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는 차연(次緣)의 슬픔 이번 시집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사랑 이야기다. 그렇지만 그것은 지나간,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기에 아름다웠던 만큼 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다. 시집의 첫 문을 여는 시 역시 봄에 관한 시다. 만물이 소생하는, 색색 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는 봄.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하는 봄. 그러나 시인에게 봄은 사랑의 계절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