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학문이 되어버린 소설
만리장성과도 맞바꿀 수 없는 사랑 이야기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가 다시 돌기 시작 한다, 『홍루몽』
책 소개
중국인이 말하는 단 하나의 소설
20세기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 가지 현학이 있다. 갑골학(甲骨學), 돈황학, 홍학(紅學)이다. 그 중에 ‘홍학’ 이란 소설을 연구하는 학문을 일컫는 말로, 그 어원은 중국의 유명 통속 소설 『홍루몽』에서 온다.
중국인들의 자존심이자, 오랜 관심사인 『홍루몽』은 인물의 성격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긴박감 넘치는 구성 및 아름다운 문체를 지닌 소설로 이름이 높다. 우리나라에선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 가문의 흥망성쇠와 사랑 이야기를 통해 당대 중국의 문화와 사상 및 여러 가지 특수성들을 살펴보기에도 좋은 자료이다.
홍루몽에는 주옥같은 대사와 명언들이 가득 실려 있다. 하지만 120회에 달하는 장편 소설의 구절 하나하나를 아무 안내서 없이 읽어 나가면서 곱씹고 되새기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고전 스페셜- 홍루몽 스페셜』 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명언들만을 엄선하여 ‘명언 해석’, ‘명언 이야기’, ‘명언의 역사적 사례’ 세 가지 항목으로 작품을 분석했다. 첫 명언부터 차근차근 읽다보면 어느새 『홍루몽』을 알고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고전 명언은 편폭이 짧지만 작품의 정수(精髓)가 집약되어 있으며 작가가 작품을 창작하면서 얻은 영감을 매우 밀도 있게 보여준다. 때문에 후세로 전해 내려오면서 고전 명언은 독자들을 깨우치거나 그들에게 사고의 여지를 제공할 수 있는데 수백 수천에 이르는 작품들보다도, 심지어는 명언의 출처가 된 작품 자체보다도 파급효과가 크다.
명언은 역사의 기록이며 축적된 문화의 요체이다. 명언에는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던 중화민족의 삶과 지혜가 담겨 있으며 자연? 사회? 역사 그리고 인생에 대한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이 잘 드러나 있다.
출판사 서평
시간을 뛰어넘어 세대를 풍미하는 사랑 이야기, 홍루몽
고전 연애소설을 생각했을 때 사람들이 쉽게 떠올릴 만한 것은 셰익스피어의『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춘향전』이다. 이것들은 국외냐 국내냐에 차이가 있을 뿐 실제로 구성이나 느낌이 사뭇 비슷하다. 남녀의 사랑과 그들을 방해하는 요소가 시종일관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는 것이 그렇고, 어린 주인공들이 역경 속에서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들이 드러나는 것이 그렇다. 또한 한 권의 책이기에 줄거리를 요약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도 공통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연애소설이 이와 같고, 기실 수십 편의 연애소설이라는 건 도무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전 세계 인구의 1/5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에게 연애 소설이라 함은 곧 『홍루몽』이다. 『홍루몽』은 120회에 걸친 장편 소설로써 좁게는 삼각 관계, 넓게는 수십 명의 남녀가 얽혀 있는 사랑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에 등장하는 400명이 넘는 인물들이 각각의 운명을 따라가며 목소리를 내니, 독자는 한 가문의 몰락기를 통해 중국의 문화와 사상 전반을 알 수 있게 된다. 등장인물에 대한 섬세한 성격 묘사와, 흥미진진한 진행으로 청대의 최고의 소설로 꼽히는 이 작품은 작자나 인물들에 대한 평론을 많이 불러일으켜 ‘홍학(紅學)’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다. 단순한 연애소설이라고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숱한 연애소설처럼 개인의 사랑이나 고난에만 관심을 두었다면 『홍루몽』은 지금처럼 몇백 년을 이어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다. 뻔한 말로 남녀의 사랑을 그려낸 다른 소설들과 『홍루몽』에는 인물의 많은 수나 상세한 시대 묘사와는 별개로 결정적인 차이가 또 하나 있다. 『홍루몽』이 끝없이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는 까닭, 그것은 글 여기저기에 툭툭 던져져있는 숱한 명언들 때문이다.
하나의 글보다 하나의 문단이, 하나의 문단보다 하나의 문장이 때로는 더 많은 말을 하는 법이기에 텍스트 전체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유려하고 진실한 문장들은 독자들의 마음을 이끈다. 중의적인 듯 단순하고, 섬세한 듯 거친, 삶을 담은 말. 단 한 사람을 위한 단 한 개의 말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이름 높은 고전들을 찾아 읽는다.
글 속에서 찾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
고전은 단지 고전(古典)은 아니다. 옛날의 책이라고 하기엔, 현대를 풍미하고 다니는 고전들이 많다. 사람들의 꾸준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문화와 지리적 특성상『삼국지』,『서유기』와 같은 책을 필두로 중국의 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홍루몽』은 썩 많은 조명을 받지 못했다. 4대 기서에 비해 늦게 쓰인 작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통속소설인지라 얼마나 뛰어난 작품인지를 논하기도 전에 먼저 배척을 받은 것이다. 그리하여 『홍루몽』에 실린 주옥같은 명언들은 아직 국내에선 뚜렷하게 조명을 받은 적이 없다.
『홍루몽 스페셜』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명언부터, 익히 들어왔던 명언들까지 『홍루몽』속에 숨 쉬는 귀중한 문장들을 찾아 묶어 놓은 책이다. 유래와 의미, 얽힌 이야기와 실제로 역사 속에서 그러한 명언이 적절히 쓰인 상황까지 찾아내어, 허구와 사실을 비교하며 자신의 삶의 위치를 떠올려 볼 수 있게 한다.
태어나서 자라나며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일련의 과정. 즉 한 개인의 삶 속에서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는 명언들을 보며 우리는 위로를 받고 용기를 내며 흐트러진 자신을 추스를 수도 있다. 이따금 삶에 대한 의문으로 고통스러울 때 수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신뢰해 왔던 책들이 있다. 그리고 그 책 안에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며 혼란을 잠재우는 약과 같은 명언이 있다. 이러한 명언들을 묶어 놓은 『홍루몽 스페셜』은 교양이나 상식을 넓히는 것은 물론이요, 진실한 벗으로 삼기에도 적절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드는 한 부분을 폈을 때 놓칠 것이 없는 책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친구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