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불만족 공교육에 뛰어든
진보교육감의 교육혁신 분투기
우리나라 학생들은 세계에서 제일 행복하지 않은 학생집단이다. 세계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 세계 최하위 행복감, 세계 최하위 민주시민 의식이라는 상처뿐인 영광을 안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대물림을 끊는 희망교육, 포기 없는 책임교육, 선진국형 혁신교육, 함께하는 참여교육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불행한 교육’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공교육 개혁과 혁신 전도사 곽노현은 아이들의 행복한 교육혁명을 위해 무엇보다 교육행정 혁신을 주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문·예·체 교육이다. 이는 입시경쟁을 넘어 전인교육을 할 수 있는 정책으로 창조와 평화, 우애의 즐거움으로 이끄는 초대장이다.
공교육의 새 표준이고 우리 교육의 희망인 혁신학교는 학력주의와 획일주의를 양 기둥으로 삼은 공교육의 구 표준과 관료주의 학교 문화를 과감하게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2011년 초중고 29개의 혁신학교로 출발해 지금은 총 67개의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학교혁신운동의 일차적 목표는 배움의 즐거움이 넘치는 교실수업, 교사가 학교운영의 실질적인 주체가 되어 활발하게 토론하는 교무회의, 공문처리가 아니라 교육과 돌봄이 최우선인 학교행정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또 중학생 때 직업체험교육을 함으로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미리 찾아 흥미를 적성으로, 적성을 진로로 정해야 한다. 공교육은 아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진로를 열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해주어야 한다. 진로를 찾은 아이는 방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려면 학교가 학생인권과 학생자치를 최대한 보장하는 민주주의 체험학습장이 되어야 하며 경쟁에서 협력으로, 차별에서 지원으로, 일방적 통제와 복종에서 자율과 책임으로 학교문화를 바꿔야 한다. 학교의 문화와 학교행정이 동시에 혁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701일간 현장을 찾고 학생들을 만나고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교육희망의 씨앗을 뿌리고자 분투했다.
교육혁신은 학교혁신이고
학교혁신은 교원업무정상화부터
학교는 20년 후의 우리 사회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교육의 실천주체이자 실천현장은 학교이고 교육활동의 주체는 교사다. 그런 교사가 교육업무가 아닌 행정업무에 치여 행정업무담당자로 전락했다. 학교는 교육하는 곳이라기보다 거대한 관료조직의 말단조직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수업이나 학생지도를 잘하는 교사보다 행정지시를 잘 수행하는 교사가 승진할 수밖에 없다.
교원업무정상화는 교사가 교육활동보다 행정업무에 더 매달려야 하는 비정상적인 학교조직을 교사에게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줌으로써 수업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만날 수 있도록 교사를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교사의 시간을 아이들과 소통하고 지도하는 데, 학부모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데 온전히 이어지게 하는 일이다.
저자는 교육개혁이란 교사를 교육의 주체로 중심에 세우고 교사의 각성과 자발적인 노력에서 시작되고 완성되는 것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지도록 교육행정을 개혁해야 한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교육격차 해소의 정답,
중식지원비율에서 찾다
공교육의 기본은 모두를 위한 차별 없는 교육이다. 공교육다운 공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자지역과 낙후한 지역의 학교 간 교육격차가 해소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했다. 그 기준이 바로 중식지원비율이다. 중식지원비율은 학교의 객관적 위상과 형편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학부모와 학교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물론 지원현황을 정확하게 반영한 지표다. 중식지원비율이 높다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돌봄필요가 증대하는 것으로 중식지원비율이 높다는 것은 빈곤층이 많다는 통계다. 그러므로 당연히 중식지원비율이 높은 순서에 따라 교육지원비도 높여야 한다. 부모효과, 동네효과, 계급효과에 따른 교육성과의 격차를 정책적으로 최대한 줄여 교육에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했다.
또 중식지원비율을 활용하여 인사정책을 펼쳤다. 중식지원비율이 25퍼센트 이상 학교에서 재직한 교장은 중식지원비율이 5퍼센트 미만 학교로 이동시켰다. 같은 이치로 중식지원비율이 5퍼센트 미만 학교에서 재직한 교장은 25퍼센트 이상 학교로 전보했다. 누구도 양지에서만 근무할 수 없고 누구도 음지에서만 근무하지 않게 했다.
