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부터 열까지, 있을 것은 다 있다!
뭔가가 필요할 땐 편의점으로 가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고민하는 편의점 이야기.
고객의 니즈가 아닌, 경영의 이기심으로 진열된 상품들.
편의점이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혼다씨가 한국으로 건너온 1998년의 편의점은 구멍가게와 경쟁하는 정도의 산업이었다. 점포 수와 브랜드의 종류는 1989년에 비해 늘었지만 아직 구멍가게와 슈퍼마켓을 이기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부족했다.
혼다씨는 얼마되지 않아 경쟁력이 부족한 이유를 찾아냈다. 매장 선반에 물건은 가득 차 있었으나 그 흔한 코카콜라 하나가 없었다. 선반에는 오로지 롯데그룹 상품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었다. 고객이 코카콜라가 마시고 싶어도 그를 기다리는 것은 롯데칠성에서 만드는 펩시콜라뿐이었다. 당시의 편의점은 고객의 니즈를 외면하고 있었다.
상품 진열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편의점의 기본으로 여겨지는 매장 청결과 점원 친절 상태 역시 엉망이었다. 서비스업종에서 청결과 친절은 매장 충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자연스럽게 친절한 점원이 있는 깨끗한 매장에 끌리기 때문이다.
혼다씨는 변화를 위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과연 편의점이란 무엇인가?
현대인의 끼니를 책임지는 삼각김밥, 그 창조자를 만나다!
일본에서 건너온 유통업 전문가가 들려주는 시장창조 이야기!
이 나라의 고객은, 실제로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이것이 고민의 시작이었다. 편의점이라는 것은 편의를 판매하는 매장으로 삶의 불편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생활에 필요한 상품이나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판매하는 하나의 ‘라이프 솔루션 매장’이다. 제조업체가 팔고싶은 상품이 있고 고객이 사고싶은 상품이 있다면 편의점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비치해야 한다.
당시 한국의 편의점은 24시간 열려있어 오로지 시간적으로만 편리했다. 고객이 원하는 품목을 제대로 갖추거나 고객의 일상을 도와주지 못했다. 혼다씨는 우선 고객들을 끌어당기기 위해 서비스를 파는 것부터 시작했다. 직접 매장을 청소하며 직원들에게 청결 의식을 보여줬고, 친절을 위해 점원들이 고객들과 눈을 맞추게 했고,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게 했다. 편의점이 라이프 솔루션 매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기반이 하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는 일본에서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은 전혀 팔리지 않았다.
참치마요네즈는 한국에서 그 맛을 재현하기 어려운 재료였다.
그러나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편의점의 매출을 책임지는 것은 상품이다. 팔리지 않는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살아남을 수 없다. 편의점에는 다양한 제품들이 있지만 혼다씨는 그중에서도 삼각김밥을 한 번 잘 팔아보고자 했다. 김밥이라는 음식은 이미 거리마다 전문점이 있거나 포장마차, 혹은 노점상에서 사 먹을 수 있었지만 삼각김밥을 파는 곳은 없었다. 편의점이 삼각김밥 전문점이 될 가능성은 높았다.
처음 시작한 아이템은 일본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이었다. 하지만 혼다씨의 예상과 달리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은 잘 팔리지 않았다. 시큼하다는 반응은 물론 상했다며 먹다 버리는 사람까지 있었다. 쌀이 다르다, 먹는 방식이 다르다, 김이 다르다 등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마요네즈 맛의 차이였다. 만족할만한 맛을 찾기 위해 다른 부서 사람들까지 불러 회의를 진행하고, 전국의 식품 공장을 뒤졌다. 어느 정도 맛을 내기 시작하자 안정적인 납품을 위해 공장까지 세웠다.
맛있게 또한 저렴하게
대한민국 최초의 삼각김밥 광고와 함꼐 시작한
‘삼각김밥 붐’
또 한 가지, 가격정책에도 신경썼다. 일본의 가격과 비교했을 때 900원이라는 가격은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한국인이 느끼기에는 다를 수 있었다. 식당에서도 2,000~3,000원 정도면 따듯한 국과 네다섯 종의 반찬, 밥을 먹을 수 있는데, 900원 짜리 삼각김밥을 먹을 사람은 없었다. 혼다씨는 자신이 일본의 삼각김밥 산업을 모방해왔다는 것을 깨닫고 한국만의 전술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맛은 그대로, 그러나 더 저렴해야했다. 가격인하는 혼다씨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되지 않았다. 혼다씨는 물론 코리아세븐, 롯데그룹의 직원들까지 나서 원가 인하에 공을 들였다. 다행히 품질 저하 없이 여러 곳에서 원가 인하 소식이 들려왔다. 그 결과, 삼각김밥의 가격은 700원으로 내려갔고, 대한민국 최초의 삼각김밥 광고와 함께 ‘붐’이 시작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혼다씨의 성공스토리만을 담고 있는 게 아니다. ‘가설’ ‘실행’ ‘검증’ 이 3단계 업무방식을 통해 편의점 사업을 성공시킨 혼다씨 이야기의 뒷면에는 편의점이 완수해야 할 역할, 즉 생활에 밀착하여 소비자를 돕는 존재가 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편의점은 상품을 판매하기에 앞서 ‘편의’를 판매하는 업종이다. ‘편의’란 서비스이며 잠재 고객들의 삶과 필연적으로 연결되어있어야 한다.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기대야 하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끼니를 준비하기 어려운 노인층을 위한 간단식이 잘 팔리고 있다. 이분들을 위해 상품 선반의 높이를 낮춘 것도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한 방식이다. 이 또한 고민의 결과라 하겠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고객의 삶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지금까지의 변화와는 또 다른 변화가 요구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