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승리의 진짜 주체가 누구인지 곱씹게 되는 시기이다. 공천부터 선거운동까지 선거의 모든 과정에 열렬히 집중했던 유권자들이야말로 바로 그 승리의 주체라고 불릴 만하다. 본지 편집부주간 황정아는 그러한 주도권을 행사한 이들을 “누군가의 얌전한 ‘동료시민’이 아니라 흩어져 밝히다가도 때가 되면 무섭게 함께 타오르는 ‘촛불시민’”(「책머리에」)으로 호명한다. 그러나 이 정권은 여전히 패배를 실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소통이니 협치니 하는 그럴듯한 말, 영수회담이니 기자회견이니 하는 기만의 제스처로 촛불시민의 심판을 애써 지우려 한다. 분명한 것은 더이상 어떤 퇴행의 시도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는 촛불시민의 잠재된 폭발력을 다시금 확인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바심이 아니다. 심판의 결정에 응답하는 움직임, 촛불시민이 꿈꾸는 진정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낼 진득한 상상력이다. 『창작과비평』 2024년 여름호는 마침 상상과 특별히 연관이 깊은 ‘시’를 주제로 특집을 꾸린다. ‘오늘의 한국시, 이룬 것과 나아갈 길’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시가 일궈온 반짝이는 성취와 의미를 노동, 젠더, 역사 등 여러 측면에서 읽어낸다. 이번호에는 ‘기획 현장’을 마련하여 전지구적 핵심 현장이 된 팔레스타인 문제를 깊이 사유하고, 도덕적 자격을 시험받고 있는 서구의 현실을 밀도있게 살피는 글들을 소개한다. 한반도 역시 평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화’에서는 위기에 봉착한 남북관계를 점검하고 지속가능한 평화의 길을 모색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이분법을 넘어 한국현대사의 역동성과 성취를 되짚는 글, 돌봄을 서비스나 권리가 아닌 정치적 기획으로 바라보는 글을 ‘논단’란에 담았다. 김중미 작가의 ‘내가 사는 곳’ 산문, 정우영 시인의 작가조명 인터뷰 및 새 계절의 시·소설 신작들은 독자들의 감각과 사유를 기분 좋게 자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