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80년대 초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래 30년 농협생활의 대부분을 조사부, 농협경제연구소 등 조사 연구부문에서 보냈다. 이 책자는 그간의 조사 연구 생활 동안 언론기관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이 기고문들은 대부분 필자의 농협 근무 후반기인 2000년에서 2013년 사이에 쓰여 졌다. 제1부 「기고문」은 농민신문, 내일신문, 농수축산신문 등에 ‘시론’, ‘경제시평’ 등으로 쓴 글이고, 제2부인 「대만의 농업·농촌」은 대만에 있는 농업관련기관에 파견 나가 있으면서 농민신문에 객원기자로서 쓴 글이다.
하나의 조그만 책으로 엮으려고 보니 각 글들을 준비하고 있던 때가 뇌리에 스친다. 2000-2012년 사이에 우리의 농업계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UR협상 타결 (1984년)에 이은 WTO 체제의 출범(2005년)으로 한국 농업이 수입개방의 파고를 맞게 되면서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던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미처 준비가 되기도 전에 커다란 위기가 닥쳐왔다는 데 있었다. 정부 당국에서도 많은 농업대책을 제시하였으나 농민의 입장과는 견해차가 큰 부분이 많았다. 이를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정부에 합리적인 보완책을 요구하는 일이 당시 농협 조사 연구진이 풀어야 할 과제 중 커다란 한 부분이었다. 필자는 농업경제학을 전공했던 터라 학부 때 배운 것부터 농협에 들어와 배우고 익힌 것을 총동원하여 실행 가능한 대안을 고민하느라 끙끙대었다. 이때의 노력들이 우리 농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지 않았나 싶다.
가족농, 직접지불제, 경제위기와 농업의 역할 등 주요 주제 중에서 ‘통제·자급 가능 주요 곡물은 오로지 쌀’을 책 제목으로 만들어 보았다. 약간 자극적인 제목인 것 같으나 기실 과장은 없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마저도 흔들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외부로부터 예외 없는 농산물무역자유화의 압력이 가속되고 있는데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가 쉼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최근 들어 FTA를 비롯하여 TPP, 그 이름도 낯선 RCEP 등 양자간, 다자간 무역자유화협정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고 또 타결에 이르고 있다. 작년인 2015년 12월말 현재 우리나라가 이행에 들어간 FTA는 11개나 되며, 나라 수로는 50개국에 이른다. 더구나 거기에는 세계의 최대 경제국이며 농업강국인 미국, EU 그리고 중국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지구온난화에 의한 매우 불규칙한 기후변화까지 내습하여 우리 농업은 유사 이래 가장 혹독한 어려움에 놓여 있다. 이렇게 본다면 그나마 우리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고, 자급하고 있는 쌀의 중요성을 백 번 천 번 강조한다 해도 지나치다 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실로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 같다. 우리의 농민, 농촌, 농업이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우리 농민, 농촌, 농업을 살려 나가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이 조그만 책자가 널리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 실려 있는 글 중에 제Ⅰ부 기고문의 1, 3, 4, 7, 9, 10 그리고 13번의 글을 더욱 추천 드리고 싶다. 농업에 대한 기본 인식을 다지는 데 좀 더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해서다. 그리고 제Ⅱ부에 실려 있는 수입농산물피해구제기금, 농업발전조례, 국가수반도 참석하는 전국농업회의 등 대만 농정·농협에 관한 글 또한 우리 농업·농정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본다. 모쪼록 이 소책자가 농협중앙회, NH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관련 회사, 지역농협, 지역축협 등에 입사하여 미래의 농업•농촌을 이끌어 가고자 하는 젊은 분들에게도 눈에 띄어 읽혔으면 좋겠다. 우리 농업•농촌에 대한 기본적 이해는 농협 입사를 위해서는 물론, 입사 후 농협생활을 영위해 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력이나마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께 농민·농촌·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하는 데 일조를 하고 싶다. 이 책자를 읽어 주실 독자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