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에 이르는 유럽 경제사는 파괴와 재건, 분열과 통합, 위기와 혁신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변증법 속에서 전개되었습니다. 이 책은 1948년 마셜 플랜의 시작부터 2025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기금에 이르기까지, 유럽 대륙이 겪어온 경제적 격변의 궤적을 15개의 핵심적 사건을 통해 조명합니다.
전후 유럽의 경제적 재탄생은 1948년 마셜 플랜이라는 미국의 전략적 개입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계획은 단순한 경제 원조를 넘어 유럽 각국의 정치적, 사회적 체제를 서구 자본주의 질서로 편입시키는 문명사적 전환점이었습니다. 동시에 독일의 경제기적은 패전국이 어떻게 유럽 경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사례였습니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에 걸친 독일의 급속한 경제 성장은 루트비히 에르하르트의 사회적 시장경제 이론과 독일 국민의 집단적 의지가 결합된 결과였으며, 이는 유럽 통합의 경제적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유럽 통합의 제도적 기원은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창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로베르 슈만과 장 모네로 대표되는 유럽 연방주의자들의 기능주의적 접근은 석탄과 철강이라는 전쟁 물자의 공동 관리를 통해 독일과 프랑스 간의 영구적 화해를 추구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실용주의는 1957년 로마조약과 유럽경제공동체 출범으로 이어지며, 관세동맹과 공동시장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경제 통합의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는 유럽 경제에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했습니다. 달러 중심의 고정환율제도가 해체되면서 유럽 각국은 통화 불안정이라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이어진 1970년대 오일쇼크는 에너지 의존적 유럽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며,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전례 없는 경제 현상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위기적 상황은 역설적으로 유럽 통합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1979년 유럽통화제도와 ECU 도입은 통화 통합을 향한 유럽의 야심찬 첫걸음이었습니다. 독일 마르크를 사실상의 기축통화로 하는 이 시스템은 유럽 내 환율 안정을 추구했지만, 동시에 독일의 경제적 헤게모니를 공식화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는 향후 유럽 통합 과정에서 나타날 중심부와 주변부 간의 불균형을 예고하는 신호였습니다.
1989년부터 1990년에 걸친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독일 통일은 유럽 경제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냉전 체제의 종료는 유럽 통합의 지정학적 제약을 해제했지만, 동시에 거대한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었습니다. 동독 경제의 서독으로의 편입은 독일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웠으며, 이는 유럽 전체의 경제적 균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1992년 마스트리흐트 조약은 유럽 통합의 획기적 전환점이었습니다. 경제통화동맹의 창설과 단일통화 도입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은 유럽의 정치적 야심과 경제적 현실 사이의 긴장을 드러냈습니다. 1999년 유로화의 도입과 2002년 실물화폐 유통은 유럽 통합의 상징적 완성을 의미했지만, 동시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분리라는 구조적 모순을 내포했습니다.
2004년과 2007년의 EU 대확대는 유럽 통합의 지리적 완성을 추구했습니다. 동유럽 10개국의 가입은 유럽 단일시장의 규모를 확대했지만, 경제 발전 수준의 격차는 새로운 도전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지속된 유럽 재정위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유럽 재정위기는 유로존의 제도적 설계 결함을 노출시켰으며,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주변국들의 경제적 고통을 통해 통합의 정치적 한계를 보여주었습니다. 독일이 주도한 긴축 정책과 남유럽 국가들의 저항은 유럽 통합의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브렉시트는 유럽 통합의 가역성을 입증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영국의 EU 탈퇴는 경제적 합리성보다 정치적 주권 회복에 대한 열망이 더 강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유럽 통합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는 유럽 통합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EU 경제회복기금의 창설은 공동 부채 발행을 통한 재정 통합의 첫 시도였으며, 위기 상황에서 유럽 연대의 실질적 의미를 탐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15개의 역사적 전환점을 통해 유럽 경제가 어떻게 분열에서 통합으로, 위기에서 혁신으로 나아갔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각 사건의 경제적 논리와 정치적 동기, 그리고 사회적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유럽 통합의 복합적 성격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동시에 유럽 통합이 여전히 진행 중인 역사적 실험임을 인식하고, 그 미래적 가능성과 한계를 균형 잡힌 시각에서 전망합니다.
