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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에라스무스 평전>을 읽은 김에 <우신예찬>도 함께 읽어봤다. 역시나 원색적이고 신랄한 풍자가 사방천지에 난무하여 언급된 성직자들은 상당히 불쾌했을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에라스무스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자신은 다만 세상에는 오만가지 어리석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고 싶었을 뿐이라고 자신의 책을 변호한다. 장난처럼 시작한 일이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거듭 출판되고 심지어 다른나라 말로 번역되어 읽히기도 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에라스무스가 쓰지도 않은 새로운 부분이 첨가되고 마치 자신의 작품인듯 발표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책의 말미에는 그렇게 오해를 부른 부분에 불쾌해하는 사람들에게 에라스무스가 보낸 사과와 변명의 편지도 함께 첨부되어 있다. <우신예찬>은 에라스무스가 세 번째 영국 여행을 하던 중 토머스 모어에게 편지와 함께 보낸 풍자문이다. 스스로를 〈어리석음의 여신〉으로 세우고 자유롭게 떠들 수 있다는 바보의 신성한 권리를 능란하게 이용하여, 에라스무스는 웃음이 섞여 들어간 재치 넘치는 해학과 함께 세상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판소리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인물소개 부분을 인용해 본다. “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두 명의 아리따운 요정들이 젖 먹여 나를 키웠으니 말입니다. 그들은 바쿠스의 딸 〈만취〉와 판의 딸 〈무지〉였습니다. 이 둘을 여러분은 나를 수행하는 일행들과 하인들 가운데서 볼 수 있습니다. 아랫것들의 이름을 여러분이 알고자 하신다면, 하늘에 맹세코 여러분은 오로지 희랍어만을 듣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쉽게 구분할 수 있는바, 눈썹을 치올리고 있는 아이는 〈자아도취〉입니다. 여기 눈웃음을 지으며 연방 손뼉을 치고 있는 아이를 여러분은 보실 터인데, 이 아이의 이름은 〈아부〉입니다. 여기 꾸벅거리며 반쯤 졸고 있는 아이는 〈망각〉이라고 불립니다. 여기 깍지를 끼고 양쪽 팔꿈치를 괴고 있는 아이는 〈태만〉입니다. 여기 장미꽃으로 다발을 엮어 두르고 온몸 여기저기에 향수를 바른 아이가 〈환락〉입니다. 여기 불안하게 눈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 아이는 〈경솔〉이라고 부릅니다. 여기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혈색 좋은 몸뚱이를 가진 아이는 〈음란 호색〉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듯 여러 계집 몸종들과 더불어 여러분은 두 명의 머슴들을 보실 수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를 〈광란 축제〉라고 부르며, 다른 하나를 〈인사불성〉이라고 부릅니다. ” 당시 교회는 종교를 등에 업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백성들에게 면죄부를 판매하는 등 부패한 모습을 보였고, 에라스무스 역시 이러한 현실에 할 말이 많았던 사람 중 하나였던 듯. 그러나 앞장서서 강한 목소리로 잘잘못을 따지고 의견을 주장하는 것과는 성향이 맞지않는 인물이라 이렇게 풍자적인 작품을 썼던 것일 수도. 웃음기 쏙 빼고 제법 강하게 교황을 비난하는 부분도 있다. 평화를 사랑하는 유럽인의 전형으로서 전쟁을 사주하는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은 에라스무스에게 큰 걱정거리였을 것이다. “ 사실 교회의 가장 무섭고 지독한 적은, 그리스도가 세상에서 잊히도록 침묵으로 방치하며, 장사치의 법률로 그리스도를 결박하며, 억지 해석으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왜곡하고, 역병 같은 삶으로 그리스도를 살해하는 불경한 교황들입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피로 세워졌으며, 피로 굳건해졌으며, 피로 성장하였으며, 이렇게 자신의 방법으로 그의 백성들을 지키고자 하였던 예수 그리스도가 돌아가셨으니 이제는 자신들이 칼을 들어야 할 것처럼 교황들은 전쟁을 불사합니다. ” <에라스무스 평전>에서 본 그의 우울한 말년과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의 글이라서 놀랍다. 에라스무스야말로 풍자의 의미와 그 사용법을 제대로 구현하여 불의에 뒤통수 칠 줄 아는 말 잘하는 인문학자였다. _______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에 풍자를 곁들일 자유는 그런 재주를 가진 사람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어 그것이 지나쳐 광기에 이르지만 않는다면 언제고 처벌받지 않습니다. 하여 나는 심각한 주제 이외에는 전혀 귀를 기울지 않는 오늘날 사람들의 취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당수 종교인들이 앞뒤가 전도되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심각한 비방은 쉽게 참아 넘기면서 교황이나 군주에 대한 가벼운 농담에는 발끈하며, 자신들의 일용할 양식과 관련되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는 사실입니다. 우신예찬 | 에라스무스, 김남우 저 #우신예찬 #에라스무스 #열린책들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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