정책사업과 쪽지인사가
공교육을 망친다
정책사업 덕에 공교육이 이만큼 발전한 걸까, 아니면 정책사업 탓에 공교육이 이렇게 정체된 걸까? 곽노현은 교육부나 교육청이 주도하는 정책사업을 현행 수준의 10~20퍼센트 수준으로 감축하지 않으면 학교가 살아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책사업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 일반예산만으로는 정책사업이 의도하는 프로그램이나 사업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현장과 교육주체들의 자율과 책임, 참여와 혁신을 이끌어내려면 교육부는 교육청으로, 교육청은 학교로 권한을 이양하고 위임해야 한다. 학교에 정책사업 용도로 돈을 줄 게 아니라 일반용도로 예산을 줘서 학교가 교육적으로 필요한 용도에 돈을 쓰고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같은 돈이라도 새는 돈 없이 알뜰하게 쓰면서도 효율성이 대폭 증진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학교 자율성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는 잊을 만하면 인사스캔들이 터져 나온다. 인사권자의 자의나 실무자의 농간이 통할 여지를 대폭 줄이려면 인사원칙과 기준이 뚜렷해야 한다. 취임 직후 곽노현은 금품, 향응, 청탁 없는 순도 100퍼센트 청렴인사방침을 천명했다. 이른바 쪽지인사 관행을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곽노현의 새 인사원칙은 ‘교육격차 해소’ ‘양성평등’ ‘학교혁신’이었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열악한 동네의 비선호학교에 적극적이고 경험 많은 장학관이 교장으로 나가도록 조치했다. 양성평등 관점에서는 여성장학관 임용을 확대했다. 이런 원칙 있는 인사행정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평가 인사부문에서 서울교육청이 1위를 했다. 이 성적표는 전적으로 곽노현의 인사혁신 노력과 성과에 대한 종합성적표였다.
시행착오로부터 얻은 교훈,
교육개혁 10계명
제1계 보편적 공교육의 최우선적 임무는 부모의 계급격차와 지역의 경제격차를 보완할 수 있는 교육기회의 실질적 균등을 보장하는 데 있다. 공교육 당국은 빈부지역 학교 간 교육격차 해소를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한다.
제2계 지금의 획일적 국민공통교육과정은 실질적 평등교육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구조적 폭력이다. 교육과정의 내용과 운영체제, 수업 및 평가방식을 모두 21세기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 교육개혁의 핵심은 교육과정 개혁이다.
제3계 학생은 공식교육과정에선 민주주의를 배우지만 학교생활에선 엘리트주의와 권위주의를 체득한다. 존중과 배려, 자율과 책임 등 민주시민의 가치와 태도를 몸에 배게 하려면 공식교육과정 말고도 잠재적 교육과정, 곧 학교문화를 바꿔야 한다. 학생인권과 학생자치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제4계 교육부에서 교실까지 관철되는 관료주의 체제개혁이 최우선이다. 모든 단계에서 관료주의 군살을 과감하게 덜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교육부와 교육청부터 개혁해야 한다.
제5계 교사의 동기유인과 욕망구조를 먼저 바꿔야 양질의 21세기 교육이 가능하다. 교원 양성과 채용, 배치와 평가, 연수와 승진 등 교원인사, 승진제도부터 개혁해야 한다.
제6계 교육혁신은 학교혁신이고 학교혁신은 교원업무정상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제7계 일보다 사람이 먼저다. 제일 먼저 개혁주체 형성과 개혁동력 확산에 필요한 일부터 하라. 개혁세력을 구축하고 확산하기 위해 인사권과 협치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제8계 현장교사를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삼아야 한다.
제9계 교육청개혁도 학교개혁도 고도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제10계 마을이 학교다. 지역사회와 학교가 서로를 향해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협치 없이 협력 없다. 교육발전을 위해서는 학생참여와 학부모참여는 물론 지역사회의 참여와 협력을 실질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