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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 산들 분다 상세페이지

에세이/시 에세이

산들바람 산들 분다

어느 책벌레의 빈둥빈둥 산촌 이야기
소장종이책 정가18,000
전자책 정가30%12,600
판매가12,600

산들바람 산들 분다작품 소개

<산들바람 산들 분다> “최성각의 글들은 아름답고 힘차다. 꼭꼭 눌러 담겨 허튼 데가 없다.”

좋은 산문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책,
산문정신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는 책!
최성각의 ‘폼나게 빈둥거리는’ 삶
“자주 소리 내어 웃고, 바로 옆에 누가 있는지 정신 차리고 알아보는 일,
그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최성각의 글들은 아름답고 힘차다. 꼭꼭 눌러 담겨 허튼 데가 없다. 길건 짧건 다르지 않다. 그는 삿된 꾸밈새나 비본질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가 진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시인 김사인)

시인 김사인의 말처럼 최성각의 글은 아름답고 힘차다. 웃음이 나기도 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인간과 이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최성각의 산문이 지닌 힘이자 매력이다. 이번에 출간된 산문집 『산들바람 산들 분다』도 마찬가지다. 최성각의 글이 늘 그렇듯이 이 책에도 “내 시간의 온전한 주인으로서” 살아온 자유인의 거침없는 삶의 성찰이 담겨 있다. 그가 늘 견지해온 생명에 대한 애정은 물론 그가 살아온 일상이 아름답고 힘찬 문장에 가득 담겨 있다. 그야말로 좋은 산문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책, 산문정신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이런 최성각의 글을 두고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그러나 아직도 찾아보기 어려운, 진정한 문학적 발언에 속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성각은 1990년대 초 서울 상계동 쓰레기 소각장 반대운동에 이어 1999년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이라는 환경단체를 만들며 환경운동을 펼쳐왔다. 특히 ‘풀꽃세상’은 새나 돌멩이, 조개, 지렁이 등 비인간에게 참회와 감사의 환경상(풀꽃상)을 드리는 방식으로 환경운동을 벌여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4년 동안 여덟 차례의 풀꽃상을 드린 뒤 ‘풀꽃세상’을 회원들에게 넘기고, 2004년 강원도 춘천 외곽의 골짜기 툇골로 들어가 산촌생활을 시작했다. 『산들바람 산들 분다』는 최성각의 18년여의 툇골 산촌생활 기록을 모은 것이다.


출판사 서평

내 시간의 온전한 주인으로서 살아온 삶

“최성각의 글들은 아름답고 힘차다. 꼭꼭 눌러 담겨 허튼 데가 없다. 길건 짧건 다르지 않다. 그는 삿된 꾸밈새나 비본질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가 진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시인 김사인)
시인 김사인의 말처럼 최성각의 글은 아름답고 힘차다. 웃음이 나기도 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인간과 이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최성각의 산문이 지닌 힘이자 매력이다. 이번에 출간된 산문집 《산들바람 산들 분다》도 마찬가지다. 최성각의 글이 늘 그렇듯이 이 책에도 “내 시간의 온전한 주인으로서” 살아온 자유인의 거침없는 삶의 성찰이 담겨 있다. 그가 늘 견지해온 생명에 대한 애정은 물론 그가 살아온 일상이 아름답고 힘찬 문장에 가득 담겨 있다. 그야말로 좋은 산문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책, 산문정신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이런 최성각의 글을 두고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그러나 아직도 찾아보기 어려운, 진정한 문학적 발언에 속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성각은 1990년대 초 서울 상계동 쓰레기 소각장 반대운동에 이어 1999년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이라는 환경단체를 만들며 환경운동을 펼쳐왔다. 특히 ‘풀꽃세상’은 새나 돌멩이, 조개, 지렁이 등 비인간에게 참회와 감사의 환경상(풀꽃상)을 드리는 방식으로 환경운동을 벌여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4년 동안 여덟 차례의 풀꽃상을 드린 뒤 ‘풀꽃세상’을 회원들에게 넘기고, 2004년 강원도 춘천 외곽의 골짜기 툇골로 들어가 산촌생활을 시작했다. 《산들바람 산들 분다》는 최성각의 18년여의 툇골 산촌생활 기록을 모은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빈둥거리는 게 아니라
폼나게 빈둥거리니까 행복한 것”

