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심원의 빛」은 탐정 다이슨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 솔즈베리에게 일명 ‘할레스던 사건’에 대해 말해주는 형식을 취하는데요. 즉 런던의 변두리 지역인 할레스던에서 의사인 스티븐 블랙 박사가 자신의 아내 아그네스를 살해했다는 의혹에 관한 것이죠. 다이슨은 할레스던에 들렀다가 이 블랙 박사의 집 창문에서 당시에는 실종됐다고 알려진 아그네스를 목격하고 큰 충격에 빠집니다. 사람의 얼굴에서 악마를 봤기 때문인데요. 결국 의혹은 아그네스의 실제 사망으로 이어져 수사가 이루어지나 부검 결과, 타살 혐의 없이 자연사로 결론 납니다. 그런데 다이슨은 부검 과정에서 나온 충격적인 상황 즉 사망자의 ‘뇌 조직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의 것처럼 변형되어 있다’는 사실을 입수하는데요. 뇌의 변형은 매컨의 작품들에서 심심찮게 접하게 되는 ‘바디 호러’와도 관련이 있죠. 다이슨이 사건의 핵심에 근접할수록 미친 과학자가 미친 실험에 자신의 아내까지 희생시키는 극단적인 광기가 드러나는데요.
이 작품엔 앞서 소개한 「샤이닝 피라미드」처럼 매컨의 오컬트 탐정 ‘다이슨’이 등장합니다. 사실 매컨의 오컬트 탐정은 러브크래프트 서클 내로 한정하더라도 윌리엄 호프 호지슨이나 앨저넌 블랙우드에 비해 정교함이 많이 부족하죠. 다이슨이 등장하는 매컨의 작품은 중단편 4편 정도입니다. 그만큼 호지슨이나 블랙우드처럼 체계를 논할 수준이 아니고 매컨이 그걸 의도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탐정을 내세웠지만 문제의 추리 과정이나 해결 방식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매컨의 탐정 다이슨은 우연에만 의존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죠. 매컨은 중요한 순간마다 다이슨을 런던 거리로 내보내 배회하게 만드는데요. 그러면 어디선가 홀연히 단서가 나타나거나 바람에 날아와 다이슨의 손에 쏙 들어옵니다. 더구나 매번 사건의 전후 과정을 설명해주는 누군가의 편지도 다이슨의 수고를 덜어주죠. 그래서 코난 도일과 동시대에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에서 셜록 홈즈를 기대한다면 여지없이 실망할 겁니다. 매컨이 보여주려는 건 공포인데요. 그래서 신비, 암시, 모호함, 심지어 우연까지 독자에게 번잡하고 피곤한 부담을 주긴 하나, 공포를 가져오는 디딤돌이 됩니다. 물론 매컨처럼 잘 활용한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