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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상세페이지

에세이/시 에세이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윤하정의 공연세상' 무대위 20인과의 진솔한 이야기

구매종이책 정가13,000
전자책 정가9,100(30%)
판매가9,100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책 소개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누구에게나 무대는 있고, 그 무대는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무대에서, 무슨 꿈을 꾸고 있나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이 세상은 제 각기 어떤 역 하나씩을 맡아서 연기해야 할 무대이다”
세익스피어의 말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인생 무대를 꾸려나가고 있다. 아직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엑스트라나 조연에 머물러 있는 인생은 아닐까?
무대 안팎에서 무대에 오르며 불꽃처럼 열정을 태우는 사람들.
그들이 서 있는 화려한 무대 위에는 일상에서 차곡차곡 쌓아간 자신만의 또 다른 인생 무대가 있었다. 엑스트라로, 조연으로, 그리고 무대의 중앙에 서기까지.
이 책은 단지 무대 위에서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하지 않았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돌아볼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기도 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20인과의 진솔한 인터뷰, 그리고 400여 명의 공연예술계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저자 윤하정이 가장 먼저 삶의 전환점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책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 했다. 그것이 피아노든 하모니카든, 무대 위 역할이든. 마음을 가득 담아 보여 주고 싶어 했다.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마음을 가득 담아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세상의 그 어떤 교훈보다 중요한, 진정한 마음을 전달하고자 무대에 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러 가보자!

그들의 무대를 마음으로 듣다
작품에 대한 홍보나 발표회, 전시회 등이 잡혀 있어 인터뷰를 하는 경우는 대부분 작품이나 행사 그 자체의 중요성에 인터뷰는 머문다. 피아노 연주곡집을 발매한 피아니스트는 누구의 작품을 몇 번이나 연습했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발표회에 시간을 쏟았는지 이야기한다. 뮤지컬 배우이나 연극배우는 공연하는 작품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소감을 피력한다. 하지만 그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 무대에 오른 후 그리고 내려온 후, 무대 안팎의 자신의 꿈과 삶과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선뜻 꺼내놓지 않는다. 인터뷰 지면의 한계도 있을뿐더러 늘 공연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이기에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이 책은 그동안 진행했던 인터뷰를 기초로, 추가 인터뷰를 하면서 인물들의 진솔함을 더욱 끌어내고자 했다. 이 책 속에서 인터뷰한 인물들은 ‘배우, 연출가, 피아니스트, 하모니카 연주자, 미술해설가’라는 직업을 가졌다. 무대에 서는, 또는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적게는 10년 정도의 무대 경험을 가진 배우에서, 경력 50년을 바라보는 원로배우까지, 무대에 서는 것 하나만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 뿐 나이도, 경력도, 인정받는 분야도 각기 다르다. 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펼쳐놓을까?
자신은 오로지 안팎에서 즐거운 일을 찾고 즐겼을 뿐인데 텔레비전에 나오고 나서 ‘또 나댄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박칼린’은 방송 출연 전이나 후나 변함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작정 연극한다고 찾아오는 사람은 부모님 허락받아 오라고 돌려보내고 자신의 딸은 절대로 연극을 시키지 않겠다는 ‘오달수’는 너무 만끽하지 말라고, 그러면 쉽게 질린다고, 목마름을 남겨두라고, 그래야 오래 할 수 있다고 한다. 멋진 외모로 팬들을 몰고 다니는 ‘신성록’은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는 자신을 스스로 격려한다. 뮤지컬 무대만을 고집하는 류정한, 정선아는 오늘도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특유의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매년 마당극 공연과 1인 32역의 <벽 속의 요정>을 7년째 연기하는 김성녀는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겠다고 한다. 배우의 길 50년인 ‘박정자’는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온 자신이 참 장하다고, 기특하다고 한다.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이사오 사사키,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은 마음의 울림을 전하기 위해 오늘도 피아노와 하모니카와 마주 앉아 있다. 미술해설가 윤운중은 세계 곳곳의 미술관을 돌며 사람들에게 예술과 공감하는 방법을 들려준다.
오랜 만에 친구가 찾아와 “그동안 어떻게 살았니?” 하고 물었을 때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인터뷰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오랜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듯 자신이 무대 안팎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진솔하게, 꾸밈없이 이야기한다. 힘든 시절의 이야기도, 한참 주가를 올렸을 때의 이야기도.
이 책은 크게 세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은 한창 활발한 활동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들, 2장은 공연계에서 주목받고 과거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사람들, 3장은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처럼 시간의 흐름이 삶 자체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다루었다.

