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경의 종류
반야경은 ‘반야바라밀다경’을 줄여서 부르는 말로, 대승불교의 기본 경전이다. 반야경에는 한역(漢譯)본만 42종이 있으며, 다양한 산스크리트 원전과 티베트 번역본이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당나라 현장법사(중국 고전 《손오공》에 나오는 삼장법사. 삼장법사가 손오공 일행의 호위를 받으며 서역으로 간 것은 바로 이 반야경을 구하기 위해서였다)의 번역본으로, ‘대반야경’이라고 부르며 460여 만 자, 600권에 이른다. 그 밖에 문수반야경, 유수반야경 등 반야경의 많은 이종(異種)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금강경’이라고 알고 있는 경전도 ‘금강반야경’으로 반야경의 일종이다. 또한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로 끝나는 ‘반야심경’도 600권짜리 ‘대반야경’을 한자 260자로 가장 짧게 요약하여 반야경의 진수만을 담고 있는 경전이다.
반야경의 내용과 뜻
반야경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여섯 번에 걸친 법회의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600권 중 3분의 2인 400권이 첫 번째 법회(1~400권)에 해당되며, 78권이 두 번째 법회(401~478권)이고, 59권이 세 번째 법회(479~537권), 그리고 네 번째 법회부터 열여섯 번째 법회까지의 내용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장소에서 서로 다른 청중을 모아놓고 열린 법회의 기록이니만큼, 내용의 중복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반야경은 주로 설법하는 부처님과 제자들 간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제자들 중 대표적인 인물로는 사리불, 수보리, 부루나, 아난, 제석천왕 등이 있으며, 이 밖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돕는 미륵보살, 관음보살, 문수보살 등도 등장한다.
반야바라밀(般若波羅密)은 ‘반야’와 ‘바라밀’이 합쳐진 말이다. 반야란 삼매(三昧)에 의해 얻어지는 부처의 지혜를 말하며, 바라밀은 ‘저쪽 언덕에 올라간다’는 뜻으로 온갖 고통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적멸의 저 세상에 이르는 구제(救濟) 혹은 해탈을 의미한다. 따라서 ‘반야바라밀’이란 ‘오직 반야의 힘으로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한다는 부처님 말씀’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반야경의 ‘공(空)’ 사상
반야경의 핵심 사상은 나 자신을 비롯한 일체를 부정하는 ‘공(空)’ 사상이다. 반야경을 기본으로 하는 대승불교에서는 모든 것은 인연(원인과 조건)에 의해 결합되는 것이므로 일시적이며 상대적인 존재로 본다. 따라서 영원한 것은 없으며, ‘있다/없다’, ‘좋다/나쁘다’, ‘아름답다/보기 싫다’ 등의 차별적 관념에서 벗어나야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반면, 소승불교에서는 자신의 실제성은 부정하지만 물체의 실제성은 긍정하여, 모든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나려면 오로지 ‘나’라는 존재에서만 벗어나면 된다고 주장하는 점이 대승불교와 대비된다.
반야경에는 이 ‘공’ 사상을 강조하는 부처님의 말씀이 반복해서 나타나는데, 특히 부처님은 불교의 교리 자체도 ‘공’이므로, 교리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공’ 사상 자체가 도그마에 빠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불교는 오직 인간에 바탕을 둔 관용과 자유의 종교가 될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부처님은 모든 현상과 사물의 이름이 실답지 않은 헛된 것이듯, 불교의 교리 또한 상대적이므로 어떠한 교리에도 얽매이지 말라고 강조한다. 모든 이름은 가명(假名)이며 어떤 대상도 평가 내릴 수 없는 것이기에 실제에도 없는 대상을 평가하는 교리란 그 자체가 빈말이고 허무이다. 더욱이 교리에 집착하면 행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모든 대상을 평등하게 대할 수 없게 된다.
- 제1회 법회 중 <세상 모든 것은 공이다>
600권을 한 권으로 요약한 이유
반야경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기복(祈福)적 성격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천재지변, 병란, 질병, 기근 등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 경을 독송하거나 베껴 쓰면 이러한 어려움을 없앨 수 있다고 믿어왔다. 이런 이유에서 고려 고종 때 몽고군의 침입을 격퇴하기 위해 만든 <고려대장경>의 첫머리에 ‘대반야바라밀다경’을 배치한 것이다.
지금 600권으로 된 대반야경을 한 권으로 읽기 쉽게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반야경이 너무 방대하고 어려워서 일반인은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하므로, 가볍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판본의 필요성이 절실하였다. 국내 최초로 출간된 한 권짜리 반야경 《핵심 대반야경》은 이런 의미에서 많은 불자 독자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