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 인류학의 지평을 넓힌 세기의 고전
저자 프레이저가 직접 편집한 맥밀란 판의 완역본
“프레이저 경은 과학과 문학 및 서구 지성사에 불변의 업적을 남겼다”TIME
“나의「황무지」는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를 시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T.S.엘리엇
“영국은 「황금가지」의 저자 프레이저의 나라이다”클로드 레비스트로스
▶「황금가지」란 무엇인가
인간의 역사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관습과 주술, 신화와 종교의 근원을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예증을 통해 고찰한 불후의 고전이다. 「황금가지」는 신화학, 민속학, 고전학 등 많은 전문적인 분야의 연구에 활용되었으며, 신화와 종교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입문서로 평가될 만큼 큰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실린 무수한 예화들은 신화와 종교의 시작과 발전을 다루는 과정에서 유럽인의 종교를 비롯 무수한 미개 종족의 미신이 결국 같은 뿌리에서 발전한 신앙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당시 문화적 우월감에 젖어있던 유럽에 논쟁의 씨앗을 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디아나를 위한 성스러운 숲
프레이저가 디아나의 신전이 있었다고 전해지는 로마 동쪽 네미 숲을 주목하면서 「황금가지」는 시작된다. 이 네미 전설에 의하면 그곳에는 ‘숲의 왕’이라 불리는 디아나 여신의 사제가 있다. 그는 차기 사제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방어할 수 있는 순간까지 그 지위를 유지했다. 후임자는 전임자를 살해하기 전에 반드시 그곳에 자라는 겨우살이 나뭇가지를 꺾어야만 한다. 따라서 네미의 사제는 그 황금가지를 꺾지 못하도록 밤낮 경계를 서야 했다. 프레이저는 이 무시무시하고 신비로운 전설에 세 질문을 던진다.
첫째, 사제가 왜 ‘숲의 왕’이라는 칭호를 지니게 되었는가?
둘째, 사제직 계승이 왜 후임자의 전임자 살해를 통해 이루어졌는가?
셋째, 사제직을 두고 벌어지는 대결 전에 왜 반드시 나뭇가지를 꺾어야 했는가?
프레이저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신화, 전설, 관습을 찾아 고대인의 생각을 실증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수집한 실례는 수없이 많았으며 프레이저의 박학다식함과 함께 어우러져 결국 이 백과사전과도 같은 불후의 위대한 저서 「황금가지」가 탄생하게 된다.
▶ 학술서의 대중적 베스트셀러
「황금가지」는 밀리언셀러가 되고 있다. 프레이저는 13권의 대작을 관통하는 주제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적절한 유머와 재치를 발휘하는 유려한 문체로 흥미롭게 펼쳐나갔다. 또한 이 책은 딱딱한 학술서적의 형식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다소 흥미진진한 베스트셀러 소설 또는 미스터리 소설의 느낌이 나는 형태로 쓰여 시대를 초월 시선과 호기심을 사로잡는다.
▶ 황금가지의 목적
프레이저는 이 책의 목적이 비교방법론을 적용, 네미 숲의 사제가 숲의 신인 비르비우스의 화신이며, 따라서 사제의 살해는 곧 신의 죽음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한다. 또한 이 책의 저술이 신성시되는 인간과 동물을 살해하는 보편적 관습의 의미를 묻는 작업이기도 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프레이저가 「황금가지」의 전설에 주목한 주된 이유는, 그것이 ‘주술과 종교’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에 중요한 실마리를 던져 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황금가지」는 그 실마리로써 우리의 관습과 신화, 종교의 기원, 즉 원시의 풍습을 더듬어 그 의미를 찾아 간다.
▶ 인류 진보와 개선 그리고 과학으로
세계 구석구석의 민족과 문화에 관한 여러 많은 사례와 그것들에 대한 심층적인 비교ㆍ분석이 실려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황금가지를 읽어 가면서 그 감흥에 이 책 본디 의도를 잊을 정도이다. 프레이저는 「황금가지」로써, 우리 인류의 문명이 주술단계에서 시작하였으며 종교 그리고 과학이라는 단계로 발전해 왔다는 분명한 도식을 제시하였으며 또한 그는 고대 네미의 전설에서부터 발전하여 현재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오는 세계 곳곳의 인간의 본디 삶을 훌륭하게 재현해 내고 있다.
▶ 황금가지가 미친 영향
「황금가지」는 인류학, 철학, 문학, 정신분석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인류학적 측면에서 인류학을 과학적인 것으로 정의하고 사회인류학 대신 정신인류학이라는 용어를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학계에 그 연구의 범위와 방법에 대하여 여러 길을 시사해 주었다. 문학의 영역에서 「황금가지」의 영향을 받은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T.S. 엘리엇의 대표작 「황무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신분석학의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감염주술에 관심을 보여, 그것을 신경증으로 인한 망상과 관련지어 해석하기도 했다. 이 책의 방대하고 포괄적인 자료와 그 풍부한 해석들은 후대 신화학 연구와 문화학 저술에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다.
▶ 황금가지에 대한 평가
부제 「주술과 종교의 연구」가 시사하는 것처럼 이 책은 고대문명의 주술종교적인 관념과 그 행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금기와 주술, 살해당하는 신, 속죄양과 곡식의 정령 등 전세계의 관습과 신앙에 대해 전례 없이 많은 사례를 수집ㆍ분석하여 인류의 인문학적 교양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황금가지」는 출판되자마자 세계의 석학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프랑스의 아나톨 프랑스는 프레이저를 몽테스키외와 비교했으며, 말리노프스키는 베이컨과 견주기도 했다. 또 구조주의로 인류학에 새로운 전기를 일으킨 레비스트로스는 영국을 ‘프레이저의 나라’라고 할 정도였다.
▶ 왜 황금가지를 읽어야 하는가?
우리 시대에 지식은 엄청나게 진보했으며, 이에 따라 종교와 과학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같은 괴리를 의식하기 시작하는 것은 비단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다. 종교와 도덕 사이에서도 사람들은 간격의 발생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황금가지」는 인류가 미개 상태에서 문명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특정 종교나, 문화의 관점이 아닌 고전학자의 눈과 인류학자의 손으로 짚어 내며, 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야만의 풍습에서 과학의 시대로 걸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이 책은 우리의 문화인류학적 지식과 소견의 범위를 확장해 줄 뿐만 아니라, 여러 문명 발달의 단계마다 한 치의 의심 없이,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행해진 잔인한 풍습이나 관례가 가졌던 절대성이 과연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없는지 생각해 보도록 한다. 이것이 우리가 「황금가지」를 읽는 이유이다.
▶ 세 가지 판으로 이루어진 ‘동서문화 월드북’ 결정판
「황금가지」는 총1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저자인 J.G. 프레이저가 부인과 함께 13권의 원칙과 원리를 조금도 흩트리지 않고 예증만을 추려내어 주술과 종교 문제를 짜임새 있게 온전히 살려 한 권으로 축약 작업을 하여 펴낸 1922년 발간한 전1권 맥밀런판이 있다. 메리 더글러스와 세이빈 맥코맥이 170개에 달하는 도판을 삽입하고 해설을 붙여 1978년에 낸 그림해설판. 그리고 1994년에 나온 옥스퍼드판이 있다. 이는 J.G. 프레이저의 연구자인 로버트 프레이저가 원저의 논쟁적인 부분을 복원시켜 낸 것이다. ‘동서문화 월드북’결정판은 이상의 3종류 판을 기본으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