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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세상을 바꾸다 상세페이지

책 소개

<종소리, 세상을 바꾸다> 종은 전세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각각의 문명이나 나라에 따라서 그들의 종에는 뚜렷한 문화적인 차이가 내재되어 있다. 종을 둘러싼 신기한 전설도 많고, 자연 재해를 이기고자 하는 특별한 힘이나 역병이나 마법을 없애주는 영험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고대 시대부터 사람들은 신들과 소통하거나 영혼이 된 조상이나 초자연의 말씀을 듣기 위하여 종을 울렸고, 근대에는 인간과 인간과의 소통을 위하여 종을 만들었다. 이제는 기계 소리, 녹음한 멜로디에 자리를 내어 주었으나, 아직도 종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평화롭고 인정이 넘쳤던 옛날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가슴깊이 지니고 있다.
필자가 어릴 때에는 어디서나 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자명종 소리로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하였고, 학교 수업 시간은 교무실에서 치는 종소리로 시작하고 끝을 맺었으며, 이른 새벽에 은은하게 온 동네로 울려 펴지던 성당과 교회의 종소리는 신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길거리에는 따르릉 자전거 소리가 있었고 시골 외양간 황소의 워낭소리는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종소리의 추억을 기억해내고, 아름다운 종들을 수집하기 시작한 지 20년 이상이 되니 이제는 예상치도 못했던 종 수집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물론 나 스스로 생각하는 멋있는 수집가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하였으나, 나는 종에 대한 사랑에 제법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던 것 같다. 그 시작은 1992년부터 2년간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할 때, 우연히 내가 살던 동네의 벼룩시장에 갔다가, 조그만 좌판 위에 아기자기한 소품과 종을 파는 아주머니를 만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 벼룩시장은 봉사 클럽의 주최로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열렸고, 그 수입을 학생들을 위한 공공도서관의 도서 확충에 기증하는 자선 활동이었다. 그때 한 아주머니가 팔던 조그만 도자기가 동화에 등장하는 신데렐라, 백설공주, 피터팬,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소년 . 소녀 모양을 한 도자기 종이었다. 그날 도자기 인물 종 10개 모두를 10불에 구입한 것이 종 수집의 시초가 되었다. 아주머니는 자기의 어머니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가 생전에 애지중지 모은 작은 종들은 자기에게 필요하지 않기에 벼룩시장에 가지고 왔으며, 혹시 종에 관심이 있으면 다음 달에도 어머니가 남긴 종들 중에서 남아있는 것을 벼룩시장에 가지고 오겠다고 하였다. 이후 두 달 동안 이 아주머니에게서 일본, 한국, 대만, 중국, 태국, 필리핀 등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 40개의 귀여운 도자기 종을 구입하였고, 2년간의 미국 생활 후 귀국할 때까지 틈틈이 200여 개의 종을 모았다. 우리나라는 종교적인 의식 외에는 종을 사용하는 문화가 아니어서 주변을 돌아보아도 멋있는 종을 찾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눈에 보이는 종을 구입하였으나 짧은 기간의 학술 대회에 참석하는 여행 일정 상 그 도시의 기념품 종 외에는 특별한 종을 수집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외국 여행 시에 종을 구입하기 위해 현지의 벼룩시장을 둘러보았고, 길거리를 지날 때에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세상으로의 변화는 나의 수집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1990년대 후반 오랜 전통의 미국 종수집가협회ABA, American Bell Association에 가입하게 되었다. 거기에는 종에 미친 많은 아마추어 수집가들이 그들의 수집품을 소개하고 종에 대한 전문가적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이들도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하였음이 분명하나, 서로 도와가며 만든 그들의 잡지나 책에 기록된 종에 대한 기록은 실로 깊고 방대하였다. 세상에 종에 미친 마니아, 일본말로 오타쿠라 불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경이로웠지만 그 할아버지 할머니 회원들이 종에 대한 역사와 지식을 기록한 전문 서적들의 깊이와 이를 만든 그들의 열정에 정말 감동하였다. 나도 배운 사람답게 무엇을 제대로 알고 그 바탕 위에서 어떤 것을 수집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수집하는 종도 관광지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에서 벗어나 가끔은 품격 있고 예술적인 종으로 확대되었다. 이후 외국에서 발행된 책과 인터넷 검색으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외국의 경매 사이트나 종 수집가들의 잡지를 통하여 새로운 수집품들을 모아 나갔다.

