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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상세페이지

첫눈작품 소개

<첫눈>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작가 이순원
6년 만의 신작 창작집
표제작 「첫눈」을 포함하여 7편의 단편 수록

맑은 문체와 풍부한 서정으로 우리네 삶을 오롯이 투영하는 이순원 신작 소설


「은비령」,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 「아비의 잠」 등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주옥같은 단편 이후, 장편소설에 주력해 온 작가가 오랜 기다림 끝에 신작 창작집 『첫눈』을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하였다.
이번 창작집 『첫눈』에서 이순원은 말의 아름다움이 흩뿌리는 잔잔한 서정 안에서 현실의 아픔과 사회적 비극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깊은 내면세계와 조응한다. 표제작 「첫눈」을 비롯해 「멀리 있는 사람」, 「라인 강가에서」, 「미안해요, 호 아저씨」, 「카프카의 여인」, 「푸른 모래의 시간」, 「거미의 집」 총 7편의 단편을 실었다.
표제작 「첫눈」은 언제 온 지도 모르게 흩날리는 첫눈처럼 인생에서 예측하기 힘든, 불현듯 다가오는 만남과 이별을 겨울바다를 배경으로 그렸다. 「멀리 있는 사람」에서는 혈연을 넘어선 우리 안의 유대성을 확인시켜, 현대인들에게 결여된 가족 간의 정을 되살리고 깊은 향수를 끄집어내 준다. 또한 「라인 강가에서」와 같은 작품은 개발 연대의 어두운 기억을 다시금 일깨워, 그 시대에 대해 우리가 진 책무와 역사의 희생자들까지 돌아보게 만들고, 「미안해요, 호 아저씨」는 도시화가 불러온 농촌 사회의 아픔과 함께 경계를 넘어선 인간 본연의 존엄에 대한 각성을 일깨운다. 「카프카의 여인」은 주류라고 이름 지어진 것들에 대한 회의적인 고찰 안에서 거울과도 같은 우리의 이면을 가진 타인의 존재를 반추하게 해준다. 「푸른 모래의 시간」은 개개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숙명들을 시간의 바다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려보내야 하는 인간들의 유한성에 대해, 마지막으로 「거미의 집」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노령화 사회의 그늘을 작가의 슬픔을 묻혀 담아냈다.

외롭고 어두운 밤 홀로 유영하는, 그러나 희망의 별을 가슴에 담은 사람들의 이야기

이순원 소설은 개인의 상처와 사회의 굴곡을 구체적 삶의 형상화를 통해 상기시킨다. 질책하며 몰아의 상태로 남아 있지 않고, 따스한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또한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담아, 잊혀 가는 것들에 대해 담담히 회고함으로써 개인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의 눈길을 건넨다.
이별과 사별, 그리고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을 마음속 깊이 담고 살아가던 세 사람의 남녀의 우연한 만남과 이뤄지지 못한 인연에 대해 잔잔히 그려낸 작품 「첫눈」. 프리랜서 ‘최’ 피디는 문화강연을 위해 울산의 한 여자고등학교에 간다. 그곳에서 국어 선생 윤과 음악 선생 김을 만난다. 강연을 끝낸 최 피디에게 윤 선생은 바닷가에 밍크고래 한 마리가 그물에 밀려와 죽었다는 얘기를 하며, 그 고래의 해체 작업이 부둣가에서 벌어질 테니 보기 힘든 광경이니만큼 함께 구경하러 가자는 제안을 한다. 최 피디는 어릴 때부터 하나의 “신화이자 관념”이었던 고래에 이끌려 윤과 여선생 김과 함께 바닷가를 찾지만, 밍크고래는 이미 해체된 후였다. 고래를 보지 못한 채 근처 횟집에서 술 한 잔을 기울이며, 고래에 대한 연민과 그를 통해 되살아 난 잃어버린 신화 안에서 자신들이 가슴에 묻어두었던 추억들을 자연스럽게 함께 나누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최 피디와 여선생 김과는 어떤 익숙한 아픔을 감지하며 그리움과 운명에 “탄식”을 함께 공유하며 서로가 끌리고 있음을 알아챈다. 일상으로 돌아온 최 피디와 김 선생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날의 느낌을 이어보려 애쓰지만, 바쁜 일상의 현실은 그들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한다.

