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더미러 부인의 집에서 열린 파티. 일국의 각료와 대사부터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윈더미러 부인이 갑자기 손금 보는 수상학자 포저스 씨를 좌중에 소개하고 손금을 보게 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포저스 씨가 신통방통하게 사람들의 개인사를 정확하게 맞추고 미래까지 예언하면서 흥분과 불안이 오간다. 강한 흥미를 느낀 사람 중에 아서 새빌 경은 결혼을 앞둔 상류층 젊은이다. 문제는 포저스 씨 자신도 당혹해하는 아서 새빌의 운명. 손금에 의하면 새빌이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 새빌은 결혼 전에 살인을 저질러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마침내 그는 실제로 살인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데…… 이 작품에서도 「캔터빌의 유령」처럼 오스카 와일드의 고딕 변주는 오컬트에 녹인 풍자다. 와일드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오컬트를 중립적이고 일상적으로 보여주는데, 19세기말 영국인의 일상에 심령주의가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어가 있는가를 반영한다. 와일드의 오컬트는 어둡고 심각한 것이 아니라 당대 상류층의 방식 그대로 유희에 가깝다. 그래서 살인을 의무로 생각하는 아서 새빌이 향해가는 지점은 공포와 긴장보다는 조롱과 아이러니다. 위선과 억압을 까발리기 위한 조롱과 풍자의 오컬트적 원천은 풍부하다. 윈더미어 부인이 손금에 식상해지자 곧바로 텔레파시에 빠져들 준비를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