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창작과비평』 창간호가 첫선을 보인 것이 1966년 1월, 그로부터 시작된 창비의 역사가 이제 50년이 되었다. 이를 기념하고자 창비에서는 『창비와 사람들: 창비 50년사』(이하 『창비 50년사』)를 출간하였다. 창비 50년은 창비의 역사인 동시에 한국 출판잡지사의 주요한 일부이고, 더 나아가서는 한국현대사를 관통한 비판적 지성의 역사라 볼 수 있기에 『창비 50년사』의 출간은 단순한 사사(社史) 발간을 넘어서는 의의가 있다. 『창비 50년사』는 50년을 다섯 시기로 구분하는 연대기적 서술을 바탕으로 하되 창비 역사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인터뷰이 17명이 참여한 『창비 50년사』는 그간 창비의 발전에 기여한 필자들과 독자들의 역할을 기리는 동시에 창비를 탐구하는 연구자에게는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일반 독자에게는 ‘책으로 본 한국현대사’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창비 50년의 역사 총 132면에 정가 70원. 1966년 1월, 계간 『창작과비평』이 디딘 첫발자국은 이렇듯 소박했지만 이후 50년간 창비의 발자취는 시대의 어둠과 열악한 출판환경 등 끊임없는 시련을 헤치며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이러한 흐름을 5기로 구분해, 특히 인터뷰를 통해 창비와 인연이 깊은 여러 인사들이 들려주는 목소리는 생생하고 흥미롭다. 초창기 창비에서 연재돼 인기를 끌었던 『분례기』의 저자 방영웅은 당시 영화배우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했던 경험을 유쾌하게 회고하고, 어렵던 시절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은 부족한 원고료를 가끔 댔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평론가 염무웅은 초창기 신생잡지를 운영하느라 겪은 어려움과 신경림, 황석영 등 새로운 필자를 발굴했던 보람도 더불어 돌아본다. 백낙청 명예편집인은 회사 사정이 어려웠던 시절 당시 대우그룹 회장이었던 김우중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은 사실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았다. 엄혹했던 시절, 민주화 투쟁의 과정에서 고초를 겪은 이들도 여럿이었다. 1979년 제주 4․3항쟁을 최초로 본격적으로 다룬 『순이 삼촌』을 출간한 후 합동수사본부에 끌려간 소설가 현기영은 자신을 “겁똥 싸는 똥개”로 만들어버렸던 당시의 참혹한 고문을 고발하고, 1989년 『창비』에 황석영 북한방문기를 실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당시 편집주간 이시영은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잠입한 안기부 직원이 북한소설을 빼돌려 재판의 증거로 이용했던 어처구니없는 일화를 들려준다. 신경림 시인은 소지하고 다니던 소련 시인의 시집을 빌미로 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받았던 아픈 기억을 더듬는다. 70, 80년대는 사람만 탄압받은 것이 아니라 책과 출판사도 여러 고난을 겪었다. 검찰 기소로 수난을 당한 『8억인과의 대화』를 비롯해 『신동엽전집』 『북치는 앉은뱅이』 『국토』 등 여러권의 책이 판금조치를 당했고, 계간 『창비』 역시 회수조치되거나 검열로 글의 일부 또는 전부가 삭제되어 발행되는 일이 여러차례 있었다. 결국 1980년 『창작과비평』이 폐간조치를 당하고, 85년에는 출판사마저 등록취소되고야 말았다. 당시 군부정권이 벌인 탄압의 실상과 이에 결연히 맞섰던 창비, 그리고 비판적인 지식인들의 대처는 정해렴, 김윤수, 이시영의 인터뷰와 출판탄압과 검열을 다룬 한영인과 한만수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탄압이 이어지던 시기에도 창비는 꿋꿋이 민주화, 민족민중문화론, 실천적 비판적 담론들을 일구어나갔다. 계간지가 폐간된 동안에도 창비신서와 창비시선을 통해 문학작품과 학술서 출간을 꾸준히 이어갔으며, 88년 출판사 명의회복이 이루어지면서 창비는 재도약의 날갯짓을 시작한다. 담론 부분에서는 분단체제론과 87년체제론을 주창하고, 문학 영역에서도 분단체제론의 성과를 받아들여 민족문학론의 새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그리고 출판 부분에서는 『소설 동의보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서른, 잔치는 끝났다』 등의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배출하며 질적․양적으로 성장한다. 1994년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2003년 파주출판도시로 이주한 창비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물결 속에서 국제화, 동아시아 연대 등 다양한 길을 모색한다. 또한 계간지를 중심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노력도 기울였는데, 데이비드 하비, 프레드릭 제임슨, 브루스 커밍스, 와다 하루끼, 이매뉴얼 월러스틴 등 저명한 외국학자들과 교류하고 이들의 글을 소개했다. 창간 30주년 국제심포지엄을 시작으로 2006년부터는 ‘동아시아 비판적 잡지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세계의 비판적 지성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1부 마지막 꼭지로 수록된 창간편집인 백낙청과의 대담에서 이처럼 운동성과 사업성을 결합하려 애써온 반세기의 역사를 다시금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뷰로 소개할 수 없는 김수영 김남주 신동엽 리영희 박현채 등 창비와 각별한 인연을 지녔던 작고 인사들의 창비와의 인연도 별도의 꼭지를 통해 곡진히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