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러브크래프트는 아서 매컨의 두 단편 「백색 가루의 소설 The Novel of the White Powder」과 「검은 인장의 소설 Novel of the Black Seal」에 특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두 단편 모두 단편적 사건들로 이루어진 『세 사칭자 The Three Impostors』에 각각의 에피소드로 수록되어 있죠. 러브크래프트는 이 두 단편에 대해 “아마도 매컨이 공포의 직조자로서 도달한 가장 높은 수준의 작품들”이라고 평했습니다. 그 영향이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 속에 스며있는데, 「백색 가루의 소설」과 러브크래프트를 연결하는 지점은 ‘바디 호러’입니다. 신체 훼손과 변형의 바디 호러에 대해서는 앞서 러브크래프트 서클에서 소개한 에드워드 루커스 화이트(Edward Lucas White)의 「루쿤두&아미나」 편에서 자세히 다루었는데요. 매컨의 「백색 가루의 소설」은 남매 사이인 헬렌 레스터와 프랜시스 레스터의 이야기입니다. 둘 다 독신인데, 누나 헬렌은 법학자로서 학문에 매진하겠다는 동생 프랜시스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합니다. 그런데 집에만 틀어박힌 채, 자고 먹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학문에만 매달리는 프랜시스는 누나의 걱정대로 건강을 해치죠. 가족 주치의의 처방대로 약국에서 조제한 약을 복용하면서 프랜시스의 건강이 처음엔 회복되는가 싶었는데 나중에 상상을 초월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약국에서 받은 정체불명의 백색 가루는 주치의가 처방한 약이 아니었는데요. 주치의가 그 백색 가루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에서 섬뜩한 공포와 오컬트의 문이 열립니다. 「백색 가루의 소설」은 러브크래프트의 평처럼 아서 매컨의 소설 중에서 고강도의 공포를 담아낸 작품 중에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