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양나라에서 사신을 보내어 의복과 향을 주었다. 임금과 신하들은 그(향)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에다 쓰는지 몰라, 사람을 시켜 향을 싸 들고 나라 안에 두루 묻게 하였다. 이때 왕녀가 몹시 위독했는데, 향을 피우고 빌게 하였더니 그녀의 병이 곧 나았다. 왕이 기뻐서 예물을 후하게 주었는데, 얼마 뒤에 간 곳을 알 수 없었다.”
신라에 불교를 전래한 ‘아도’의 이름은 『삼국유사』에만 적어도 세 군데 이상 나온다. 그리고 비단 선산 도리사만이 아니라, 강화도 전등사(서해), 고흥 능가사(남해), 고성 건봉사(동해) 삼면 바닷가 사찰에도 전래 설화로 등장한다. 그렇기에 ‘아도’가 고유 명사가 아닌 당시의 승려를 일컫는 보통 명사가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 적이 있다. 전래 시기도 제각각이다.
삼국통일 직후, 신라는 현재의 구미 선산 지역인 일선군에 경주에 버금가는 탑과 사찰을 세웠고, 선산 도리사에서 출토된 금동사리함과 사리를 모셨다. 단순히 기록이 아닌 역사로서 ‘아도’를 추념한 것이다.
또 ‘모례(毛禮)’라는 구체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모(毛)가 우리말 ‘털’을 기록한 문자라면, 모례는 ‘털레’가 된다. ‘털레’에서 ‘레’가 생략되면서 ‘털’이 ‘절’로 변화했다는 연구도 있다. 일본에서 절을 ‘데라( )’라 하는데, 여기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연구이기도 하다.
선산 지역은 전통적으로 영남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곳이다. 대조적으로 구미 지역은 현대 산업화의 대명사가 된 도시다. 태조산 자락에 위치한 도리사와 모례마을에서 신라불교를 볼 수 있다면, 금오산 자락에서는 산속 깊은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과 야은 길재, 대각국사 의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신라불교의 초전법륜지이자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그곳, 구미와 선산으로 가보자.
작가 소개
주수완
불교미술사학자이자 우석대 경영학부 예술경영전공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인도와 실크로드에서 중국과 한국에 이르기까지 불교미술 도상의 발생과 진화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솔도파의 작은 거인들』, 『한국의 산사 세계의 유산』, 『불꽃 튀는 미술사』, 『미술사학자와 읽는 삼국유사』 등이 있다.
이하석
1948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다. 1971년 『현대시학』 추천으로 등단해 시집으로 『투명한 속』, 『우리 낯선 사람들』, 『연애 간(間)』, 『천둥의 뿌리』, 『기억의 미래』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이육사시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박찬희
박찬희박물관연구소 소장.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했고 지금은 사람들이 박물관과 문화유산을 즐겁게 만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쓴 책으로 『유혹하는 유물들』, 『박물관의 최전선』, 『구석구석 박물관』, 『몽골 기행』, 『놀이터 일기』, 『아빠를 키우는 아이』가 있으며 함께 쓴 책으로 『두근두근 한국사』 1, 2가 있다.
계미향
「한국 고대의 천축구법승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겸임교수, 동국대 불교학술원을 거쳐 현재 선리연구원 상임연구원으로 있다. 천축구법승과 중국구법승 등 고대 스님들의 대외 교류사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저서로 『고려 충선왕의 생애와 불교』, 『한국 고대의 천축구법승』이 있다.
이지범
평화통일불교연대 운영위원장과 북한불교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1984년부터 불교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참여하다가 1990년 초 법보종찰 해인사에 입산 환속했다. 1994년부터 남북불교 교류의 현장 실무자로 2000년부터 평양과 개성·금강산 등지를 다녀왔으며, 저서 『남북불교 교류의 흐름-남북불교 교류 60년사-』, 논문 「북한 주민들의 종교적 심성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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