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사들은 소 등에 올라타서 소를 찾는 어리석음을 책망한다. 그러나 본래 부처임을 망각하고, 부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인데 어찌하겠는가. 그들에게 선(禪) 수행의 길을 일러주는 그림과 글이 ‘십우도(十牛圖)’와 ‘십우도송(十牛圖頌)’이다. 길들이지 않은 소는 밖으로 날뛴다.
소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코뚜레를 뚫어야 하며, 힘겹게 소와 씨름해야 한다. 소를 길들이는(목牧) 그림이란 뜻의 ‘목우도(牧牛圖)’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의 본래 마음을 찾아(심尋) 나서는 길이기에 ‘심우도(尋牛圖)’라고도 한다.
옛 어른들은 자신을 목우(牧牛), 심우(尋牛)로 빗대었다. 고려시대 보조 지눌 스님이 스스로 지은 호가 ‘목우자(牧牛子)’다. 풀이하면 ‘소 치는 아이’, 즉 목동이다. 또 근대 선불교를 일으킨 경허 스님의 법명이 ‘성우(惺牛)’다. 경허 스님은 깨달음을 이렇게 노래했다.
“홀연히 콧구멍 없다는 말을 듣고,
문득 삼천세계가 내 집임을 알았네.”
말년의 만해(卍海) 스님이 머물던 곳이 ‘심우장(尋牛莊)’이다. 스님은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떠난 ‘님’을 이곳에서 만났을까?(만해의 십우도송이 전하기도 한다.)
곽암 스님의 십우도 여섯 번째 장면이 ‘기우귀가(騎牛歸家)’다. 목동이 소 등에 올라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몸뚱이 색이 하얗게 변한 소 등 위에 올라탄 목동은 유유자적하며 피리를 불고 있다. 코뚜레와 밧줄은 필요 없어졌다. 소 등 위에 올라탄 아이는 이제 더는 소를 찾지 않을까?
자신의 소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홀로 떠나보자.
작가 소개
정운 스님
조계종 종단의 교육과 연구를 전담하는 교육아사리, 대승불전연구소장. 1989년 운문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대원사 선방 등에서 안거를 성만했으며, 미얀마에서 1년여간 머물렀다.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년 대학에서 강의했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운문승가대학교 명성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았다. 『경전숲길』·『유마경』 등 20여 권의 저서와 학술 등재지에 4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윤희조
서울대 철학과 학부와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불교상담학 전공지도교수로 재직 중이며, 불교와심리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차상엽
경북대 인문학술원 동서사상연구소 전임연구원.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조교수를 역임했다. 『티벳문화입문』, 『티벳밀교』, 『옥 로댄쎄랍의 보성론요의 여래장품』, 『라싸 종교회의』 등 다수의 번역 및 역주서를 출판했다.
지미령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술연구교수. 일본 교토 불교대학에서 일본 불교미술사를 전공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인천대, 동국대 등에 출강했다. 일본 미술을 독특한 시각으로 연구하며, 아시아의 불교미술 교류에 관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동명 스님
시인. 잠실 불광사 주지, 조계종 교육아사리. 저서로 『조용히 솔바람 소리를 듣는 것』, 『불교 기도문』 등이 있다.
손태호
동국대 미술학 박사. (사)한국문화예술조형연구소 학술이사. 한국미술의 우수성을 발견하고 이를 현대적 응용함으로써 대중과 함께하는 미술사 연구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조선 및 근대 한국회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저술과 강연을 한다. 문화예술전문 ㈜인더스투어를 운영하며 국내외 불교유적답사 및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전개해 나간다. 저서로는 『나를 세우는 옛 그림』, 『다시, 활시위를 당기다』, 『조선 불상의 탄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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