인터뷰어, 인터뷰이
이 책의 저자이자 인터뷰어인 윤하정은 tbs보도국의 기자다. 아니 기자였다. 공연예술 분야를 취재했던 경험은 문화예술계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 관심은 ‘예스24’에서 <윤하정의 공연세상>을 4년 반이 넘게 쓸 수 있는 저력이 되었다. 그동안 인터뷰로 만난 문화예술계 인물들은 400여 명이 넘는다. 여러 번 인터뷰한 인물들도 많다. 인터뷰는 대부분 주요 공연이나 발표회를 앞두고 이루어진다. 공중파 방송이거나 주요 언론매체도 아닌 기자가 화제의 인물들과 인터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때론 기획사의 무성의함이나 잦은 인터뷰 연기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공연예술 작품을 두루 보고, 윤하정이 만난 공연예술인들의 이야기가 사랑받는 코너가 되면서 인터뷰 후에 올린 글들은 조회 수가 매번 5천 회 이상이 된다. 이제 어떤 기획사도, 어떤 문화예술인도 윤하정의 인터뷰를 거절하지 않는다.
“문화부 기자도 아닌데 왜?”라는 질문이 늘 윤하정에게 돌아온다. 처음엔 ‘공연이 좋아서’, 그리고 그 다음엔 ‘무대 위 사람들이 좋아서’라는 대답으로 대신한다. 공연예술계 인터뷰는 윤하정에게 주어진 일이 아닌 찾아낸 일이고, 사서 하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틀에 얽매이지도, 홍보 지침 등을 따르며 사람을 만날 이유가 없다. 찾아낸 일이기에 마음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만나니, 다소 낯가림을 하는 윤하정에게 인터뷰를 당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이기까지 하다.
윤하정은 인터뷰 준비에 누구보다도 꼼꼼하다. 작품을 보고, 인터뷰이의 데뷔과정이나 성장과정을 훤하게 살펴본 뒤 인터뷰에 임한다. 인터뷰이들도 사람인지라 자신에 대한 애정이 있고, 준비가 철저한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과 깊이는 더욱 커졌고, 결국 저자는 유럽공연기행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향해 과감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게 되었다. 다시 돌아와서는 공연예술을 더 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책속으로 추가>
장유정
“공연은 다양한 직군의 수많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라서 과정 또한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잘할 수 있고, 좋은 작품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연출가의 역할이 중요하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대원을 끌고 가는 산악대장처럼 연출가도 대본을 해석하고 많은 식구들을 이끌고 하나의 행로를 뚫어야 하니까요. 배우든 스태프든 어떤 연출가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발휘할 수 있는 역량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저는 장점을 끌어내는 데 주력해요. 그래서 최대한 애정을 갖고 충분히 관찰하죠. 물론 못할 때는 지적도 하지만 뒤끝은 없어요. 일사부재리의 원칙처럼 같은 일로 두 번 화내지는 않아요.”

장유정 씨를 만나보니 그녀의 작품들이 더욱 정확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유치한 상상력은 삶의 구석구석을 면밀히 살핀 깊은 통찰력과 더해져 진한 재미와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 털털함과 섬세함의 오묘한 조화가 연출가 장유정, 그리고 그녀가 만든 작품들의 매력이 아닐까?

