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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가도 왕십리 상세페이지

가도 가도 왕십리

변두리 사람들의 끈질긴 역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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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종이책 정가
22,000원
전자책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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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00원
판매가
16,500원
출간 정보
  • 2026.03.03 전자책 출간
  • 2026.02.09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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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14.1만 자
  • 65.6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56123156
UCI
-
가도 가도 왕십리

작품 정보

‘가장 천한 장소’에서 ‘새 세상이 열리는 곳’으로
22인의 삶과 죽음으로 그려낸 왕십리의 맨얼굴

왕십리는 살아있다!
정말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곳이 왕십리다. 예전엔 그런 줄 미처 몰랐다. 내세울 만한 변변한 역사와 인물이 없는, 그저 그런 변두리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건 한참 잘못된 것이었다. 갈래를 특정하기 힘든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거쳐 갔다. 그들이 이곳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도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 책을 쓰는 내내 다가가려 하면 할수록 한 발짝 더 멀리 뛰어 달아나며 그 너른 폭과 깊이를 보여 주는 곳이 바로 왕십리였다.
그럼에도 조금 일반화해 본다면, 우리가 저잣거리에서 흔히 마주치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경우에 따라선 당대의 천덕꾸러기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주로 이곳 왕십리에 살거나 흔적을 남겼다. 우리가 ‘민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었다.
이 책은 그런 민중의 이야기다. 그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것저것 가릴 것 없는 사람들이었다. 생긴 대로 살고, 자기에게 주어진 대로 고민하고 행동했으며, 마침내 죽어서는 그 자리 왕십리의 어느 구석에 조용히 자기 자리를 잡은 이들이었다. 그렇게 나와 전혀 다를 것 없는‘작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시간은 한껏 즐겁고 고마웠다. 독자들도 이 책에서‘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견해 준다면 글쓴이로서는 큰 기쁨이겠다. -<책머리>에서

모든 이야기가 그렇게 아름답고 향기로울 리 없었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은 아픈 사연들을 갖고 있었다. 이곳에 묻힌 가톨릭 순교자들이 그랬고, 갑신정변의 고대수가 그랬으며, 임오군란의 김장손이 그랬다. 이들은 출구를 찾기 힘든 삶의 미로 속에서 안간힘을 쓰다 안타깝게 스러져갔다. 그리고 대부분 죽은 뒤 또는 삶의 마지막 국면에 왕십리와 인연을맺었다. 왕십리가 그들의 피울음을 듣고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안식처를 제공해 준 댓가로 이제 왕십리는‘ 주검의 장소’에서‘ 새 세상으로 나아가는 관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스스로 낮아져 민중의 삶 속에 스며들었다가 160여 년 만에 왕십리에서 불쑥 재발굴된 이성문 가계의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조선 최초의 가톨릭 세례자 이승훈의 방손傍孫에 해당하는 이들의 삶은 기구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민중의 역동성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삶의 의지’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 가계의 이야기는 옛 사대부 가문의 족보를 회복했다는 해피 엔딩 스토리라기보다는 스스로 민중이 되어 오늘까지도 끈질기게 삶을 이어 나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분투기로 읽는 것이 온당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왕십리는 이런 이야기의 보고다. 신한승이나 장소팔과 같이 두드러진 인물은 사실 예외적인 경우다. 그보다는 이성문 가계와 같이 그 존재와 생존 방식 자체를 통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 경우는 아직도 무수하게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그렇게 과거의 사람과 장소를 오늘의 우리가 안아서 내일로 넘겨 줄 수 있다면 누가 왕십리가 죽었다 말할 수 있겠는가? 엄연히 살아 있는 왕십리의 발견, 그것이 오늘 우리의 자존심이자 내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다. -<나가는 말>에서
열전列傳이되 지역사‧지리지地理志를 겸한
왕십리와 인연이 있는 22인의 삶을 다뤘으니, 책은 기본적으로 열전列傳이다(글은 13편이지만 등장인물이 복수인 글이 있다). 한데 열전 이상이다. 기왕에 《오래된 서울》, 《우리 손으로 만든 머내여지도》 등 우리 시대의 탁월한 인문지리지 또는 지역사 저작에 참여했던 지은이가 사료, 문학작품, 옛 지도 등 갖가지 자료를 뒤져 ‘왕십리’의 장소성을 중심으로 휴먼 스토리를 엮은 덕분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왕십리란 지역의 역사로 읽어도 좋고, 택견 판이나 움집 등 이제는 사라진 곳들의 흔적을 되짚으며 왕십리의 ‘어제’를 돌아보는 지리지 구실에도 모자람이 없다. 다뤄진 시기가 17세기 또는 1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22인으로 지난 수백 년을 구성하기엔 성글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신나고(현대 택견 개척자 신한승), 기막히고(홀로 숨져간 김동인), 안타깝고(혁명가 고대수), 신기한(도깨비 덕을 본 염동이)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왕십리의 ‘오늘’이 한층 가까이 느껴질 것이다.

