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돌봄의 시작, 치유와 위로
버티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괜찮아지지 않았다. 고단한 일상을 버티며 살아 내다 문득문득 지금 잘 살고 있는 건지 고민하고, 나 자신을 돌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나에게 필요한 건 뭔지, 어떻게 돌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느새 우린 세상이 가리키는 방향과 요구에 맞춰 살다가 자기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 책은 자기를 아는 방법과 자신을 돌보는 법을 들려주는데, ‘자기 돌봄’은 ‘자기 배려’로도 번역되는 미셸 푸코의 용어로, 각자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 잘 사는 것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이에 맞게 자신을 변모시키는 것을 말한다. 자기 돌봄에서는 어떤 삶이 잘 사는 삶인지 정해져 있지 않고 자기 고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인생이란 자기에게 가장 좋은 삶을 찾는 과정이자, 스스로 만들어야 할 창작품 같은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쟁과 인간관계로 상처받고, 상대적 박탈감이나 좌절된 욕망 때문에 힘든 사람에게는 치유가 우선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나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방법을 먼저 살펴본다.
잘 살아가기 위한 삶의 방식, 자기 돌봄
서양철학의 아버지 격인 소크라테스는 철학의 역할이 자기 돌봄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자기를 돌본다는 것은 “자신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고, 사람들에게 잘 살기 위해 자기를 돌보도록 권고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조력자 역할을 철학자의 사명으로 삼았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것에 관해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삶을 이끌고 주도하는 ‘나’가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말, 행동, 감정, 욕구가 달라지고, 재산이나 권력, 지위를 사용하는 방법도 달라지며 삶도 달라진다고 봤다. 그렇기에 나를 안다는 것은 ‘나’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안다는 것이고, 이런 자기 인식은 자기 삶에 대한 검토를 통해 가능하다. 저자는 ‘나’를 알기에 앞서 “나 역시 인간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특성을 아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인간에 관해 먼저 살펴본다. 인간은 본래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서 서로 돕고 협력하며 살았다는 루소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는 자기애를 추구하면서도 타인에게 공감을 발휘하여 서로 돕고 협력할 수 있다.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이 개개 인간의 불완전함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인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끝없는 경쟁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자신을 탓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경쟁은 내가 원하는 삶이나 ‘나’와 멀어지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향의 삶을 좇아야 할까? 에리히 프롬은 인간 유형을 ‘소유 지향적 인간’과 ‘존재 지향적 인간’으로 구분한다. 그중 존재 지향적 인간은 자기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지, 원하는 존재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심하고 세계와 조화로운 관계를 맺길 원한다. 그렇기에 ‘자기’가 만들어지고 성장할 수 있으며,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존재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고, 자기를 실현하는 행복감 또한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나를 만든다는 것은 내 삶을 만든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내가 만들어 가는 ‘내가 원하는 삶’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한 삶을 살지만 행복하지 않고,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살아도 외로움을 느끼며, 간절히 원하던 목표를 이뤘어도 허탈할 수 있다. 타인이 규정한 “삶을 좇아 산다면, 이런 삶 속에는 내가 없다. 내가 고민해서 찾은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타인이 만든 기준에 맞추려 버둥대다 지친 우리에게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방법을 알려 준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창조하려 한 오스카 와일드, 마르틴 하이데거가 제시한 ‘시인 같은 삶’, 즐거운 인생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 여긴 에피쿠로스 등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잘 사는 방법을 찾게 해 준다. 나답게 잘 사는 것, 적어도 나에게 맞지 않는 삶을 살지 않는 것이 나를 돌보는 게 아닐까? 이 책은 왜 나를 돌봐야 하는지, 왜 스스로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지 알게 해 준다. 그리고 성공한 삶, 도덕적 삶, 정상적 삶, 종교적 삶 같은 흔한 삶의 방식이 아닌, 나에게 맞는 삶을 만들어 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동서양 철학자의 사상과 종교적 가르침, 소설, 시 등을 통해 제시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