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크툴루 신화는 물론 글쓰기 전략에서 공간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러브크래프트에게 뉴잉글랜드가 있다면, 아서 매컨에게는 웨일스의 산간 오지가 있는데요. 현대의 호러 대표 주자인 스티븐 킹이 메인 주의 가상공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를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가 코스미시즘을 표방하며 우주로 팽창하기 30년 전, 매컨은 지상의 신화와 전설(특히 요정과 악마와 관련)이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코스믹 호러를 시험합니다. 웨일스의 산간은 신화와 전설이 현실과 연결되는 지점이고, 매컨식 글쓰기의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매컨이 「검은 인장의 소설」에서 다루는 신화적 존재는 ‘리틀 피플’인데요. 앞서 소개한 매컨의 두 작품 「샤이닝 피라미드」, 「백색 가루의 소설」에 이어 리틀 피플이 등장하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입니다. 21세기에도 리틀 피플은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실종 사건과 관련하여 신문 지면에, 디스커버리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 등장하는데요. 크툴루 롤플레잉 게임에서는 '퇴화된 뱀족' 즉 뱀족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로 등장합니다. 「검은 인장의 소설」은 인종학 교수인 그레그 교수와 그의 비서이자 일인칭화자인 랠리가 리틀 피플의 인간 후손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리틀 피플은 러브크래프트뿐 아니라 로버트 E. 하워드. 헨리 커트너, 로버트 블록 등의 크툴루 신화 작품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검은 인장의 소설」에 나오는 ‘육십석’ 즉 '익사사르 Ixaxar'도 이들 작가들을 잇는 특별한 연결고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