류정한
“제작자들이 ‘배우는 많은데 막상 찾으면 대극장에 세울 배우가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대극장에서 에너지를 뿜어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남자배우가 사실상 없는 거죠. 제가 잘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후배들이 잘 자라서 제대로 빛을 발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작품에는 역할마다 그 나이에 맞는 배우가 있어야 해요. 저도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야죠.”

흔히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차가움으로 자신을 무장한다. 하지만 ‘차가운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잘 표현하지 못한 ‘뜨거움’이 있다. 오랜 시간 부딪히다 보면 그 뜨거움이 진솔한 데다 투명하다는 것을 알기에, 깊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류정한을 따르는 후배들이 많은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무대에서 뿜어내는 광기 어린 연기 또한 그 열정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장영남
“모든 배우들이 스타를 꿈꾸지만 저는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하는 걸 충실히, 그리고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드라마를 하면서는 무대에서 쌓은 걸 풀어내는 게 아니라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 때 굉장히 속상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겪어야 할 부분이더라고요. 연극도 충분히 고통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 때문에 계속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처럼, 방송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는 한없이 커다랗게 느껴졌지만, 이렇게 객석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자니 그녀는 커다란 눈망울을 지닌 수줍은 사슴 같다. 이 가녀린 몸 어디에서 그렇게 강렬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장영남 씨를 무대 위 작은 거인이라 부른다. 또한 배우가 얼마나 놀라운 존재인지 깨닫는다. 객석에서 만난 그녀는 억척스럽지도, 우악스럽지도, 사납거나 포악하지도, 우습거나 꼬장꼬장하지도 않다. 정말 아름답고 우아한 여인이다. 나는 무대 안팎의 모습이 너무나도 다른 ‘이중적인’ 장영남 씨를 통해 알게 됐다. 배우가 온몸을 던질 때, 그들에게 불가능은 없음을. 때로 배우는 스스로를 뛰어넘을 수 있음을 말이다.

신성록
“사실 예전에는 너무 어려서 무식하게 덤비거나 몰라도 그냥 했다면, 그동안 경험이 쌓이면서 실력이 나아졌을 테고 노련함이 조금 생겼겠죠. 그러면서 무대를 좀 즐기게 됐어요. 예전에는 부담감 때문에 즐기지 못했는데, 이제는 부담도 무대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첫 단계에 너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삶이 버거워지기 쉽다. 타인의 기대는 높아지고, 집중된 이목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높기 때문이다. 제대로 배우고 숨은 기량을 펼쳐 보이기도 전에 중압감에 밀려날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배우 신성록 씨를 다시 보게 됐다. 긴 터널의 막막함을 이겨내고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으니 말이다.

김수용
“연기는 제게 살아가는 이유에요. 이상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모든 면에 있어서 연기를 정말 하고 싶은 놈한테 다시 기회를 준 곳이니 뮤지컬은 제 삶인 것이죠. 그 무대에 서기까지 안 해본 게 없고 무척 힘들었지만, 그렇게 깨지고 엎어지고 고생하다 보니까, 뭔가 조금씩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레 붙은 것 같아요. 어떤 걸 순식간에 만들 수 없다는 건 진리거든요.”

배우에게 ‘이미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배우는 오랜 기간 자기만의 색깔을 찾지 못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각인된 하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해 방황한다. 김수용 씨는 배우로서 강점이 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지녔지만, 그 이미지들이 생각만큼 잘 맞물려 돌아가지는 못했다. 받은 선물을 빼앗긴 것처럼, 한동안 너무나 당연했던 연기를 할 수 없었으니 오죽 힘들었겠는가. 그래서 언제나 밝게 웃지만, 명랑하게 얘기하지만, 매번 그렇게 많은 생각을 가다듬고 정리해야 했을 그의 지난 시간들이 느껴진다.

정성화
“자신감과 상반되는 것이 긴장인데, 긴장은 불안에서 오죠.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았거나 마음의 준비가 안 됐거나. 결국 연습 때 최선을 다하고, 철저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어요. 자신이 할 일을 소신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자신감이니까요.”

