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이백은 당대 시단 나아가 중국 역대 시단을 통틀어 시성(詩聖) 두보와 쌍벽을 이루는 시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이백에 대한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이태백시집≫을 제외하고는 그의 시에 대한 완역이 없어 학자들이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 이러한 반성에 기초해 몇몇 사람들이 뜻을 모아 ≪이백 전집≫을 역주하고 해설해 출판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이백은 일찍부터 많은 만유(漫遊)를 경험했으며 안사(安史)의 난과 유배 등의 경력을 통해 자의든 타의든 수많은 지역을 섭렵했다. 이백의 <행역> 시편은 바로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상하’의 공간 이동은 주로 <등람>의 시편으로 분류했던 반면, ‘수평’의 공간을 이동하거나 머무는 동작이 포함된 것은 <행역>으로 분류했던 것이다. 이백의 <행역> 시는 그 내용에 따라 다음의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수평’ 이동하는 동안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묘사하는 것에 치중한 ‘산수 기행’의 내용이다. 둘째, 주로 타향을 떠도는 나그네의 신분으로 고향과 친구와 임을 그리워하거나 혹은 타향에서 겪는 나그네의 수심을 달래는 내용이다. 셋째, 산수를 유람하는 가운데 은자의 풍모를 동경하거나 시인 자신이 은일하고자 하는 뜻을 드러내는 내용이다. 넷째는 기타의 부류로, 스스로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으나 그 뜻을 펼치지 못하는 이른바 ‘회재불우’의 심정을 토로하거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가운데 임금이 계신 ‘궁궐’을 바라보며 임금 곁에 가고 싶은 마음을 토로하거나, 혹은 나라를 걱정하는 우국의 정 등을 토로하는 내용이다.
한편 흥미로운 것은 위와 같은 내용은 대부분이 ≪문선≫ <행려>편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으로, 결국 그 내용으로 볼 때 이백의 <행역> 시편은 ≪문선≫의 <행려>를 크게 계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백은 지명을 써서 시의 제목을 정하거나, 시간과 장소를 써서 제목을 정하거나, 이동의 동사인 ‘들어가다(入)’, ‘출발하다(發)’, ‘내려가다(下)’, ‘묵다(宿)’ 등과 지명을 결합해 제목을 정하는 등, ≪문선≫의 <행려>에서 제목을 정하는 방식과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결국 이백의 <행역> 시편은 그 내용과 형식에서 ≪문선≫의 <행려>를 많은 부분 계승하고 있었던 셈이다.
또한 이백의 <행역> 시는 그 예술 창작 면에서 다음과 같은 특색을 지니고 있었다. 그 하나는 공간의 이동을 표현하는 데 자신의 감정을 그 이동의 속도에 이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시인의 감정이 좋은 상태거나 혹은 쾌활한 경우에는 <행역> 시에서 표현된 공간 이동이 매우 빠른 속도로 묘사되지만, 그 반대로 여의치 못한 심정이거나 혹은 울적한 마음이 드는 경우에는 그 속도가 매우 느리게 묘사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백의 <행역> 시에는 뛰어난 낭만적 묘사가 다수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백의 <행역> 시에는 시인의 풍부한 상상력을 토대로 한 각종 과장법이나 비유법 혹은 신화나 전설 등을 통한 농후한 낭만적 묘사가 곳곳에서 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백의 시문집 가운데 가장 앞선 것으로는 당대(唐代)의 위호(魏顥)가 편한 ≪이한림집(李翰林集)≫과 이양빙이 편한 ≪초당집≫이 있었으나 현재 전해지지 않는다. 송대에 송민구(宋敏求)가 편찬하고 증공(曾鞏)이 그 전후를 고구(考究)해 순서를 매긴 것으로 알려진 ≪이태백문집≫을 북송 시기에 다시 번각해서 간행한 ‘촉본(蜀本)’은 현재 전해지고 있다. 이후 주석을 가하거나 재분류한 선본(善本)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는 송대 양제현이 집주하고 원대 소사빈이 보주한 ≪분류보주이태백시≫, 명대 이문민(李文敏)과 팽우(彭佑)가 편찬한 ≪분류이태백시(分類李太白詩)≫, 명대 이제방(李齊芳)과 이무년(李茂年)이 편찬한 ≪이한림분류시(李翰林分類詩)≫, 명대 호진형이 편찬한 ≪이시통≫, 청대의 왕기가 집주(輯注)한 ≪이태백전집≫ 등이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왕기본을 저본으로 해서 취투이위안(瞿?園), 주진청(朱金城)이 편찬한 ≪이태백교주≫[상하이구지출판사(上海古籍出版社), 1980]와 안치(安旗)가 주편한 ≪이태백전집편년주석≫[바수수서(巴蜀書社), 1990]이 있다. 그리고 송촉본을 저본으로 한 잔잉(詹鍈) 주편의 ≪이백전집교주휘석집평(李白全集校注彙釋集評)≫[바이화원이출판사(百花文藝出版社), 1996]과 ≪이백시전역≫[잔푸루이(詹福瑞), 류충더(劉崇德), 거징춘(葛景春) 역해, 허베이런민출판사(河北人民出版社), 1997]이 있다. 또한 일본에서도 일찍이 이백 시 편찬 작업이 이뤄졌는데 일본 구보 덴즈이(久保天隨)의 ≪이백전시집(李白全詩集)≫(국민문고간행회, 도쿄, 1928)과 오노 지쓰노스케(大野實之助)의 ≪이태백시가전집(李太白詩歌全集)≫[와세다대학출판부(早稻田大學出版部), 1980]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중요한 선본으로 꼽히고 있다.
본고는 이 가운데 이백 시의 원문과 교감은 잔잉 주편의 ≪이백전집교주휘석집평≫을 저본으로 삼았으며, 번역과 주해는 위의 각종 서적뿐만 아니라, 위셴하오(郁賢皓)의 ≪이백시전집(李白詩全集)≫[산민수쥐(三民書局), 2011], 위셴하오(郁賢皓)의 ≪이태백전집교주(李太白全集校注)≫[펑황출판사(鳳凰出版社), 2015], 쉐텐웨이(薛天緯)의 ≪이백시해(李白詩解)≫[중궈서후이커지출판사(中國社會科學出版社), 2016], 이영주 등의 ≪이태백시집≫(학고방, 2015) 등을 두루 참고하고 참작하되 때에 따라 토론을 거쳐 독자적 견해도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