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우리 문학은 민족문학으로서 현대적 성격을 갖추게 되었고 또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는 자신을 가진다 하여 그것이 결코 자화자찬이 아닐 것을 믿는다.” 소설가 염상섭이 1952년에 남긴 이 문장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이 전해진 2024년 지금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전란을 겪는 와중에도 한국문학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지킬 수 있었던 건 우리가 현실의 악조건에도 적응의 길을 찾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온 덕분일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아픔과 상처를 견디는 데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갔기에 역사적 성취들을 이룩할 수 있었다. 국내 정치상황이 어수선하고 미국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마감되었으며,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한반도정세 역시 아슬아슬하다. 본지 편집위원 강경석은 지금이야말로 촛불시민들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한 때라고 역설한다. “우리 각자의 자존은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지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책머리에」) 『창작과비평』 2024년 겨울호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강의 문학세계’라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이 쾌거는 한국문학이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다시 돌아보는 한편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집 ‘문학에서 찾는 전환의 힘’ 역시 이에 호응하는 평론들로 꾸렸다. 이번호 ‘대화’는 창비 한국사상선 시리즈 출간에 부쳐 한국사상이란 무엇인가를 심도있게 논한다. ‘건국절’ 논란을 해석하는 명확한 참조점을 주는 논단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본질을 분석하는 현장글 등이 수록되었다. 그밖에 소설가 김금희 인터뷰 및 정지아의 산문, 김유담 백온유 소설, 김상희 김해자 오은 시 등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위로해줄 풍성한 읽을거리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