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을 마치고 돌아온 허숭(許崇)은 두 팔을 깍지를 껴서 베개삼아 베고 행리에 기대어서 비스듬히 드러누웠다. 가만히 누워 있노라면, 모기들이 앵앵 하고 모깃불 연기를 피하여 돌아가는 소리가 멀었다 가까웠다 하는 것이 들린다. 인제는 음력으로 칠월에도 백중을 지나서, 밤만 들면 바람결이 선들선들하는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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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 건강은 날이 갈수록 회복되었다. 정선은 서울을 떠나기 전 사흘 동안 비로소 남편과 한자리에서 잤다. 그들은 마치 신혼한 내외 모양으로 새로운 정을 느꼈다. 정선은 숭에게 서울까지 동행하기를 청했으나 숭은 듣지 아니하였다. 정선은 혼자 식전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숭은 앓고 나서 처음 정거장까지 먼 길을 걸었다.
살여울에 봄이 왔다. 달내물이 기쁘게 부드럽게 흘러간다. 농촌의 봄은 물이 가지고 온다. 청명 때가 되면 밭들을 간다. 보삽에 뒤집히는 축축한 흙은 오는 가을의 기쁜 추수를 약속하는 것이다. 보잡이(밭을 가는 사람)는 등에 담뱃대를 비스듬히 꽂고 길단 채찍을 들어 혹은 외나짝 소를, 혹은 마라짝 소를 가볍게 후려갈긴다. 소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흔들하면서 걸음을 맞추어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