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수전 글래스펠
수전 글래스펠은 수십 년 동안 간과되고 잊혔다가 다시 발굴된 작가다. 1876년 아이오와 주 대븐포트(Davenport)에서 태어난 그녀는 남편인 조지 크램 쿡(George Cram Cook)과 함께 프로빈스타운 플레이어스(Provincetown Players)라는 극단을 창단했다. 사실상 미국의 현대 연극을 출범시킨 공로를 인정받아야 하지만, 그녀는 유진 오닐(Eugene O´Neill)의 그늘에 가려 그동안 중요한 작가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 극단은 7년간 존속하면서 52명의 작가가 쓴 약 100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으며 그중 오닐이 14편, 글래스펠이 11편을 썼다. 오닐이 트렁크 한가득 대본을 가지고 글래스펠에게 찾아가 ≪카디프를 향해 동쪽으로(Bound East for Cardiff)≫라는 작품을 글래스펠과 남편이 사는 집 거실에서 읽음으로써 극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오닐이 미국의 위대한 극작가로 탄생한 배후에는 글래스펠의 공로가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후 미국 연극의 아버지로 평가되고 연구되어 온 오닐에 비해 글래스펠의 이름은 잊히고 말았다. 최근 페미니즘 비평가들의 적극적인 노력에 의해 그녀를 다시 부각하는 작업이 진행되어 온 덕분에 수전 글래스펠 학회도 창립되고 연구서와 논문 또한 많이 발표되었다.
글래스펠의 집안은 그녀가 태어난 후 가세가 기울어 그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결국 환자로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 중 힘 있고 강한 여성들이 그녀의 역할 모델이 되었고, 그녀의 작품에는 이러한 등장인물들이 출현한다. 전체 여성 중 2퍼센트만이 대학에 가던 시절에 드레이크대학(Drake University)을 졸업한 그녀는 1899년에서 1901년 사이에 ≪디모인 뉴스(Demoines News)≫에서 기자 생활을 한다. 그녀가 이 시절에 취재한 호색 부인(Mrs. Hossack)의 남편 살해 사건은 후에 ≪사소한 것들≫의 소재가 되었다.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다시 대븐포트에 돌아온 그녀는 1907년에 조지 크램 쿡과 운명적으로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부유한 가정의 아들로 하버드대학교와 유럽에서 공부한 후 아이오와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쿡은 당시 글을 쓰기 위해 고향에 돌아온 상태였다. 글래스펠을 만나던 시점에 그는 첫 번째 부인과 이혼을 진행하면서 시카고의 저널리스트인 몰리 프라이스(Mollie Price)와 두 번째 결혼을 추진하고 있었다. 1908년에 쿡은 프라이스와 결혼했고 글래스펠은 그들의 결혼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대븐포트를 잠시 떠났다. 두 사람은 결국 1913년에 결혼했다. 유부남과 나눈 사랑과 그로 인한 스캔들은 ≪앨리슨의 집≫에 암시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두 사람은 1916년 예술가들의 메카인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1916년에 그들은 프로빈스타운에서 극단을 공식 창단하고 그리니치빌리지의 맥두걸 스트리트에 극장을 세웠다. 극단의 주요 작가인 유진 오닐과 글래스펠은 연극의 형식, 소재, 언어 등에 실험성을 도입하고 미국 연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이 극단의 성공은 다른 브로드웨이 극단과 경쟁을 유발했고 극단이 상업성에 빠져 원래의 정신이 희석되었다고 생각한 글래스펠 부부와 단원들은 1년 동안 극단 문을 닫기로 했다. 글래스펠 부부는 평생소원이었던 그리스 여행을 떠나서 그곳에서 2년을 보냈으나 쿡은 뜻하지 않게 병에 걸려 거기서 사망하고 말았다. 홀로 돌아온 글래스펠은 이제 성격이 변해 버린 극단으로 돌아가지 않고 소설 쓰기에 전념했고 자신보다 열일곱 살 어린 젊은 작가 노먼 맷슨(Norman Matson)과 살기 시작했다. 그들의 결혼은 1932년에 맷슨이 애나 스트런스키(Anna Strunsky)와 결혼하면서 끝났고 그 후 글래스펠은 여러 가지 사회 활동에 전념했으나 작품 활동은 몇 편의 소설을 쓰는 데 그쳤다. 그녀는 1947년에 위암 진단을 받아 1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1948년 사망했다.
사후 몇 십 년 동안 그녀의 작품은 잊히고 외면당했지만 열성적인 후대 여성 비평가들의 노력으로 글래스펠은 새롭게 읽히고 공연되는 작가가 되었다. ≪사소한 것들≫과 ≪앨리슨의 집≫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의 삶과 자주성에 대해 선각자의 혜안을 가졌던 글래스펠은 현대 미국 연극을 공부하는 데 유진 오닐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역자 - 이형식
이형식은 경북대학교 문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문과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영문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학과영상학회 회장, 현대영미드라마학회 회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현대미국희곡론≫, ≪영화의 이해≫, ≪문학 텍스트에서 영화 텍스트로≫(공저), ≪미국 연극의 대안적 이해≫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미국영화/미국문화≫, ≪영화의 이론≫, ≪영화에 대해 생각하기≫, ≪숭배에서 강간까지: 영화에 나타난 여성상≫, ≪하드 바디≫ 등 다수가 있다.
<앨리슨의 집>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