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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편지 상세페이지

에세이/시

푸른 편지

창비시선 433
소장종이책 정가9,000
전자책 정가30%6,300
판매가6,300
푸른 편지 표지 이미지

푸른 편지작품 소개

<푸른 편지> 잊혀가고 소외된 곳으로
나는 오늘밤도 푸른 편지를 쓰리
푸른 그리움으로 빚어낸 투명한 언어의 선율

(본 보도자료에는 시인과의 간단한 서면 인터뷰 내용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삶의 근원적 슬픔과 고통을 정갈하고 투명한 언어에 담아 노래해온 노향림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푸른 편지』가 출간되었다. 노향림 시인은 197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뒤 시력 49년간 묘사시의 정석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시세계를 일구어온 우리 시단의 대표적인 여성 시인이다. 시쓰기를 필생의 작업으로 여기며 반세기에 이르는 동안 오로지 시 창작의 외길만을 걸어온 시인은 섬세하고 감각적인 이미지와 빼어난 묘사력으로 시를 풍경화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2016년) 제11회 박두진문학상을 수상하며 느릿한 걸음으로 올곧이 자신만의 시학을 갈고 다듬어온 원로 시인으로서의 관록을 보여주었다.
『바다가 처음 번역된 문장』(실천문학사 2012)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는 삶의 밑바닥을 투시하는 예민한 감각과 세상을 관조하는 그윽한 시선이 깃든 시편들이 아름답게 녹아 있다. “존재론적 원적(原籍)으로서의 사랑의 기억”(유성호, 해설)과 삶의 다양한 표정이 오롯이 담긴 고즈넉한 풍경에 흐르는 애틋한 슬픔의 정조가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

서경과 서정의 눈부신 결합

노향림의 시는 삶의 경험을 명징한 언어의 세필로 그린 시간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아직도 환히 부신 기억”(「돌아온 첫 시집」) 속에 어른거리는 “시대의 초상”과 “찬란한 생명의 무한한 시공간을 직조해”(김승희, 추천사)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지난 시간들의 아련한 기억의 바다에서 “섧디설운/이름 하나/기억 하나”(「동백숲길에서」)를 건져 올려 잃어버린 시간들을 복원해내고 삶의 근원적 의미를 새겨나간다. 인간 존재의 슬픔과 고독한 생의 이면에 깃들인 허무와 절망 속에서 시인은 특히 소외되고 단절된 것들, 가난하고 외로운 영혼들의 고단한 삶에 연민의 눈길을 건네며 “따듯한 입김 어린 불빛”(「가난한 가을」) 한줌 던져준다.
시는 불가능을 꿈꾸고, 시인은 낯설고 “다른 하늘을 꿈꾼다”(「시인의 본적지」). 7년에 한권꼴로 시집을 펴내는 과작임에도 시인은 시집을 낼 때마다 늘 겸손해진다는 마음을 여민다. 등단 50주년을 앞둔 연륜의 깊이만큼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끊임없이 시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시인에게는 아직 가야 할 길이 있다. “백지의 시 몇줄에 필생을 건”(「단 한 사람의 숨은 독자를 위하여」) 시인은 “시간 속에서 잊혀가고 소외된 시의 본적지”(‘시인의 말’)로 언제나 사랑의 ‘푸른 편지’를 띄워 보낸다. 풍경 속에 서린 삶의 고통과 비애를 투명한 언어로 빚어낸 이번 시집은 오래도록 우리 식은 가슴속에서 출렁일 것이다.


출판사 서평

노향림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질의: 편집자)

―7년 만의 신작시집 출간인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 시만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이상하게 시집은 7년마다 나왔어요. 시간이 물같이 흐른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화살시위의 활처럼 나는 듯해요. 7년마다 시집을 냈고 두번째 시집은 10년 뒤 내기도 했어요.