최성각에게 툇골이란 어떤 의미인가.
“나이 들어 내가 들어온 마을 이름은 ‘툇골’이었다. 나는 ‘퇴(退)’ 자가 좋았다. 실제로 마을은 막힌 마을이었다. ‘툇골까지’는 가능했고, 툇골을 경유해서 다른 마을로 갈 수는 없었다. 내게는 막힌 길(마을)이 실제로는 출로(出路)로 여겨졌다. 이곳에서 나는 새 세상을 만나고자 했다. 그 길은 누가 대신 찾아줄 수 없는 길이었다. 그 길을 찾는 데 남은 생을 사용해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다.”(231쪽)
‘툇골〔退谷〕’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어떤 선비가 들어왔다가, 너무 외져 살기 힘들어 나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최성각은 “물러나고, 관두고, 피해버리고, 떠나버리고, 에둘러 돌고, 자신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뜻의 ‘퇴’ 자가 좋았다고 고백한다. 오십 즈음에 책보따리를 잔뜩 들고 툇골로 들어온 뒤 지금까지 그는 이곳에서 ‘폼나게 빈둥거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나라고 말할 수 없는 일들은 극구 피하려고 했고, 그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폼나게 잘 빈둥거리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행복하기 위해서 빈둥거리는 게 아니라 폼나게 빈둥거리니까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아는 데에 참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7쪽)
최성각은 이 ‘폼나게 빈둥거리는 삶’ 또한 또 다른 저항이라고 말한다. 피에르 신부가 말했듯이 텃밭 하나를 제대로 가꾸는 것도 소비사회에 대한 분명하고도 확실한 저항이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한심해 보이는 내 산촌살이가 도피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숭고한 선택이었으므로 경쟁과 속도와 효율이 숭배되는 세상에 대한 일종의 항거로 간주되기를 바랐다. 겉으로는 빈둥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시간 부자’로서 삶의 존엄을 확보하고, 쓸데없는 도모를 포기함으로써 얻는 자유로움을 선물처럼 감사했다.”(6쪽)
이곳 툇골에서 그는 텃밭을 가꾸고, 나무를 심고, 땔감도 마련하고, 거위도 키우고, 오두막을 짓고, 버려진 나무들로 이것저것 만들면서 ‘제대로 빈둥거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조금 일하고 많이 노는 것을 목표로 삼고 마침내 생계노동에서 벗어난 ‘기쁨의 노동’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깨달은 것. “무엇보다도 세상은 쉽게 달라지지 않지만, 사람은 매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가장 큰 배움은 우리가 사실 이 행성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 그리고 본래 이 행성의 주인이 아니라는 의식을 지닌 겸손한 존재로서 처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주 소리 내어 웃고, 자주 춤을 추고, 바로 옆에 누가 있는지 정신 차리고 알아보는 일, 그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7쪽)

‘맞다’와 ‘무답이’, ‘철근이’와 ‘구리’
“거위는 그 자체로 눈부시고 아름다운 생명체”