“늦가을에 강릉 가다 보면 진부에서부터 대관령까지 ‘첫눈조심’이라고 쓴 임시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잖아. 그 얘기를 했더니 여기 사람들이 다 안 믿어. 이 사람들은 겨울이면 눈 속에 살아도 첫눈이 어떤 건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야. 첫눈이라는 게 그렇잖아. 그냥 봐선 온 지도 안 온 지도 잘 모르고, 그렇지만 사람 마음 들뜨게 하고, 길은 미끄럽고……. 그런 뜻이라고 말하면, 정말 그런 표지판이 있다면 그건 시(詩)지 교통 표지판이 아니라는 거야.”
그래, 찍으면 발자국 자리도 안 나게 내렸는지 안 내렸는지도 모르게 왔다 가는 것, 혹은 그렇게 왔다가는 사람, 그 모든 것이 첫눈인 것이었다. (pp. 291~292)

순수한 서정 공간 안에 깊이 흐르는, 개인적인 것을 초월한 다문화 사회에 대한 심려

「미안해요, 호 아저씨」는 도시화에 따른 이농 현상, 그리고 국제결혼이라는 허울 좋은 이면 아래 숨은 인간 존엄성의 추락에 대해 경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소설가인 ‘나’는 초등학교 동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에 내려가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말로 시작한 엽기적인 현수막 얘기를 듣는다. 나이 마흔다섯에 월남 처녀와 세 번째 결혼을 하는 고향 후배를 통해 구체적인 실상을 건네 들은 사람들.

“월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하고 ‘초혼, 재혼, 장애자, 연세 많으신 분’이라고 써놓았다. 그거뿐인 줄 아나. 그 아래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하고 느낌표 두 개 팍팍 찍어놓고.” (p. 107)

같은 얘기를 듣고도 소아마비 동생을 둔 동창은 눈빛을 반짝이고, 나는 달도 별도 다른 먼 이국땅에서 홀로 눈물 흘리고 있을 “들꽃 같은” 여자아이에게, 그 가족들에게, 그리고 호 아저씨에게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이다.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결혼 중매 현수막이 눈에 띈다. 결코 “멀리 있는 사람들”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태는 “그걸 내건 사람이나 바라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이 땅의 누구 하나 예외 없이”함께 형성하고 있는 집단적인 비열함일지도 모른다.

들꽃 같은 여자아이가 지금 현수막이 내걸린 정미소 처마 아래에 서 있다. 이제 옆으로 조금씩 야위어가기 시작하는 열이레 달 아래에 이름도 없이 울고 서 있다. (p. 127)

카프카의 여인 도라 디아만트라는 여인에게서 받은 이메일로 시작하는 「카프카의 여인」. 그는 신문에 칼럼이 실리는 날 아침마다 받게 되는 여러 통의 악담 메일 중, 그녀의 메일을 발견한다. 그녀는 “벌레는 카프카의 소설 속에서 말고는 어디에 있으나 꼭 벌레 같죠.”라고 하며 신문이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놓을까 봐 불안한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며 생산해 내는 이쪽의 기사와 논조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세상 구석으로 밀어내는 듯한 “어떤 분위기의 완강함”이 불안하다고 얘기한다. 이쪽과 저쪽이 처음부터 명확하게 그어져 있는 선이 있었음을 깊이 인정하면서, 그 역시 그레고르 잠자의 불안이 자신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벌레의 생각도 우리가 그것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꼭 벌레 같을 것 같고, 벌레가 글을 쓴다면 그 글도 꼭 벌레 같겠지요. 때로는 사람도 벌레 같을 때가 있고, 벌레의 생각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정말 벌레라면 그렇지 않을까요. (p.130)

“이쪽에서 보면 저쪽이 벌레 같고, 그러면 저쪽에서 볼 때 이쪽은 어떨까요?” (p. 157)