작가 소개
한정엽
• (전) NE능률 23년 재직: 회계, 재무, 기획 업무 • (전) 사이다경제 오프라인 강의: 21년 4월 ~ 23년 1월 • (현) 알엠피 회계 강의: "전사원 꼭! 회계가 직장에서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 (현) 브런치스토리 내 '경제 역사 및 투자 역사' 연재 중(20.4월 ~ 현재)
• (저서) 회계가 직장에서 이토록 쓸모 있을 줄이야: 원앤원북스(2020) • (저서) 최소한의 부의 세계사: 다산북스(2024)
• (전자책 01) 금융자본주의의 시작, 존 피어폰트 모건: 유페이퍼(2025) • (전자책 02) 1929년 대공황: 유페이퍼(2025) • (전자책 03) 카네기, 강철로 꿈을 세운 남자: 유페이퍼(2025) • (전자책 04) 존 D. 록펠러, 석유로 제국을 세운 남자: 유페이퍼(2025) • (전자책 05) 총알 대신 채권을: 미국 전쟁채권의 역사: 유페이퍼(2025) • (전자책 06) 손정의, 소프트뱅크 제국의 창조자: 유페이퍼(2025) • (전자책 07) 리스크를 사랑한 자본: 벤처캐피탈의 역사: 유페이퍼(2025) • (전자책 08) 실리콘실리콘밸리를 지배한 천재들, 페이팔 마피아: 유페이퍼(2025) • (전자책 09) 자본의 제국, 미국 경제의 역사 1: 유페이퍼(2025) • (전자책 10) 자본의 제국, 미국 경제의 역사 2: 유페이퍼(2025) • (전자책 11) 자본의 제국, 미국 경제의 역사 3: 유페이퍼(2025) • (전자책 12) 붉은 실리콘밸리, 미래를 만든 중국 유니콘 15: 유페이퍼(2025) • (전자책 13) 경제로 본 일본 현대사: 흥망의 75년: 유페이퍼(2025) • (전자책 14) 붕괴와 회복, 세계 경제를 바꾼 15가지 사건: 유페이퍼(2025) • (전자책 15) 금화에서 디지털까지, 유럽 경제의 역사 1: 유페이퍼(2025) • (전자책 16) 금화에서 디지털까지, 유럽 경제의 역사 2: 유페이퍼(2025) • (전자책 17) 금화에서 디지털까지, 유럽 경제의 역사 3: 유페이퍼(2025) • (전자책 18) 경제로 본 일본 현대사: 흥망의 75년: 유페이퍼(2025)
• 연락처 : jyhan1971@naver.com
저는 23년간 교육회사에서 회계와 기획 부문의 실무자/팀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지식의 접근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품고 있었고, 특히 사내 강사로서 회계 교육을 진행하며 목격한 현실은 단순한 지식 결핍이 아닌,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근원적 이해의 부재였습니다.
이는 18세기 말 태동한 자본주의의 역사적 흐름과 그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채, 단편적 경제 정보만을 습득하는 현대인의 딜레마를 반영한 현상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결국 경제 지식의 접근 장벽을 허물기 위한 여정을 작게나마 시작했습니다.
난해한 경제 용어와 방대한 자료의 미로 속에서, 역사적 맥락을 통해 경제 원리를 이해하는 접근법을 시도했고, 2020년 초부터 '브런치스토리'에 미국 및 유럽, 아시아 국가의 경제사와 투자 내용에 관한 글을 지금까지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유럽의 경제사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참고로 총 3권 가운데 마지막 이야기 입니다. 유럽의 경제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분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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