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사로잡은 히틀러의 성공과 몰락 “우리는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안다. 뭘 더 알아야 하나?” 한 저명한 유대인 지도자가 히틀러의 젊은 시절에 관한 영화 제작 계획을 발표했을 때 한 말이다. 사실이 그렇다. 히틀러에게서 인간성을 발견하려는 시도라면 말이다. 그가 증오와 폭력, 전쟁과 인종 학살을 행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 행위의 동기에 대해서라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역사상 독재자들은 대중을 통제하고, 존경을 얻고, 권력을 과시하고, 자신을 기념하는 수단으로 예술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히틀러는 ‘미학’을 활용하고 자신의 통치를 문화적 차원에서 정당화했다. 그는 차원이 다른 독재자였다. 파괴와 인종 청소는 새로운 건설로 가기 위한 길이었다. 예술은 권력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궁극적으로는 권력이 지향해야 할 목적이었다. 그는 제3제국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문화 국가로 만들고자 했다. 이 책은 정치인이 아닌 예술가로서 히틀러의 기록을 모았다. 미적 이상을 구현하려는 뒤틀린 욕망이 어떻게 세계를 불행에 빠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 등장한다. 예술이 독재자에게 어떻게 아우라를 씌울 수 있는지, 독재자가 예술에 심취했을 때 어디까지 파괴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독자들은 예술에 심취한 히틀러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끼겠지만, 비로소 역사적 비극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미국의 전직 외교관이자 문화 역사가. 스와스모어 대학교를 졸업하고 터프스 대학교 플레처 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년 넘게 미국 외무부에 몸담으며 워싱턴 DC, 프랑스 파리, 서독 본, 이탈리아 로마에서 근무했다. 유럽의 정치와 문화 분야에 관한 폭넓은 저술 활동을 했으며, 이 책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의 국제문제연구소에 방문학자로 재직 중이던 2003년에 썼다. 이외에도 『독일의 교회와 정치(The Churches and Politics in Germany)』(1973),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의 역사(Bayreuth: A History of the Wagner Festival)』(1994), 『부끄러운 평화: 프랑스 예술가와 지식인이 나치 점령에서 살아남은 방법(The Shameful Peace: How French Artists & Intellectuals Survived the Nazi Occupation)』(2008), 『저주받은 유산: 클라우스 만의 비극적인 삶(Cursed Legacy: The Tragic Life of Klaus Mann)』(2016)을 썼다. 특히 바이로이트에 대한 그의 연구는 해당 분야의 표준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