억을 잃은 밤, 비교적 제정신이던 유진이 그를 부축해 집까지 데려다주었다면, 그리고 다음 날 그가 출국한 사실을 알면서 전처를 그의 집으로 불렀다면, 전처에게 자신이 겪은 실패가 모두 그녀 때문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면, 그래서 언쟁이 시작되고 끝내 비밀을 폭로하고 그 비밀이 가져온 모멸감 때문에 유진이 심하게 분노했다면. (106~107면)

공원에서 지낸 초기에 그는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먹을 것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자신이 왜 그런 음식밖에 구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는지 비통해하느라 그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감정은 허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부랑하는 처지라면 음식에 대해 어떤 자의식도 가져서는 안 된다. 허기에 지쳐 처음으로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았을 때 울음을 삼키느라 냄새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는 상해서 곤죽이 된 국수를 먹었다. 일단 한입 먹자 계속 먹을 수 있었다. 벌레가 붙어 있다면 벌레를 떼어내고 먹었고 곯았다면 코를 막고 먹었다. (124~25면)

몸 여기저기가 쑤셨다. 나뭇가지에 찔린 팔과 허벅지가 욱신거렸다. 어쩌면 뼈가 부러졌는지도 몰랐다. 나무에 찔린 허벅지에서 피가 흐르는지 바지가 검붉게 물들었다.
그가 원숭이와 뒤엉켜 육탄전을 벌이는 동안 다른 원숭이가 쉽게 가방을 채어 갔다. 그는 결국 가방을 잃었고 그러고 나서야 필사적으로 지키려던 것은 가방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원숭이의 꼬리를 씹고 팔뚝과 허벅지를 찌르면서까지 지켜야 할 것은 아내 말고 없었다. (164면)

하수도에서는 사소한 이유로 번번이 다툼이 일어났는데 그는 싸움에 휘말리지 않았다. 쥐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쥐를 잡으려고 구석을 지키고 있는 그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쥐가 나타날 때면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내리치고 잡히는 게 없으면 맨손으로 쥐를 잡으려는 걸 본 사람들은 그에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잡는 게 쥐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잡은 쥐는 달리 버릴 데가 없어 아래쪽에 쌓아두었다. 어차피 죽었으니 어디에 버려도 상관없었다. 죽은 자리에 그대로 있어도 괜찮았다. 사람들은 죽은 쥐에게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인상을 쓰는 게 전부였다. 산 쥐보다 죽은 쥐가 안전했다. 죽은 쥐는 그들을 괴롭히지 않고 먹이도 탐내지 않았다. (176면)

“그런데 전염병에 걸린 건 아닌가요? 오래된 기억이라 확실치 않지만 공항에서 검역에 걸린 외국인이 도시로 유입된 후 실종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 있어요.”
“전 아닙니다. 병에 걸리지 않았어요.”
“잘못된 뉴스였나보네요. 그런데 몰의 얼굴을 아나요? 모르는 거죠? 그렇죠?”
그는 뚫어져라 남자를 쳐다봤다.
“역시 몰을 찾기 어렵겠군요.”
남자가 알 듯 말 듯 웃음 띤 얼굴로 돌아서서 사무실 쪽으로 갔다. 막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경비들과 함께 올라타면서 그는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C국에서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몰뿐이었다. (205~206면)

남자는 그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 발버둥을 치며 그의 얼굴만큼이나 커다란 손을 마구 휘둘렀다. 그는 남자에게서 손을 떼고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그런데도 자신을 향해 주먹질하는 남자의 굳은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많은 일을 겪었지만 그는 한번도 스스로를 위해 눈물
을 흘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야말로 서글퍼졌다. 맞는 게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자 비참해졌다. 남자가 욕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틈에 남자의 한쪽 다리를 잡았다. 남자가 휘청였고 이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다. 남자가 상해를 입는다면 그에게 맞아서가 아니라 바닥에 머리를 찧은 충격 때문일 것이다. 그는 결코 쥐나 잡는 인생을 바란 적 없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남자를 깔고 앉아 주머니에 든 무딘 칼을 꺼냈다. 그는 이런 일을 뺏길까봐 전전긍긍하는 인생을 바란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자신이 꿈꾸던 인생은 무엇이었을까. 하도 오래전의 일이라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215~16면)


저자 프로필

편혜영

  • 국적 대한민국
  • 출생 1972년
  • 학력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
  • 경력 명지대학교 인문대학 문예창작학과 조교수
  • 데뷔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이슬털기'
  • 수상 2014년 제38회 이상문학상 대상
    2011년 제42회 동인문학상
    2010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학부문
    2009년 제10회 이효석문학상
    2007년 제40회 한국일보문학상
    2007년 제5회 자랑스런 문화인상

2019.04.24.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 『죽은 자로 하여금』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셜리 잭슨상, 제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자 소개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소년이로』 『어쩌면 스무 번』,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 『죽은 자로 하여금』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김승옥문학상, 셜리 잭슨상을 수상했다.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작가의 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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