가끔은 ‘종을 수집하는 것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하고 생각해본다. ‘수집’은 사라져 가는 물건에 다시 혼을 불어넣어 살려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수집蒐集의 원래 한자 뜻은 수풀 속에 숨은 귀신을 불러 모으는 것이라는데, 물건에 혼을 다시 불어넣어 주는 것은 귀신이 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간 우리 인간의 육체가 명멸하지 않게 혼신의 힘을 다하여야 하는 의사로서 살아왔으니, 사라지는 영혼에 다시 혼을 불어 넣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일보다 더 사명감을 가지고 해 볼 수 있는 유쾌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그간 내가 수집하였던 거의 10,000점에 가까운 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들이 웃거나 때로는 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종을 하나하나씩 모으는 데 쏟았던 열정, 마음에 드는 종을 너무나 쉽게 그리고 싼 가격으로 구하였을 때의 희열감, 미사여구에 속아 가짜 종을 구입한 후의 씁쓰레함, 그 모두가 나의 종 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종의 수집 활동은 삶을 살아가며 잠시 나만이 몰두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되어 주었고, 종 수집을 통하여 세계 문명과 역사, 문학, 종교뿐만 아니라 공예를 비롯한 유럽 예술 사조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어 국제적인 감각을 갖출 수 있었다. 또한 수집을 통하여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종 수집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서 교류할 수 있었다.

마침내는 코리아메디케어가 귀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어, 세상 사람들의 삶이 묻어 있는 종에 관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게 되었다. 소위 문학-역사-철학文-史-哲의 인문학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도 아닌 의과대학병원에서 핵의학, 갑상선학을 전공하는 임상의사로서, 세상의 이치와 인간사와 복합적으로 얽힌 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매일 눈으로 보고 있는 내가 수집한 종에 숨겨져 있는 사연을 하나하나 기록해 보려 한다. 미숙한 글에 대한 해량이 있으시길 빌며, ‘우리의 삶과 종’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출판사 서평