일단 시도하고 열심히 달려가는 사람들은 좋아했지만, 게으르고 인기에 연연하는 사람들은 대놓고 미워했다. 하고 싶다고 말만 하지 않고 도전했기에, 사람들이 믿을 수 있도록 연습하고 행동했기에, 그 치열함만큼 그에게는 무대에 대한 높은 자존심이 있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정상에서 내려와 또다시 바닥부터 달릴 줄 아는 용기와 성실함. 이렇듯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성화는 꿈을 꾸는 이들에게 또 한 명의 진정한 ‘영웅’이다.

정선아
“꿈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중학교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고, 그 꿈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거든요. 정말 뮤지컬만 보고 달렸어요. 그 뿌리가 얕지 않기 때문에 인생을 내던지겠다는 마음가짐이 저도 모르게 깊이 박힌 것 같아요. 꿈이 현실이 됐고 또 저의 미래잖아요. 그래서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요.”

그녀 역시 꿈을 향해, 그 꿈을 지켜내기 위해 힘껏 달려왔기에 이토록 순도 높은 당당함과 도도함을 발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모든 꿈과 노력, 열정과 고통이 녹아들었기에 무대 위에서 그녀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강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뮤지컬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정선아라는 배우가 있어 그래, 참 다행이다.

임기홍
“사실 서른 넘도록 제대로 돈도 못 받고 공연한 적이 많았는데, 무대에 서는 게 좋아서 따지지 않고 무작정 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재밌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몰입하잖아요. 특히 연기나 공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몸을 쓰는 연기든 노래든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서 시도해봤어요. 어쩌면 틀이 없었기 때문에 무작정 도전할 수 있었고, 고정관념이 깨져서 무대 안팎에서 더 재밌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나는 임기홍 씨가 나오는 작품은 주연배우가 누구인지 따지기 전에 멀티맨의 캐스팅 일정표를 살핀다. 주위를 보니 그런 관객들이 꽤 많았다. 임기홍 씨 말처럼 그가 내로라하는 훈남 배우들을 모두 이긴 것이다. 물론 관객들 역시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무대 위에서 열심히 뛰고 구르고 처박힐, 철들지 않는 신나는 배우 임기홍을.

이석준
“지금껏 제가 잘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정말 열심히 살았고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이 있다는 생각을 살짝 하고 있었는데, 사실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예를 들어 배우는 캐스팅되지 않으면 작품을 할 수가 없고, 열심히 했지만 관객들이 감동을 느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세상에 감사할 일이 정말 많은 것이죠.”

무대에서 완성이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무대가 좋다고 100번이고 똑같은 분장을 하고 똑같은 대사를 읊조리는 그들은 무엇일까. 정말 지독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사랑이기에 그들은 지칠 줄 모른다. 아니, 지쳐도 웃으며 다시 일어난다. 그래서 이 도시적이고 한껏 거만할 것 같은 남자 이석준에게는 만날 때마다 편안한 사람냄새가 난다.

차지연
“진실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 게 전달되지 않았나 싶어요. 무대 위에서 매번 똑같을 수는 없지만, 99퍼센트 이상은 회마다 다른 이유들, 다른 동기들을 찾아서 진정성을 갖고 다가서거든요. 그게 저의 무기이고 장점이에요. 뮤지컬 배우라면 목소리 컨디션이나 노래에 굉장히 신경 쓰는데,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진짜 심장을 갖고 제 것을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녀의 주체 못할 에너지를 감당할 곳은 역시 무대밖에 없어 보였다. 그녀도 무대가 좋다고 한다. 아프다가도 무대에 올라가면 나아서 내려온다고. 하지만 더없이 잔인한 곳이라는 것도 알기에, 그녀는 항상 최선 이상의 것을 토해낸다. 그녀가 빠른 시간 대극장의 여배우로 우뚝 섰고, 다시 가수로서 존재감을 인정받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오달수
“만끽하지 마라! 너무 즐기면 질립니다. 항상 약간의 목마름을 남겨둬야죠. 역설적인 얘기지만, 완벽한 연기는 없거든요. 역할을 맡을 때마다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만끽하지는 말라는 거죠. 여태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하거나 좋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기 때문에, 더 가야죠. 이제 20년밖에 안 했는데요.”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할 때도 ‘그냥’ 좋아할 때가 가장 무섭지 않던가. 그리고 ‘너무’ 좋아하지 않아야 오래 간다. 오달수 씨는 그 묘한 간극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 오랜 시간 관객들의 마음을, 무대와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참으로 서민적인 마스크에 왜소한 몸으로 말이다.