거위를 빼놓고 최성각의 툇골생활을 말할 수 없다. 툇골에서 18년여를 지내는 동안 거위와 15년을 함께 보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거위 대하듯 섬겼더라면 진작 효자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그는 거위를 모시듯 섬겼다. 자신의 두 딸이 자랄 때에도 거위에게 했던 것만큼 지극했던가 묻고 싶을 정도로 거위를 보살폈다. “때맞춰 먹을 것을 챙겨주었고, 물을 갈아주었고, 열심히 채소나 과일을 썰어주었고, 튼실한 알을 낳으라고 멸치나 계란 껍데기를 갈아주었습니다. 사람이 있을 때에는 늘 마당에 풀어주어 운동도 열심히 시켰지요. 연구소 사람들은 제가 거위에게 너무나 지극정성인 것을 보고 비웃기조차 했습니다. 마당의 개보다 저는 거위를 돌보는 일에 더 집중했습니다. 아마 어린 것들이기 때문에 그랬을 겁니다.”(140쪽)
처음 툇골에 거위를 들인 이유는 뱀 때문이었다. 아는 선배 한 분이 거위가 뱀을 쫓아낼 거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내 등판은 거위 놀이터다〉는 거위와 첫 대면하기 위한 고군분투의 기록이다. 거위를 구하기 전에 거위집부터 짓는 풍경이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부화장에서 겨우 거위를 구한 장면을 읽으면 슬며시 웃음이 배어나온다. 부화장에서 툇골로 돌아오는 길, 세상에 관한 비관적인 대화 중에 새끼 거위 한 마리가 “귁, 귁” 하고 우는 것이 꼭 “맞다, 맞어!” 하는 소리로 들려서 그 거위에게 ‘맞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아무 소리도 안 낸 거위의 이름은 자연스레 ‘무답이’로 부르게 되었다. 툇골에 도착하고 두 마리의 새끼 거위가 거위집으로 들어간 순간을 최성각은 ‘신화적 순간’이라고 말한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신화적 순간은 또 있었다. 연구소 마당에 맞다와 무답이를 라면박스에서 풀어놓은 뒤, 이미 오래전에 잘 지어놓은 거위집으로 모시던 순간이 그때다. 녀석들이 처음으로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은 두 번 되풀이될 수 없는 일이었다. 최초로 딱 한 차례, 자신들을 위해 정성껏 마련해둔 곳으로 입주하는 것이었다.”
최성각에게 이 ‘맞다’와 ‘무답이’는 굉장히 소중한 존재다. 《거위, 맞다와 무답이》(실천문학사, 2009)라는 제목의 생태소설을 쓸 정도로 두 마리 거위는 최성각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생명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안겨준 존재다. 그리고 ‘맞다’와 ‘무답이’가 수리부엉이로 짐작되는 날짐승에게 습격을 당해 세상을 떠난 뒤(“맞다와 무답이의 죽음은 오랫동안 툇골에 살던 사람들을 깊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시 ‘철근이’와 ‘구리’(어떤 맹금류의 발톱도 파고들지 못하도록 쇠붙이 이름을 붙여준 것)를 툇골에 데리고 올 정도로 거위에 대한 사랑은 지극했다.
이 책에는 거위 이야기가 수없이 등장한다. 이토록 거위 이야기가 많은 이유를 최성각은 〈들어가는 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특히 거위 이야기가 많은 까닭은 원고 청탁을 받고 글을 쓰려고 하는 순간, 마당에서 거위가 큰 소리로 궥궥거리거나 달밤에 하얀 거위가 조용히 날갯짓을 하면, 나도 몰래 쓰려고 하던 다른 이야기들을 접고 거위 이야기를 쓰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거위의 기가 그토록 강했던 것이다.”(5쪽)

