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천(1911∼1953)은 소설가·평론가·수필가로서, 남과 북에서 많은 글을 남긴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 중 한 사람이다. 김남천은 카프의 조직원으로서, 문학을 통해 한국 사회의 근본 변혁을 이루고자 했다. 김남천의 삶과 문학의 근저에 놓인 것이 혁명적 정치성인 것은 이와 관련된 것이다.
김남천은, 혁명적 정치성의 이념에 몸을 싣고 한국 사회의 변혁을 향해 내달았던 많은 문인들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금기의 대상으로 묶여 있다가 1988년의 해금 조치에 따라 서점에서, 학교의 문학 교실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문인이다.
김남천의 삶과 문학은 한국 근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그것을 넘어 나아가고자 하는 어기찬 열정에 이끌려 펼쳐졌다. 역사의 거친 물결 한복판에 들어 크게 흔들렸지만 김남천은 쓰러지지 않고 고투하여 큰 문학을 일구었다. 90여 편의 평론, 40여 편의 소설, 두 편의 희곡, 한 권으로 묶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필 등이 구축하는 높은 봉우리가 염상섭, 채만식, 이기영, 임화 등 다른 우뚝한 봉우리들과 나란히 20세기 초중반기 문학사의 산줄기에 솟아 있다.
연구자들의 오랜 추적에도 불구하고 김남천의 최후는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이 사실은 상징적이다. 휴전선을 넘어 전해진 ‘소문’에 근거한 몇 가지 설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당대 한국 사회의 주변부였던 평안남도 성천에서 태어나 한국 사회의 전면 해체와 재구성을 꿈꾸었으나 실패하여 캄캄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만 한 진보적 정신의 삶과 문학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김남천은 생전에 장편소설 ≪대하≫(1939)와 ≪사랑의 수족관≫(1940), 창작집 ≪소년행≫(1939)과 ≪삼일운동≫(1947) 그리고 ≪맥≫(1947) 등, 다섯 권의 책을 펴냈다. 생산량에 비해 터무니없다 할 정도로 적은데,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완성 작품이 많다는 점이다. 김남천 연보 속에는 ≪낭비≫, ≪1945년 8·15≫, ≪시월≫ 등 미완의 장편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것들을 포함하여 책에 묶이지 않은 작품들을 찾아 정리하는 것은 후인들의 책무일 터이다.
정호웅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해 오고 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에 ≪우리 소설이 걸어온 길≫, ≪한국현대소설사론≫, ≪임화 – 세계 개진의 열정≫, ≪반영과 지향≫, ≪한국문학의 근본주의적 상상력≫, ≪한국의 역사소설≫ 등이 있다.
<김남천 단편집 초판본>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