이원국
“나이가 더해지면서 몸은 점점 굳어가지만, 조금 더 수준 있는 발레리노가 되고 싶고, 예술가로서 무용가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러려면 계속 춤을 춰야 하고, 좀 더 잘할 때까지 계속 연습해야죠.”

나이는 결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왜 아닌가. 하지만 그 나이에 무게를 더하는 것은 우리들의 이른 포기가 아닐까? 원심분리기가 돌 듯 수십 차례 턴을 돌며 세상에서 가장 멋진 땀방울을 흩뿌리던 이원국 단장. 아니, 발레리노 이원국. 나이를 잊은 행복한 춤꾼의 모습에서 ‘안 된다’는 말 대신 ‘의지와 희망’이라는 단어를 보았다.

이사오 사사키
“영화 <봄날은 간다>를 봤는데,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느낌과 잘 맞았어요. 잘 전달만 된다면 제 음악이 삽입된 영화를 보는 것도 무척 즐거운 것 같아요. 음악도 하나의 파장이잖아요. 저는 사람에게도 파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착한 마음’ 같은, 제가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파장이 한국 분들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사사키 씨를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의 음악이 맑고 예쁜 이유를 알 수 있다. 수년 동안 무대에 오르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사사키 씨처럼 인터뷰 때 웃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는 마치 수줍은 초식동물처럼 자주 웃는다. 덕분에 통역을 거쳐야 하는 다소 불편하고 답답할 수도 있는 인터뷰는 내내 유쾌했다. 비록 나의 물음과 그의 대답이 제대로 오고 갔는지 다소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뭔지 모를 선하고 아름다운 기운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어쩌면 사사키 씨가 말한 ‘교감의 진동’인지도 모르겠다.

신관웅
“매너리즘이라는 게 좋게 말하면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는 과정이거든요. 나만의 스타일을 좋게 승화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죠. 모든 예술은 만족이라는 것이 없어요. 죽을 때까지 정진하고, 조금 더 세련되고 진지하고 멋진 연주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죠. ‘재즈는 명곡은 없다, 명연주만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사운드를 찾는 것, 그렇게 무대에서 쓰러지는 것이죠.”

40여 년이 빚어낸 그의 재즈 연주는 60대라는 나이에 맞게 진지하고 깊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이가 무색하게 열정적이고 변화무쌍하다. 그래서 참 멋있다. 나는 여전히 재즈를 잘 모르지만 그들의 연주를 들으면 목청껏 외치고 싶다. 브라보, 유어 재즈 라이프!

김성녀
“누구나 할 수 있다면 10년을 하겠다는 말도, 형벌이라는 말도 하지 않겠죠. 대체로 나이가 들면 배우의 힘이 아니라 관록이나 느낌으로 무대를 이끌어가는 작품이 많아요. 하지만 연극은 에너지거든요. 또 <벽 속의 요정>을 보고 ‘연기의 스탠더드를 공부할 수 있는 교재’라고 말한 분도 계세요. 2시간 동안 화술에서 연기, 춤을 아우르면서 ‘배우의 연기력은 이런 것이다’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려운 만큼 나만이 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죠.”

