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골목골목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걷고 생각하며 재발견한 살아 있는 서울의 기록 이 책을 먼저 읽은 분들의 추천사 서울에 이렇게 다양하고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줄 몰랐다. 도시를 산책하며 건져 올린 이야기들은 때로 심각하고, 때로 흥미로워 깊이 빠져들게 한다. 도시를 다각도로 깊게 살피고 성찰할 줄 알아야 과거를 바탕으로 오늘과 내일의 삶터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 책은 도시 서울을 깊고 넓게 보고 질문을 품게 하며 우리를 대화와 토론으로 이끈다. 이용훈_서울도서관장 이 책에서 저자가 안내하는 곳은 대개 익숙한 옛것이지만 거기서 얻는 지식과 감동과 성찰은 온통 새롭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익숙한 것에서 새것을 찾는 온고이지신의 교과서다. 흔히 가슴과 머리 사이의 거리가 가장 멀다고 하지만 역사와 예술과 문화와 삶을 종횡무진하는 저자의 부지런한 발걸음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우리는 머리와 가슴이 일치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고마운 책이다. 노회찬_정치인 기획의도 곁에 두고도 알지 못했던 서울의 역사와 문화 95장면! 외국에서 또는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는 친구가 서울에 놀러 와 명동이나 남대문시장, 북촌이나 가로수길 말고 가볼 만한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어떨까? 꽤나 당황스러울지 모른다. 누구나 찾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 그 이상의 장소를 생각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서울은 조선이 개국하면서 수도로 정한 이후 600여 년이 넘도록 그 지위를 이어오고 있다. 아니 한성백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000여 년 이상 수도로서 기능해온 셈이다. 이처럼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긴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임에도 오늘날 서울의 역사나 문화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은 아마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군사독재라는 커다란 단절을 경험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게다가 경제성장기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했기에 서울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가 없었다. 서울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크고 작은 역사사건의 현장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으며, 예술적 향취가 그윽한 공간이 숨어 있고, 다른 누구보다 특별한 삶을 살다간 이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도시다. 그중에서도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근현대에 이르는 100여 년 동안의 흔적들은 다른 어느 시대보다 더욱 오롯하다. 이렇듯 다양한 이야기를 간직한 서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일어났던 숭례문 방화사건 때부터였다. 이 사건은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메트로폴리스 서울에 큰 충격을 안겼는데, 이를 계기로 서울의 문화유적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다큐멘터리 방송이나 광고를 비롯해 서울 관련 도서도 이때 여럿 출간되었다. 그러나 ‘소비의 공간’ ‘의도된 관광지’로서의 서울을 넘어 그 내면을 비춰주는, 서울의 역사적․사회적․문화적 맥락을 밀도 있게 짚어내고 보여주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권기봉 작가의 전작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2008)와 《다시, 서울을 걷다》(2012)는 우리 삶의 현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꽤 의미 있는 평가를 받았다. 박제된 공간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도시 서울을 만나다 이번 신작 《권기봉의 도시산책》은 그 연장선상에서 특별히 ‘서울의 일상’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범위를 더 넓힌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다채로운 모습들을 95꼭지에 담아낸 것이다. 이 글들을 읽다 보면 서울이 얼마나 깊이 있고 역동적이며 매력적인 도시인지 새삼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95꼭지에서 담아낸 장소들이 단지 지나간 공간으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만나는 곳들은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주거나, 좋든 싫든 이 시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나, 또 앞으로 한국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한다. 《권기봉의 도시산책》은 서울이 과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단편적인 정보만 나열하고 있는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 생생히 ‘살아 있는’ 공간임을 새삼 재발견하게 만든다. 서울의 일상과 역사를 돌아보며 새로운 서울을 그리다 이 책은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예술과 권력 그리고 서울’에서는 경복궁에 남아 있는 불교 유물인 부도, 세종문화회관, 공간건축 사옥과 김수근 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왜 예술과 권력이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교묘하게 얽혀 있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2장 ‘사라져가는 것들과 다가오는 것들’에서는 사라질 운명에 처했거나 이미 사라져버린 소중한 역사 현장과 뒤늦게라도 원형복원에 나서고 있는 여러 장소를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문화재 보전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3장 ‘그날의 현장을 찾아서’에서는 을사늑약의 현장인 중명전, 삼풍백화점 터, 마지막 임시정부청사인 경교장같이 중요한 역사사건이 벌어졌던 곳을 둘러보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히고 있는 장소의 의미를 되새긴다. 4장 ‘함께 사는 서울을 꿈꾸며’에서는 서울역 앞 쪽방촌, 황학동 도깨비시장, 청계천 공구상가처럼 화려함 뒤에 가려진 서울의 이면을 들춰내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은 어디인지 짚어낸다. 마지막으로 5장 ‘변화의 기로 위에서’에서는 상암동 석유비축기지, 옛 구의취수장, 명동예술극장 등 과거의 역할을 내려놓고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장소나 건물들을 찬찬히 톺아본다. 지은이 권기봉은 “도시를 걷는, 그리고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가늠하는 산책에 이 책이 작지만 충실한 지침서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 그리고 이웃의 삶을 ‘좀더 가까운 거리’에서 찬찬히 대면할 수 있도록, 그럼으로써 곳곳에서 또다른 서울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이끈다. 정치인 노회찬의 서평처럼 “저자의 부지런한 발걸음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우리는 머리와 가슴이 일치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