종으로 세계의 역사를 알다

역사는 과거와의 끝없는 대화로 알아간다. 역사를 아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이 책에서는 ‘종(鐘)’이라는 매개를 통해 세계의 역사를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세계 각국의 종 수집가인 저자가 수도승이 화두를 찾아 순례에 나서듯 종의 매력에 끌려 각국을 순례하면서 수집한 1만여 개의 종들 가운데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종의 이야기만 가려 수록했다. 이 책은 4로 나뉘어져 있다. 종소리로 울리고, 깨우고, 밝히고, 바꾸는, 종의 신호로부터 상징에 이르는,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종과 그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깊이 있게 서술되고 있다. 곧 ‘종의 인문학’이다. 하나의 종이 탄생하기까지에는 우리가 기억할 만한 역사적, 철학적, 문화적 배경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종의 모양과 특징을 소개하는 단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그런 앎을 통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윤리적 귀착점이 어디쯤인가를 넌지시 가리키는 것도 이 책은 잊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의 종 이야기를 접하면 다음 종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절로 일어난다. 내 안의 욕망, 내 안의 희열, 내 안의 좌절, 내 안의 믿음 등 다양한 ‘나의 이야기’들이 그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는 ‘승리의 종(Victory Bell)’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자국에 격추된 적국 독일의 전투기 잔해를 녹여 만든 종이다. 이 종은 승전 기념으로 승전국 지도자였던 처칠, 루스벨트, 스탈린의 얼굴을 새겨 넣어 전사한 영국 공군과 공군 가족들을 후원하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만들어졌으며, 이것을 판매한 기금은 공군 전상자와 유가족들에게 지원되었다. 독일에는 많은 전쟁을 하면서 늘 프랑스의 위세에 눌리다가 보불전쟁 개시 2개월 만에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내자 적국 프랑스의 대포를 녹여 승자의 자부심으로 만든 쾰른 성당의 ‘황제의 종’, 사치와 과다한 과세 등으로 국민들의 신임을 얻지 못해 단두대에서 처단된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기리는 종, 미국이 공산주의자들과 투쟁하던 베를린 시민들에게 헌정한 ‘베를린 자유의 종’, 창작에 골몰하던 작가가 차(茶) 집사를 부르고, 오선지에 악보를 그리던 음악가가 잉크 심부름하는 하녀를 부르는 용도로 쓰이던 종 등 역사, 종교,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독자들을 흥미롭게 한다.
종은 전 세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각각의 문명이나 나라에 따라서 뚜렷한 문화적 차이가 있다. 종을 둘러싼 신기한 전설도 많고, 자연재해를 극복하고자 하는 특별한 힘이나 역병, 마법을 없애주는 영험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이처럼 인간이 만든 모든 기물(器物)에는 길흉화복, 예외 없이 인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 도깨비 이야기에는 쓰다 버려진 기물들이 도깨비로 변해 길흉화복의 전달자로 활약하는 장면이 곧잘 등장한다. 그런 내용 속에는 우리 주변의 기물들을 허투루 보지 말라는 어떤 사려 깊은 권고가 담겨 있다. 곧 어느 것 하나 하찮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허투루 보지 않기’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인간’이다. 작가가 종을 모으는 행위를 “수집이란 물건에 다시 혼을 불어넣는 행위”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그러한 ‘가리지 않는 인간사랑’의 실천에 대한 환유일 것이다.
최근에 개봉된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구마의식의 정점에서 강동원이 흔들던, 화면 전체에 클로즈업되던, 바로 그 종이 저자의 소장품인 ‘프란체스코 종’이다. “어둠은 물러가고 이제 그의 날이 올 것이다”라는 주문과 함께 화면 전체를 울리던 그 종소리, 악령이 들린 소녀를 구하는 구마(驅魔) 의식에 사용되어 영화에서 구마 의식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무녀의 종이 인간과 하늘을 잇고, 산사의 범종이 성(聖)과 속(俗)을 잇고, 워낭 소리가 인간과 동물을 이어주듯, 이 책이 추구하는 본질은 종을 통한 ‘소통’이다.


저자 프로필

이재태

  • 학력 영남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북대학교 대학원 내과학 석사
    경북대학교 의학과 학사
  • 경력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대구 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대한핵의학회 회장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원
    대한갑상선학회 부회장
    경북대학교 학생처장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국가과학심의회 전문위원
    미국 종협회 회원
    선도형 특성화 연구사업단 단장
    원자력기초공동연구소 소장
    미국 필라델피아 심장연구소 연구원
    경북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2016.07.04.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대구 출생으로 경북고등학교와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내과, 핵의학과 전문의.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원과 경북대학교 병원의 기획조정실장, 의학연구소장, 진료처장, 경북대학교의 학생처장 등을 역임했다.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국가과학심의회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미국 핵의학학회지 우수논문상, 원암학술상 등을 받았다.
1989년부터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대한핵의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종협회 회원이었다.

목차

1. 종소리, 세상을 울리다
영국 공군의 ‘승리의 종’
철의 처녀
독일을 통일한 빌헬름 1세
쾰른 성당의 ‘황제의 종’
1차 세계대전 참호전투
파라솔을 든 부인

2. 종소리, 세상을 바꾸다
퐁파두르 후작부인
마리 앙투아네트
에머린 팽크허스트
사라 바세트
산티아고의 순례길
패트릭 성인과 레프러콘의 나라 아일랜드

3. 종소리, 세상을 깨우다
메흐메트 2세
카미노 레알
베를린 자유의 종
베를린 올림픽
청나라의 모자 단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브론즈

4. 종소리, 세상을 밝히다
폴란드의 왕비
고결한 야만인 노매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방 정교회와 러시아 바실리카 성당
메리 1세와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
프란체스코 종과 마녀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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