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에 기승전결 기대하기 어려운 요즘 시대에
소재빨보다 이야기로 승부 보고 싶다는, 결말까지 기획된 판타지 장편 여주물이라는 점에 일단 붐업; 게다가 로판에서 첨보는 개그형 소년미 여주로 두배붐업,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상냥함으로 나아가자는 큰 흐름도 좋아서 밑줄 친 대사가 많네요
최신 로판보다는 룬의 아이들/금발의 정령사/엘퀴네스 등 고전 판타지 소설의 노선. (문체도 전반적으로 옛날 인터넷 소설투라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있을 것 같음.)
담겨있는 이야기가 굉장히 알차요. 사계절동안 일어나는 정통 아카데미물식 이벤트(무투대회, 방학 파견임무(순례제), 축제, 등..)와 더불어 세계의 비밀도 밝히고 친구들과 관계도 재정립하고, 제자들도 성장시키고 본인의 트라우마도 해결하고 등등..다양한 인물의 비밀이 주인공을 구심점으로 풀리고, 그 속에 작가님이 전하고 싶던 선의와 희생에 관한 메시지들이 녹아있음.
중구난방할 수 있는 요소들인데, 앞서 말했듯 기획된 소설임을 이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느낄 수 있음. 시작은 소소한 아카데미 일상물인데 뒤로 갈수록 글에 힘이 실려요. 6-8권에서 세계관 떡밥 회수하기 시작하면서 하이라이트 장면과 함께 좋은 문장들이 많이 나옵니다..뒤에까지 완독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음 좋겠음 ㅠ_ㅠ 끝까지 보고 나니 전반부에 슥 지나갔던 내용에 뭐가 더 있었을 것 같아서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깨알같은 개그가 별미예요. 주인공이 소년만화 주인공스러운 담백함이 특징이라, 우아하고 가련한 여주들이랑은 차이가 있음 ㅋㅋ하는 행동이나 생각들이 소소하게 황당하고 웃겨서 일상 파트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들여다 볼 수록 그냥 막 쓰인 문장이 없음 다 웃기라고 쓴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로맨스"
이런 캐릭터 유형으로 이정도면 꽤나 많다고 생각함. 그래도 30퍼는 되지 않나? 주인공이 로맨스랑 매치하기 힘든 유형(사랑에 관심없음, 담백털털, 심각한 분위기 되면 개그로 찌르고 들어감)이고..남주가 그나마 황태자인데 이쪽은 감정 자각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서로 사랑에 대한 의식도 자각도 크게 없지만..서로가 무척 소중한것만은 확실한 관계를 잘 버무려서 기어코 사랑고백까지 끌어내는 것만으로도 무척 힘냈다고 느껴져서 재밌게 봤음!
상황 자체는 로맨스소설 좀 봤으면 낯설지 않은데 캐릭터가 워낙 세서 이런 유형의 캐릭터가 이런 반응을?<이게 넘 재밌어서 좋았어요.특히 주인공이 이 장르 로판 아녔음 100퍼 우정노선 탔을 성격인데 땅땅 로맨스로 박아줘서 몹시 감사하는 중..; 무자각 맞짝사랑에 마지막화에 성사되는거에 특별한 취향이 있으시면 강추합니다(제가 이쪽이라 매우 만족입니다) 더불어 주인공이랑 남주랑 가치관이 다르다는 게 거듭 강조되는데 이게 로맨스 킬포장면에도 중요하게 쓰여서 흥미로웠어요 디테일 굿임
아쉬운 점은 진입장벽이 약간 있으나 이하 요소 본인이랑 맞는지 판단해서 쭉 읽는다면 분명 이 작품만이 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일단 문체가 호불호 탈 수 있음.
——그는 어떠어떠한 것이다.
~랄까 체 등 위에도 썼지만 옛날 인터넷소설 예스러움이 있음.
그리고 전개가 투박한 부분이 종종 있음(그런데 근데 원래 100%로 스무스하게 푸는 소설이 잘 없지 않나 싶습니다.)
가령..분명 더 큰 이벤트가 있을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소소하게 해결되고 넘어가는 비설들이 좀 있었어요
그래도 작가님만의 쪼와 메시지가 있는 이야기면 이런거 다 감안 가능+큰 판이 짜인 이야기라면(이걸로 이미 감사함...)작가님이 보여주는 대로 읽었을때 의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생각해서 이런 얘기가 하고 싶은거구나~하면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읽는 내내 행복했네요.
참고하시길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