민초의 애환이 서린 곳, 왕십리를 살다
주요 등장인물은 당연히 왕십리에 삶의 터전을 두었던 이들이다. ‘민중의 몸짓’을 되살려낸 ‘택견 명인’ 신한승, 서민들의 애환을 웃음으로 승화한 만담가 장소팔, 아들 구명을 위해 ‘반역 우두머리’가 된 선달 김장손, 생존을 위해 스스로 낮아진 사람의 후손 이성문, 독립운동 동지였으나 해방 후 선거 맞수로 만난 지청천과 김붕준이 그들이다. 지은이는 이들의 삶을 되살리기 위해 《포도청등록》 등 수사‧재판기록을 번역해 임오군란 당시 왕십리 사람들의 행적을 드라마틱하게 재연하는가 하면,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자진 몰락’한 한 집안의 구전口傳과 족보 기록을 바로잡기도 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3‧1운동 루렵 동대문 인근에 머물며 광희문 밖으로 나섰던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장소성과 그에 얽힌 사람의 이야기를 찾고 구성하는 저자의 내공에 감탄하게 된다. 그녀의 한국 체류 당시 작품은 물론 1958년 한국 아동들과 영국 유학생들을 위해 베푼 ‘선의’까지 촘촘히 소개하니 말이다.

마지막 쉴 곳, 왕십리에 지다
왕십리로 이어지는 광희문은 시체가 나가는 문이란 뜻의 ‘시구문’으로도 불렸다. 도성 안에는 묘지를 쓸 수 없었기에 왕십리 일대는 온통 묘지였다. 당연히 자의든 타의든 왕십리에서 세상을 뜨거나 최후의 안식처를 찾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지은이는 ‘문학의 신’으로 불리지만 아무도 지켜보지 않은 가운데 이승을 떠난 소설가 김동인, 갑신정변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붙잡혀 형장으로 끌려가던 중 군중의 돌팔매에 맞아 왕십리 청무밭에서 숨진 무수리 고대수, 가톨릭을 통해 새 세상을 꿈꾼 과부‧하녀 등 여성 순교자 4인의 최후를 복원해냈다.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숨졌는지 손에 잡힐 듯 그리면서 이들의 마지막 쉴 곳이 어디였는지 당대의 기록과 증언을 통해 설득력 있게 추정한다. 읽다 보면 “모든 것이 ‘종말처리’ 되는 곳! 그런 곳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묻히고 썩어 그 꿈의 싹을 틔우는 못자리가 되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는 지은이의 지적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이야기로 남은 곳, 왕십리를 누비다
광희문과 광희문 밖, 즉 왕십리 일대는 조선시대 시가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양반네들의 문학에서는 다뤄질 만하지 않은 지역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이야기에는, 그리고 근대 이후 문학에서는 왕십리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없지 않다. 도시 빈민층의 이야기를 다룬 이효석의 단편소설 〈도시와 유령〉에서 막노동을 하던 ‘진 서방’이 일과 후 술 한잔 걸치고 고단한 몸을 뉘려 동대문 일대를 헤매다 걸인 가족을 ‘유령’으로 오인해 혼비백산한 곳이 ‘동묘’의 사당이었다. 19세기 중반 야담집에 실린 염동이 이야기도 오간수문 밖 영도교가 무대다. 여기에 연암 박지원의 〈예덕선생전〉에 이르면 왕십리는 자못 의미심장한 지역으로 떠오른다. 똥을 가장 많이 배출해 내는 서울 도심지와 그 똥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왕십리 등지의 채소 재배 농가를 연결해주던 ‘똥장수’ 예덕선생-더러움 속에서 덕을 찾는 사람-의 행로를 좇아가며 서울 사람들을 먹여 살리던 왕십리의 의미를 되새긴다.
책은 병자호란 때 인조의 측근으로 송파나루에서 치욕의 현장을 지켜보고, 왕십리를 지났던 충직한 신하 이경직의 이야기로 끝난다. 지은이는 풍성한 이야기와 다양한 정보를 담은 책을 “왕십리는 살아있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간 예덕선생의 의지와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자기 몫의 시대적 짐을 기꺼이 수행해 낸 이경직의 분투 같은 것들이 조금이나마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면”이란 단서를 달아서다.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 긴 여운이 남는 책인 이유다.

작가

김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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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도 가도 왕십리 (김창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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