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로 이민을 온 지 14년째 되던 2008년 겨울 어느 날, 기도 가운데 성령께서 책을 쓰라는 감동을 주셨다. 너무나 뜻밖으로 나의 성향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나는 글재주가 없는 사람이라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연이어 빌립보서 2장13절 말씀이 뒤따르듯 떠올랐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로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
그해 12월부터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해서, 7년이 지난 2015년 7월에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부족한 나 스스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주님의 살아계심을 실감하고 있다. 끝마무리를 마친 원고를 들고 제일 먼저 주님 앞에 달려가 올려드리면서 다음 행보가 막연하다고 기도했다. 나의 지경에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나 인맥도 나를 도와주고 돌보아줄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도 없을 뿐 아니라 그런 사람과 어떤 연결고리도 없다. 세상에 이름이 알려져 유명한 분, 교계에서 존경받는 분, 훌륭한 설교자나 능력자 모두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오직 주님 한 분만 알 뿐이다.
나는 그렇게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리니 주님께서 “네가 열거한 그 모든 사람을 내가 만들었고 허락하였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나는 주님 한 분이면 된다.
나의 이야기는 세상에서 크게 성공했다는 간증이 아니다. 전혀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내가 회심의 과정을 거칠 때마다 겪어야 했던 연단과, 그 연단의 과정에서 오직 주님의 은혜로 매 순간 승리할 수 있었던 삶을 이야기했다. 글을 쓰던 당시에, 개인사업을 하다가 파산을 하였고 도무지 회복될 것 같지 않던 경제적인 처참한 가운데 있었다. 오랫동안 믿지 않는 남편을 보며 소망이 없다는 생각에 말할 수 없는 번민에 사로잡혔다. 열매가 없는 간증은 의미가 없으며 은혜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글을 자꾸만 멈추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엄청난 착각이었다. 하나님은 나의 완악함을 너무나 잘 아시고 남편보다 나를 먼저 찾으신 것이다. 그로인해 남편은 하나님께서 쓰시는 연단의 도구가 되어 나의 완악함이 녹아질 때 까지 고난의 풀무 가운데를 함께 지나올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하나님을 찾지 않는 시간들이 나의 연단의 기간이었으며 뜨겁게 달궈진 7년의 연단이 곧 간증이 될 수 있었고, 내가 새사람이 되기를 하나님께서 기다리신 시간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남편이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새사람으로 변화된 나는 지난 날 하나님께서 주셨던 새 일을 시작했다. 신앙인을 대상으로 돕는 배필이라는 결혼상담과 신앙상담, 혼자가 된 여성들을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권면하고 이끌어주는 일이다. 홀로된 것에 아픔과 괴로움에 시달리면서 이민자의 피폐한 삶의 무게까지 고스란히 안고 찾아오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매번 이 일에 무척 흥분하고 있다.
옛사람의 나는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가져야 했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면 몸살을 앓듯 견디지 못해 병이 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탐하고 싶은 것이 그다지 없다. 오직 끝없이 내게 쏟아부어주셨던 주님의 은혜와 긍휼함을 그들에게 나누어주고 부어주는 일을 하지 못하면 병이 날것만 같다. 이 일은 분명 나의 소명이다. 그런즉 빌립보서 2장 13절 말씀이 이루어졌다고 믿고 싶다.
그러므로 이 책이 고난의 골짜기를 지나는 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