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 9월」도 앞서 소개한 「에밀리를 위한 장미」, 「사냥개」처럼 포크너의 가상공간 요크나파토파 카운티를 배경으로 한다. 마을에 떠도는 음침한 소문도 그것에 대응하는 군중의 방식도 포크너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낯설지 않다. 다만 이 단편 「가문 9월」에서는 소문도 군중의식에 깔려 있는 인종차별도 좀 더 노골적이고 섬뜩하다. 62일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심각한 더위와 가뭄의 한복판, 백인 여자가 흑인 남자한테 겁탈을 당했다는 소문이 나돈다. 먼저 진상을 알아본 뒤 법대로 처리하자는 목소리는 무시되고, 처단과 보복이라는 구실로 흑인에 대한 집단 린치가 예고된다. 피해 여성이라는 “미스 미니”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는 합리적 의심은 간과되는 반면, 백인 대다수는 가해자가 흑인이기 때문에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고 어떤 보복이든 마땅하다고 여긴다. 지독한 가뭄이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 그 이상의 광기…… <책 속에서> 62일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여파로 지독했던 9월이 끝나가는 기간 내내, 소문인지 이야기인지 모를 그것은 마른 풀에 붙은 들불처럼 번져갔다. 미스 미니 쿠퍼와 어느 흑인에 관한 일. 공격적이고 모욕적이며 무서운 일. 그 토요일 저녁, 이발소의 천장 선풍기가 상쾌하지 않은 오염된 공기를 퀴퀴한 포마드와 로션, 퀴퀴한 숨결과 냄새와 섞어 돌고 도는 물결처럼 사람들에게 돌려보내는 동안, 이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윌 메이스가 아니라는 건 분명해.” 한 이발사가 말했다. 중년의 남자였다. 옅은 모래 색의 온화한 얼굴을 지닌 그는 어느 손님의 면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윌 메이스를 알거든. 그 친구는 괜찮은 흑인이야. 그리고 미스 미니 쿠퍼도 알지.” “당신이 그 여자에 대해 뭘 아는데?” 두 번째 이발사가 말했다. “그 여자가 누구죠?” 손님이 말했다. “젊은 아가씨인가?” “아뇨.” 첫 번째 이발사가 말했다. “나이는 마흔쯤 됐을 걸요. 아직 미혼이고요. 그게 바로 내가 그걸 믿지 않는 이유―” “믿다니, 염병!” 땀으로 얼룩진 실크 셔츠 차림의 덩치 큰 청년이 말했다. “검둥이보다 백인 여자의 말을 더 믿지 않는다고요?” “윌 메이스가 그랬다고는 믿지 않아.” 이발사가 말했다. “난 윌 메이스를 알아.” “그렇다면 댁은 아마 누가 그랬는지도 알겠네요. 어쩌면 댁이 이 마을에서 벌써 내빼게 했는지도 모르죠, 이 염병할 흑인애호자 같으니.” “난 누가 무슨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말이야. 결혼하지 않고 늙어가는 여자들이라고 해서 남자에 대해 그 정도로 개념이 없다니…… 그건 여러분 각자가 판단하면 그만이지.” “그러니까 댁은 대단한 백인이라 이거군요.” 손님이 말했다. 그는 이발보 밑으로 움질거렸다. 청년이 벌떡 일어섰다.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그는 말했다. “댁은 백인여자가 거짓말을 한다고 탓하는 거요?” 이발사는 반쯤 일어선 손님 위로 면도날을 들고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