―‘시인의 말’에서 ‘잊혀가고 소외된 시의 본적지로 나는 오늘밤도 푸른 편지를 쓰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그 ‘푸른 편지’와 가장 맞닿아 있는 시는 무엇인지요.
: 동네에 등이 굽은 구두수선공이 있었지요. 그를 보며 70년대에 감명 깊게 읽은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떠올리곤 했어요. 그래서 연작시를 최근까지 썼는데 이번 시집에 몇편 들어가 있습니다. 작고 왜소한 것들에 눈길이 더 가고 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얘기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요?
: 시집 제목에 있는 ‘푸른’이라는 말이 무한대에 가깝다고 봐요. 나는 서쪽 바닷가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제 유년 체험이 훗날 시인이 되게 했지만 그때 본 바다는 그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은 암청색, 비췻빛으로 선연하게 남아 있어요. 젊은 날 밤새워 시를 쓴 뒤 오는, 희미한 동트는 새벽도 푸른빛이었어요. 디지털화된 시대에 잊혀가거나 놓치기 쉬운 시이지만 나는 시를 읽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겸손해집니다. 그런 마음의 풍요를 이번 시집에서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 「누란행 지하철을 타고」입니다. 이 작품은 우연히 옆자리의 이국 여자가 청옥귀걸이를 단 모습에서 착상이 되었지요. 그 여자를 보는 순간 누란이 생각났지요. 어린 시절 높은 절벽 위 집 한채에서 살았는데 내려다보면 압해도가 보였어요. 그 섬 너머 서쪽으로 가면 무엇이 있을까 늘 궁금했지요. 누란행 지하철을 타고 가는 상상으로 실크로드가 생각나서 썼어요. 그 서쪽 상상은 다른 시들에서도 천산산맥, 낙타, 차마고도, 둔황으로 다 소재가 되었어요.

―내년이 등단 50주년인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요?
: 아직도 시의 본적지는 그 실체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시는 계획이 없는 거 같아요. 그때그때 시 쓰기가 이뤄집니다. 그래서 특별한 계획이 없습니다. 시집을 또 언제 묶을지도 모릅니다. 시집을 낼 땐 버릴 작품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다만 시 앞에서 겸허해지고 또 겸허해질 때 문득 시가 써지는 걸 느낍니다. 그리하여 보편적 공감을 끌어내는 시를 쓰겠다고 다짐하다보니 과작이 되었습니다. 쓰면 쓸수록 고통스럽고 험난한 작업이 시 쓰는 일이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쓰겠습니다.


책 속에서

가난한 새들은 더 추운 겨울로 가기 위해
새끼들에게 먼저 배고픔을 가르친다.
제 품속에 품고 날마다 물어다 주던 먹이를 끊고
대신 하늘을 나는 연습을 시킨다.
누렇게 풀들이 마른 고수부지엔 지친
새들이 오종종 모여들고 머뭇대는데
어미 새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음울한 울음소리만이
높은 빌딩 유리창에 부딪쳐 아찔하게
떨어지는 소리만이 가득하다.
―「가난한 가을」 부분

우체국 옆 기찻길로 화물열차가 납작하게 기어간다 푯말도 없는 단선 철길이 인생이라는 경적을 울리며 온몸으로 굴러간다 덜커덩거리며 제 갈 길 가는 바퀴 소리에 너는 가슴 아리다고 했지 명도 낮은 누런 햇살 든 반지하에서 너는 통점 문자 박힌 그리움을 시집처럼 펼쳐놓고 있겠다 미처 부치지 못한 푸른 편지를 들고 별들은 창문에 밤늦도록 찰랑이며 떠 있겠다
―「푸른 편지」 부분

아직도 시를 읽는 독자 있어요
그럼요, 단 한 사람의 독자가 있을 때까지
시인은 시를 쓰지요, 말해놓고 나는
눈 오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단 한 사람의 숨은 독자는 바로 그 시를 쓴
시인 자신인걸요.
(…)
그 백지의 시 몇줄에 필생을 건 나는
언제나 긴급 안건은 그것뿐이라고
나는 내 시의 독자다, 혼자 소리친다
―「단 한 사람의 숨은 독자를 위하여」 부분

그대가 원한다면 내 기꺼이
푸른 융단이 되겠다고 한 서약
아직은 유효합니다.
소외받고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예초기가 나를 베어도
안과 밖이 평등한 잎잎이 되기 위해
강한 햇볕 아래 오체투지 하렵니다.
예각의 날을 세운 햇볕이
창날을 번뜩이며 화인(火印)처럼 박힌다 해도
등 뒤로 달라붙는 병든 벌레들 내쫓지 않고
습한 공기가 숨 막히게 가로막아도
마음속 사막 하나 키워 견디어내겠습니다.
집채만 한 환상과 꿈을 좇아
뜻하지 않게 돌풍이 와도
나른한 봄날같이 견디어내겠습니다.
―「잔디밭 이야기」 전문