유년 시절에 대한 애잔한 향수, 그리고 어머니

암컷 거미가 새끼 거미들에게 자신의 몸을 하나하나 모두 먹을거리로 제공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현상을 빗대며 그린 「거미의 집」. 나이 든 노모를 누가 모시느냐를 정하기 위해 아들과 딸, 며느리들이 큰아들 집에 모인다. 큰 며느리는 어머니를 꼭 큰아들이 노모를 모실 합당한 이유가 없다며, 사정이 되는 사람들이 모시는 것이 가장 정당한 방식이니 아들딸 구별 말고 순번을 정해 일정한 기간 동안 돌아가면서 모시자고 제안한다. “자신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 줄은 알지만 어머니와 같은 노인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 여자”인 아내를 보며 큰아들은 벽에 등을 기댄 “정물” 같은 노모가 차라리 다른 집으로 가시는 게 편하실 거라며 자신에게 면죄부를 준다.

어머니의 모습이 무척 가볍고도 작게 보인다고 생각했다. 아니, 무게도 중심도 없이 빈 껍질로만 남아버린 한 마라의 죽은 거미 같다고 생각했다. (중략) 아직 형체는 남아 있지만 쥐면 흔적도 없이 부서질 껍질뿐인 거미였다. 거미는 그래 살다 죽는다, 니가 제대로 못 봐 그렇지 자세히 보면 그 거미 몸에 새끼들이 바글바글할 거다. 새끼들이 제 어미 몸을 그래 껍질만 남기고 파먹고 살거든. 그때 어머니는 말했다. 거미는 젖이 없으니까. (중략) 어머니의 얼굴에서 연상되는 것은 서서히 말라가는 한 마리의 거미였다. 그는 조용히 ‘거미’의 방에서 나왔다. (pp. 209~210)

이에 격분한 딸들과 다른 형제들은 각자 자신들의 사정이 어려움을 얘기하기 시작하고, 이를 고스란히 옆방에서 귀 기울여 듣고 있는 어머니. 과거 우리를 지탱해 준 가족애, 우리를 단단하게 엮어주었던 온정은 지금 어느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일까.

새끼들에게 파먹일 것 다 파먹이고 나면 거미도 스스로 줄에 목을 걸지 않던가. 노인은 안간힘을 쓰듯 문 쪽으로 몸을 일으켰다. (p. 220)

이 외에도 우리의 토속적인 미신이자 신앙이었던 ‘명 어머니’를 소재로 유년 시절에 대한 짙은 향수와 어머니란 이름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무게감을 애달피 그려낸 「멀리 있는 사람」을 비롯해 「라인 강가에서」, 「푸른 모래의 시간」 등 이순원 소설의 정수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저자 프로필

이순원

  • 국적 대한민국
  • 출생 1958년 5월 2일
  • 학력 1984년 강원대학교 경영학 학사
  • 경력 2000년 한국일보 총선보도자문위원회 자문위원
  • 데뷔 1988년 문학사상 소설 '낮달'
  • 수상 2000년 제1회 효석문학상
    2000년 제5회 한무숙문학상
    1997년 제42회 현대문학상
    1996년 제27회 동인문학상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

2014.11.24.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저자 - 이순원
1957년 강릉 출생.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소」 당선. 1988년 「낮달」로 《문학사상》 신인상 당선. 1996년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로 제27회 동인문학상 수상. 1997년 「은비령」으로 제42회 현대문학상 수상. 2000년 「아비의 잠」으로 제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 『그대 정동진에 가면』으로 제5회 한무숙문학상 수상. 2006년 『얘들아 단오가자』로 제1회 허균문학작가상, 「푸른 모래의 시간」으로 제2회 남촌문학상을 수상.
창작집으로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등이 있고, 장편소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 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순수』, 『첫사랑』, 『19세』, 『나무』 등이 있다.

목차

멀리 있는 사람
라인 강가에서
미안해요, 호 아저씨
카프카의 여인
푸른 모래의 시간
거미의 집
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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