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서양인 시선으로 풀어 쓴 한국 전래 동화
윌리엄 엘리엇 그리피스 구전 민담 모음집
“19세기 서양인의 눈에 비친, 가장 순수한 조선의 이야기”
한 번도 한국에 오지 않았던 작가가, 조선의 숨은 이야기들을 모아 엮다.
낯선 시선으로, 그러나 따뜻한 마음으로 기록한 한국의 옛날이야기.
이제, 오늘의 언어로 다시 깨어납니다.
“우리의 옛이야기, 세계의 문장으로 다시 피어나다”
도깨비, 선녀, 호랑이, 귀신…
그리피스가 들려주는 조선 민담 속 매혹적인 세계로의 초대.
“그 시절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이야기로 되살아나다”
이야기는 문화이고, 정신이며, 시대를 넘는 기억입니다.
그리피스의 『Korean Fairy Tales』를 현대 감성으로 만나는 시간.
윌리엄 엘리엇 그리피스의 "한국전래동화(KOREAN FAIRY TALES)"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서구 사회에 한국의 문화와 민속을 소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는 한국에 직접 거주하며 수집한 설화와 전설들을 영어로 번역하고 재구성하여 서양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 당시 한국 사회의 모습, 사람들의 사고방식, 그리고 그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린 전통적인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를 제공한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시선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구성된 한국 전래동화 모음집이다. 그는 미국의 동양학자이자 회중교회 목사, 교육자, 작가로서 일본과 한국에 대한 관심이 깊었으며, 당대 서구 사회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작품은 한국의 민담과 설화를 서구의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재구성한 것으로, 당시 조선의 민간 신앙, 유교적 가치관, 자연과 인간의 조화, 전통적인 미덕 등을 이야기 속에 녹여냈다. 그러나 단순한 번역이나 직역이 아니라, 서양인의 시각에서 각색되고 윤색된 부분이 많아 원전의 느낌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그리피스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여러 계층과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왕과 신하, 양반과 평민, 부자와 가난한 자, 어른과 아이, 심지어 인간과 초자연적인 존재 사이의 관계까지 다루며, 각 인물의 성격과 그들이 맺는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흥미롭게 묘사한다. 특히, 가족 내의 관계, 이웃 간의 정, 사회적 계층 간의 갈등과 화합 등 한국 사회 특유의 정서와 가치관이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그리피스의 동화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1. 서양식 이야기 구조의 적용
이야기들은 대부분 서양 동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서사 구조, 즉 ‘도입-위기-해결’의 3단 구성을 따른다. 이는 어린 독자들에게 친숙한 형식을 통해 이질적인 문화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흡수하게 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2. 한국 문화에 대한 이상화된 묘사
그는 한국을 신비롭고 이국적인 동양의 나라로 묘사하며, 자연과 인간, 동물과 영혼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로 그린다. 이는 19세기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이 반영된 결과다. 예컨대, 용, 도깨비, 여우 같은 존재들이 인간과 어우러지며 교훈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3. 기독교적 도덕성과 유교적 미덕의 융합
선과 악, 정직과 배신, 근면과 나태 같은 도덕적 메시지가 이야기의 핵심을 이룬다. 이 부분은 기독교 윤리와 유교적 전통이 교차되는 지점이며, 그리피스의 목회자적 정체성이 반영된 결과다.
4. 민속성과 상징의 강조
옥, 용, 불, 구슬, 해와 달 같은 상징적인 요소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이를 통해 단순한 이야기 너머의 상징적 의미를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 상징들은 당시 한국 사회가 자연과 천상계, 인간 세상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5. 교육적 의도와 우화적 성격
이야기들은 어린이 독자를 겨냥한 우화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어린아이, 농부, 가난한 이들처럼 평범한 사람들로 설정되며, 그들이 지혜나 착한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교훈을 전한다.
작품 속 대화는 등장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권위적인 인물은 높임말을 사용하며, 친밀하거나 낮은 계층의 인물에게는 반말을 사용하는 등, 한국어의 존비어 체계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물론, 영어를 한국어의 존비어 체계에 완벽하게 대응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리피스는 문맥과 상황에 따라 어투를 조절함으로써 인물 간의 사회적 관계와 심리적 거리를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스승과 제자,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에서는 존경과 친밀함, 권위와 복종 등 각 관계의 특징이 드러나는 어투를 사용한다. 또한, 사회적 상하 관계 속에서의 대화는 복종, 존경, 혹은 반항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등, 당시 한국 사회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리피스는 한국 전래동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서양 독자들이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각색하는 노력을 보인다. 그는 한국적인 배경과 풍습을 상세하게 묘사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때로는 등장인물의 심리나 행동에 대한 해설을 덧붙여 이야기의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러한 패러프레이징 과정에서 그리피스는 한국적인 정서를 서양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재구성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국 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효(孝)나 권선징악(勸善懲惡)과 같은 전통적인 가치관은 서양 독자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방식으로 강조된다.
한국 민담을 서구 독자에게 소개하는 교량 역할을 한 작품으로서, 민속적 상징과 도덕적 메시지를 서양 동화 형식에 맞추어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그리피스는 한국 문화의 신비함과 인간미를 드러내면서도, 자신이 지닌 기독교적 신념과 서구 중심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였다. 이로 인해 작품은 민속학적 자료인 동시에, 19세기 말 서양인의 문화 번역 시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윌리엄 엘리엇 그리피스의 "한국전래동화"는 한국의 다채로운 설화와 그 속에 담긴 사회상과 인간관계를 서양 사회에 소개하는 데 크게 기여한 작품이다. 등장인물의 성격 묘사, 인간관계의 표현, 그리고 대화 속에 반영된 한국어의 존비어 체계와 사회적 위계질서는 당시 한국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리피스의 능숙한 패러프레이징은 한국적인 정서를 서양 독자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그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한국의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