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간 정보
- 2021.01.08. 전자책 출간
- 2017.06.30. 종이책 출간
- 파일 정보
- 31.0MB
- 166쪽
- ISBN
- 9788932968377
- EC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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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우정> 우정은 기적입니다.
우리네 삶에는 작은 기적들이 있을 뿐입니다.
데뷔 이후 5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변함없이 상페의 작품들을 관통한 특징이라면, 소박한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기적의 순간들이다.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지만 때로 우리를 사로잡는 감탄의 순간들, 찰나지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열광과 환희의 순간들이다. 상페는 그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 낸다. 그는 날카로운 관찰력의 소유자이지만 언제나 다정함을 잃지 않는다. 단순한 선(線)에 담긴 풍부한 표정과 극적인 몸짓, 그리고 배경에 비해 한참이나 작은 사람들은 언뜻 수줍어하는 듯하나 무대를 활보하는 주인공처럼 놀라운 에너지를 뿜어낸다. 상페의 그림들은 하나같이 편안하면서도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유머가 배어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우정은 사랑스러움과 몽상이 얽힌 아이들의 세계가 아니라 주로 예의와 규칙이 강조되는 성인의 세계에 속해 있다. 상페는 친구와의 관계에서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해 언급한다.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명석한 통찰력을 유지하면서 현명한 거리를 둘 것>. 르카르팡티에는 상페에게 그 모든 것은 꿈, 즉 환상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자 상페는 이렇게 반문한다. 「세상에 꿈이 아닌 것도 있습니까?」
『진정한 우정』에 실린 삽화들은 상페가 풀어놓는 이야기와 어우러져 감정을 고조시키고 진한 재미를 선사한다. 대표작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1995)에서 그린 우정은 백 마디 말보다 깊은 상대에 대한 이해를 보여 준다. 규칙을 강조하는 상페의 우정관이 꽤 엄격해 보이지만, 때로 놀랄 만큼 관대한 면을 슬쩍 드러내기도 한다. 가령, 내일 있을 월드컵 축구 결승전 시합과 친구의 생일 파티 중에 무엇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심각한 거짓말이 아니라면 친구한테 얼마든지 거짓말할 수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상페의 연륜만큼이나 다양한 우정의 결을 살펴볼 수 있다. <캔버스 위의 찰리 채플린>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유명 포스터 작가 사비냐크, 유명 삽화가 보스크, 배우이자 첼리스트인 모리스 바케와 상페가 나눈 우정은 존경과 찬탄이 깔린 우정이다. 한편 아주 오랜만에 낯선 곳에서 만난 친구가 보인 호의는 일시적인 우정이라 말할 만하며, 사고로 몸이 불편한 상페에게 식당 주인이 말없이 건넨 돈은 순수한 우정의 표식이다. 그 자신이 우정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조지 버나드 쇼와 처칠 사이의 에피소드나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명사(名士)들의 일화는 진위 여부를 떠나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드뷔시, 스트라빈스키, 에리크 사티, 듀크 엘링턴, 바흐, 모차르트 등 예술가에 대한 애정은 이미 세상을 떠난 이와의 우정임에도 다른 어느 우정보다도 신의를 자랑한다.
오랜 세월 교류한 르카르팡티에와의 대화는 편안하면서도, 적당히 예사로 넘어가는 법이 없으며 시종일관 솔직하고 자유롭다. 적절히 처신하면서도 과한 친절이나 예의로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 ― 인간이 지닌 어느 감정보다도 미묘한 균형을 요하는 우정의 특성이 두 사람의 대화 속에 잘 묻어나 있다.
2015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진정한 우정』은 『상페의 어린 시절』, 『뉴욕의 상페』 인터뷰를 맡았던 언론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와의 대화 기록이다. 두 사람은 진지하고도 격의 없는 태도로 우정을 다각도에서 들여다본다. 일시적인 우정, 익살스러운 우정, 세상을 떠난 예술가에게 느끼는 우정 등 우정의 다양한 양상이 실제 일화와 엮여 흥미를 더한다. 시시각각 변수가 끼어드는 삶에서 이러한 경험은 한마디로 기적이라고 상페는 말한다.
『상페의 어린 시절』,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 『빨간 수첩의 여자』 등을 번역한 바 있는 양영란 역자는 상페 특유의 담백한 육성을 살려 한국어로 생동감 있게 옮겼다.
장자크 상페Jean-Jacques Sempé
첫 번째 작품집이 나왔을 때 이미 프랑스에서 데생의 일인자로 꼽힌 전 세계적 그림 작가. 장자크 상페는 가느다란 선과 담담한 채색으로 인간 내면의 고독함을 표현하며, 때로는 유머러스한 드로잉으로 일상을 유쾌하게 펼쳐 보인다. 193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난 상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소년 시절 악단 연주자를 꿈꾸면서부터다. 자신이 존경하는 재즈 뮤지션들을 한 장 한 장 그리며 음악뿐 아니라 그림에 대한 열정도 함께 키워 낸 것이다. 1960년 유머 작가 르네 고시니와 함께 『꼬마 니콜라』를 만들었고, 이 작품이 대성공을 거두며 삽화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1991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의 삽화를 그렸으며, 같은 해에 발표한 『속 깊은 이성 친구』와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는 영화나 희곡을 단 한 편의 데생으로 요약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을 여실히 드러낸 명작들이다. 1991년 상페가 30년간 그려 온 데생과 수채화가 〈파피용 데 자르〉에서 전시되었을 때, 현대 사회에 대해 사회학 논문 1천 편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는 평을 받았다. 프랑스 그래픽 미술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상페의 작품집으로는 『어설픈 경쟁』, 『파리 스케치』, 『뉴욕 스케치』, 『얼굴 빨개지는 아이』, 『각별한 마음』, 『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 『프랑스 스케치』 등이 있다. 지금까지 30여 권이 넘는 작품집을 발표했으며 이 책들은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역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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