자부심은 다른 사람이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그렇기에 나이 예순둘에도 전력 질주하고 있는 배우 김성녀의 거울에는 당당한 그녀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85세에도 <벽 속의 요정>으로 무대에 서는 그녀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도 줄기차게 쫓아가 볼 생각이다.

박정자
“돌이켜보면 내가 참 기특하고 장해요. 대학교 2학년 때 <페드라>로 시작했는데, 내년이면 50년이에요. ‘박정자, 한 길로 잘 왔어!’ 나 자산한테 고맙게 생각해요.(……)욕심 있어요. 배우가 작품이나 역할에 대해 욕심을 갖지 않는 건 직무유기야. 당연히 욕심을 가져야죠. 하지만 일상에서 다른 욕심은 없어요. 그저 무대에 대한, 많은 관객이 와주길 바라는 욕심만 있어요.”

10여 년 전부터 ‘예술’이 아니라 ‘관객’을 먼저 생각해왔다는 박정자. 그녀는 이미 ‘모드’다. 일흔의 그녀는 이 삭막한 삶을 위로하고, 충만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작품은 넘쳐나지만 이렇다 할 감동을 얻지 못하는 요즘 공연계에서 ‘박정자’라는 배우의 존재만으로도 관객 역시 고마운 것이다.


저자 프로필


저자 소개

저자 - 윤하정
아나운서에서 기자까지 꼬박 12년을 ‘ON AIR(온에어)’ 상태로 살았다. 방송만큼이나 ‘날것’의 설렘이 있는 무대에 매료돼 수년째 공연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한때는 ‘무대체질’이었으나 어느덧 ‘객석체질’로 바뀌어 공연을 보고 소개하고 수많은 배우와 뮤지션을 만나다 급기야 인터뷰집까지 냈다.

책을 쓰다 보니 꿈을 좇고 도전하는 이들의 말에 세뇌 당해 현실에 붙어 있던 한 발마저 떼고 꿈같은 유럽공연기행에 나섰다. 지금까지 인터뷰한 공연예술계의 인물들은 400여 명이 넘는다. ‘예스24’에서 「윤하정의 공연세상」을 4년 반 동안 연재하고 있는데, 인터뷰 내용은 매번 5천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목차

1.그리하여 길을 만들며 간다 
재밌는 일에는 제대로 나댄다
_ 예술감독, 뮤지컬 배우 박칼린
가슴으로 클래식을 들려주고 싶다
_ 피아니스트 김정원
예술이 주는 위로와 여유를 함께 느끼다
_ 미술해설가 윤운중
하모니카로 세상을 불다
_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발칙한 상상으로 도전한다
_ 연출가 장유정
무대 위에서 진정한 자존심을 배우다
_ 뮤지컬 배우 류정한
온몸을 내던지니 무대가 나를 구원했다
_ 배우 장영남

2.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나는 날마다 더 나아지고 있다
_ 배우 신성록
깨지고 엎어지고 10년 했더니 인정하더라
_ 배우 김수용
말만 하는 건 정말 하고 싶은 게 아니다
_ 배우 정성화
에너지를 온전히 무대에만 쏟고 싶다
_ 뮤지컬 배우 정선아
아이처럼 즐겼더니 주인공보다 박수받더라
_ 뮤지컬 배우 임기홍
지독하게 사랑하면 지쳐도 다시 일어난다
_ 배우 이석준
무대는 내 간절함만큼 열렸다
_ 무지컬 배우, 가수 차지연

3.강물은 흐를수록 깊어지고 돌은 깎일수록 고와진다
‘그냥’ 한다. 그런데 이 ‘그냥’이 무섭다
_ 배우 오달수
마지막까지 무대에서 춤추고 싶다
_ 발레리노 이원국
피아노의 간절한 울림이 국경을 넘다
_ 피아니스트, 작곡가 이사오 사사키
자유가 좋아 무대를 지켰다
_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걷고 싶다
_ 배우 김성녀
그래, 여기까지 잘 왔어
_ 연극배우 박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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