아무때나, 척사툇골도, 민들레길, 앵두할머니…
“모든 ‘관계’는 이름 짓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최성각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우리가 지금껏 사용하는 것들이 꽤 있다. 2003년 새만금 살리기 운동 당시 처음 등장한 ‘삼보일배’. 최성각은 이 행위에 ‘삼보일배’라는 이름을 붙이고 본인이 직접 실행한 바 있다. 그 후 삼보일배는 ‘저항의 행위’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생명평화’라는 말도 최성각이 새만금 살리기 운동 당시 만든 합성어다. 요즘 하나의 장르가 된 ‘환경책’이라는 단어도 역시 최성각이 만들어 퍼뜨린 것이다. 해마다 열리는 ‘환경책큰잔치’ 또한 최성각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이렇듯 최성각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환경위기, 자연파괴의 심각성을 새로 만든 단어를 통해 고발하고, 확장시켰다.
‘삼보일배’ ‘생명평화’ ‘환경책’ 등이 우리 시대의 개념 확장을 위한 이름 짓기였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이름들은 ‘관계’를 위해 새로 만든 것이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참 중요하다. 너무나도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어떤 사물에 이름을 짓는 순간 그 사물은 이름이 없을 때와는 다르게 이름을 부르는 사람의 삶에 삽입되고 개입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름을 지은 사람이 사물을 간섭하고, 때로는 사물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도 된다. 이른바 모든 ‘관계’는 이름 짓기에서부터 시작된다.”(16쪽)
거위들에게 ‘맞다’와 ‘무답이’, ‘철근이’와 ‘구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부르는 순간 거위는 그냥 보통의 거위가 아니라 ‘내가 섬겨야 할’ 대상이 되었다. “그들이 연구소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뱀을 퇴치할지도 모른다는 그들의 효용은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단지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그들은 할 일은 다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책에는 재미있는 이름들이 무척 많이 등장한다. 최성각은 사람, 동물, 길 등에 이름을 붙이고, 그에 대한 존재 의미를 진하게 풀어놓는다. 그 이름들에 얽혀 있는 이야기들을 읽으면 삶은 더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아무때나: 아무 때나 울어 젖히는 장닭의 이름. 족제비에게 머리를 잘려 죽었다. “시골은 속수무책에 불가항력의 일들이 늘 일어난다.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하고, 닭들이 죽음을 당하기도 하고, 풀들은 무섭게 자랐다가 때가 되면 힘없이 스러지기도 한다.”
* 척사툇골도(斥蛇退谷刀): 툇골에 자주 나타나는 (다양한) 뱀을 (전격적으로) 배척하는 창. “그들은 내가 그 무시무시한 무기들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제작했다는 것을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
* 배배꼽: 20만 킬로 뛴 하얀색 트럭을 지암리 이장한테 한 푼도 못 깎고 100만 원에 구입했지만, 차가 굴러가고 짐을 싣고 내리기 위해 든 수리비가 더 들어서 붙여준 이름. “트럭의 짐칸에 땔감이든, 거위한테 줄 싸래기 포대든, 버려진 것들 중에 얼마든지 다시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든, 뭣이든 가득 실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 빼빼: 빼빼 말라 보이는 강아지에게 붙여준 이름. 자주 굶고, 자주 얻어맞았던 빼빼는 새 주인을 만나 17년간 호의호식하다 세상을 떠났다. “빼빼는 지난겨울에 세상을 떠났어야 할 생물이었다. 그러나 주인의 극진한 사랑으로 화사한 봄과 이내 닥친 폭염, 그리고 시원한 가을을 한 번 더 누렸는데, 사랑은 때로 순리를 역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고, 알게 되었다.”
* 봉단이: 홍명희의 《임꺽정》의 등장인물에서 따온 강아지 이름. “엄동설한 속에서 봉단이가 이겨내고 지켜온 것은 단지 겨울의 추위만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추운 날 저녁, 봉단이와 곧 봄이 올 것이라고, 조금만 참자고 서로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 앵두할머니, 앵두할아버지: 선량하기 짝이 없는 할머니가 웃으실 때 볼이 발그스레한 모습이 꼭 앵두 같다고 해서, ‘앵두할머니’라 부르기 시작했다. 할머니 별명으로 인해 할아버지는 자연히 ‘앵두할아버지’가 되었다.
* 민들레길: 개인 도서관인 연구소에 이르는 길이 온통 노란 민들레꽃으로 뒤덮이자 붙여준 이름. “나는 이 길을 오르내리면서 매번 수혈이 되었다. 몸속 탁한 피가 빠지고 민들레빛 새 피로 채워지니 걸음은 나도 모르게 춤이 되었고, 몸짓은 출렁출렁 흐느적흐느적 두리뭉실 노래가 되었다.”

“모두들, 참 겸손한 마음으로
다른 삶을 모색해야 할 텐데, 싶습니다.”

이 책의 큰 주제를 말하라고 하면 ‘다른 삶을 모색하기’일 것이다. 최성각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환경운동하는 작가’이다. 그간 ‘환경운동’에 대해 수많은 글을 써왔고, 그 글들은 늘 큰 울림을 전해주었다. 퇴골생활 기록만을 모은 이 책에도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이 가득 담겨 있다. 최성각이 우리 구성원을 향해 주장하는 건 단순하다. 우리 인간은 본래 이 행성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 그래서 겸손한 존재로서 다른 삶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자연생태계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인간중심주의와 성장 일변도의 사고관을 버려야 그나마 파국으로 치닫는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하지만 가능할까? 아직은 비관적이란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길이 아니면 가지 말자고 최성각은 말한다. “깨끗한 들판이기는커녕 걸레처럼 만신창이가 다 된 타락한 물신(物神)의 들판, 그리하여 회복 불가능할 지경으로 오염된 들판이 아니겠는가. 산하가 그렇고, 정신의 들판이 그렇다. 설사 그렇더라도 난행(亂行)은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단정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한다.”(97쪽)


저자 프로필

최성각 19550000

  • 학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중앙대학교 문창과
  • 경력 녹색평론 편집자문위원
    프레시안 서평위원
    풀꽃평화연구소

2018.08.08.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저: 최성각
사람들이 ‘환경운동하는 작가’라고 부른다. 그런 작가가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날 두 차례 신춘문예 당선 이후 『잠자는 불』, 『택시 드라이버』, 『부용산』 등 몇 권의 ‘소설집’도 펴냈으나 2000년도 초 서울 상계 소각장 건설 소동에 휘말린 이래 환경운동에 뛰어들게 되었다.