나는 다른 하늘을 꿈꾼다.
전생은 어느 인디언 마을의 원주민
본적은 움막을 틀었던 이억만년 전의
그 나무 화석이 있는 곳
얼음과 눈 덮인 언덕은 나의 요새였다.
(…)
이억만년 전의 둥지에서
도자기에 새길 천연 이미지 얻으러 나왔다가
사시사철 흰 어금니만 한 잎새들
눈처럼 반짝이는 본적지 언덕에서
잠깐잠깐 나는 꿈꾸곤 한다.
―「시인의 본적지」 부분


추천사

노향림 시인의 시는 묘사시의 정석과 같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묘사에서 시작한 그의 시는 후기로 올수록 그 맛깔스러운 묘사에 인간의 서사를 녹여내면서 어느덧 시대의 초상을 실감나게 그리는 원숙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의 일곱번째 시집 『푸른 편지』에는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시학을 연마해온 독보적인 장인(匠人) 의식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페넬로페의 베 짜기’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현대적 의미로 쉴 새 없이 하는데도 끝나지 않는 일을 가리킨다. 노향림 시인의 ‘베 짜기’는 현재의 시간 속으로 유년의 기억을 불러오고 사막같은 도시 공간 속에 푸르른 바다를 불러와 찬란한 생명의 무한한 시공간을 직조해내는 것에 있다. 그에게는 ‘페넬로페의 베 짜기’가 곧 무한히 열린 세계로 ‘푸른 편지’를 쓰는 언어적 구도인 셈이다.
김승희 시인

시인의 말

낯선 풍물과 사람들에게서 설레며 시를 찾다보면 늘 시는 새로움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낯설게 느껴지도록 시는 새로움만 요구한다. 그렇게 낯설고 살아 있는 시를, 과연 나는 몇편이나 썼을까 새삼 질문을 던져본다.

푸른, 푸름이란 얼마나 무한대인가. 한겨울 깊은 땅속에 파묻힌 씨앗이 봄에 움튼다. 누가 그랬던가, 시의 씨앗을 사람들 마음 안에 다 틔워주는 일이 시인의 사명이라고.

시간 속에서 잊혀가고 소외된 시의 본적지로 나는 오늘밤도 푸른 편지를 쓰리.

2019년 6월
노향림



저자 소개

노향림 시인은 1970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바다가 처음 번역된 문장』 등이 있다. 박두진문학상 등을 받았다.

목차

제1부 이름 하나 기억 하나
도원에 이르는 길
동백숲길에서
누군가 내 몸을 다녀갔다
둔황은 골목 끝에도 있다
소금꽃
무녀도
물새알들의 꿈
무량리
푸른 편지
낙원, 그 하루
혼의 축제
손금에 관한 비망록
낙원 가는 길
금빛 기차역
봄날 한채

제2부 나는 쓰러진 적 있네
내 마음의 몬순
천국의 계단
하와이
힐링 캠프
느릅나무를 숨 쉬다
아스피린
그림 전시장에서
꽃이 지면 날개만 남는다
시계는 낙타 울음소리로 운다
채밀꾼
아침놀 속을 걷다
누란행 지하철을 타고
먼 누란은 포구에 있다
달맞이꽃 핀 2
그리운 서귀포 4
내 안의 저녁 풍경

제3부 스스로 별똥이 되어
가난한 가을
덕장일기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이야기
간월도
간장게장을 먹으며
은갈치떼는 열매를 터뜨린다
비눗방울 놀이 하는 부부
지붕이 붉은 성당
지구촌 쇼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면류관을 쓴 선인장
남도 식당
붉은 담쟁이덩굴이 있는
지상에서 가장 긴 줄
어머니의 바다엔 병어만 산다
생존의 방식은
달맞이꽃 핀 3
오르락내리락

제4부 작은 공
난쏘공 부부
경옥이
수레 위의 잠
벚꽃 축제가 있는 날
꿈꾸는 판화
난파놀이
나의 유목
담쟁이덩굴 집
단 한 사람의 숨은 독자를 위하여
시인과 청소부
절두산 근방에서
비둘기 모이 주는 날
어떤 우리들
달맞이꽃 핀 4
잔디밭 이야기
봄밤의 선물
돌아온 첫 시집
시인의 본적지

해설|유성호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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