1999년 화가 정상명님의 작고한 따님의 이름인 ‘풀꽃’에서 따온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이라는 환경단체를 만들어서 새나 돌멩이, 조개, 지렁이 등 비인간에게 참회와 감사의 환경상(풀꽃상)을 드리는 방식으로 환경운동을 벌였다. ‘풀꽃운동’은 한국 환경운동사에 처음 출현한 심층생태학에 바탕을 둔 시민운동이었다.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삼보일배’, ‘생명평화’ 같은, 없던 말을 만들었다. 4년 동안 여덟 차례의 풀꽃상을 드린 뒤. 당시 ‘시민 있는 시민운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풀꽃세상’을 회원들에게 넘기고, 2003년 ‘풀꽃평화연구소’라는 임의 기구체를 만들었다. 이듬해인 2004년 춘천 외곽의 골짜기 툇골에 들어와서 연구소를 돕는 사람들과 같이 텃밭도 가꾸고 땔감도 마련하고, 거위도 키우고 버려진 나무들로 이것저것 만들면서 산촌생활을 시작했다. 조금 일하고 많이 노는 것을 결사적인 목표로 삼고 마침내 생계노동에서 벗어난 ‘기쁨의 노동’을 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팡질팡 비틀거리는 게 일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운동을 하든, 자기표현이라는 욕구에 부응해서 글을 쓰든, 여기 존재하는 이유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조금이라도 더 폼나게 빈둥거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지은 책으로 생태소설집 『쫓기는 새』, 『거위, 맞다와 무답이』, 『사막의 우물 파는 인부』, 생태산문집 『달려라 냇물아』, 『날아라 새들아』, 환경책 독서잡문집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욕망과 파국』 등이 있다. 요산문학상, 교보환경문화상 등을 받았다.

목차

들어가는 글_ 나는 언제나 폼나게 빈둥거리고 싶었다.

봄, 마른 낙엽을 밀어내는 원추리 새순

봄이 오니 마당의 짐승들도 바빠지네
히말라야 당나귀’ 한 마리를 키울 것이다
오두막 지붕에 올라 고광나무꽃 향기에 취하다
로렌스의 뱀과 나의 척사툇골도
장닭을 잃었건만, 내가 할 일은 없었다
올해에도 논에 물을 대신 앵두할아버지
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마을까지 엄습한 종자전쟁
‘길’에 관한 다섯 개 허튼소리

여름, 개울에 빠진 거위

버려진 것들의 생명력
내 등판은 거위 놀이터다
이젠 사람이 아니라 거위를 섬길 때다
쥐와 싸우면 못 이긴다
정자 기둥을 잘라 평상을 만들다
철근이와 구리
오두막 한 채는 내 오래된 꿈이었다
깻잎이 자야 한다
배나무 지팡이
감히 파리채로 뱀을 기절시키려 들다니
버들치가 사라지니 웅덩이도 죽었다
사라진 물까치, 녹고 있는 빙하
오남매 숯가마 이야기

가을, 밤송이 속에 파고드는 달빛

초가을 텅 빈 산길 30리
뽕잎 따는 날
저수지 옆, 숲에서 만난 소년
가래나무 아래에서 ‘생명평화’를 생각하다
가래나무 내 친구
가래알을 씻어 말리면서
시드는 풀을 바라보며 배운다
달밤에 말벌집을 떼내다
땔감을 마련했으니, 겨울이여 어서 오시라
빼빼의 일생
뱀을 만나야 한다

겨울, 적설에 부러지는 귀룽나무 가지

시골에 뿌리내리는 법
산촌의 겨울
제복(祭服)과 땔감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 일들을 묵살하기
거위와 같이 사는 이유
흰둥이’의 짧고도 고독했던 일생
산촌의 겨울 고라니
겨울밤, 우리 봉단이
세밑의 들기름 한 병
봄을 기다렸던 나의 이웃, 박나비
봄이 오면 접시꽃을 심어야 한다

나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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