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실존철학의 선구 카를 야스퍼스
이성적 성찰과 실존적 결단
인생사랑 철학적 생활방법 강렬한 호소!
야스퍼스 대표명저 4권 완역수록!
실존철학은 인생사랑이다
독일 실존철학을 대표하는 야스퍼스. 1913년「정신병리학총론」을 저술하여 정신병리학자로서의 지위를 확립한 그는, 막스 베버와 친교를 맺으면서 철학에 대한 관심도 더욱 깊어졌다. 1921년 철학 교수가 된 후 철학적 사색에 몰두,「현대의 정신적 상황」(1931)에 이은 주요 저서「철학」(3권, 1932)을 발표함으로써 실존철학자로서의 이름을 떨쳤다. 아내가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나치스의 탄압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에도 꾸준한 연구활동을 벌이며 수많은 저작을 내놓았고, 하이데거와 함께 현대 독일철학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 저서로「진리에 대하여」(1947),「철학적 신앙」(1948),「철학입문」(1950),「비극론」(1952),「위대한 철학자들」(제1권, 1957),「계시와 마주친 철학적 신앙」(1962),「철학학교」(1965) 등이 있다.
「철학학교」
「철학학교」는 1964년 가을, 바이에른 방송 TV대학에서 매주 1회씩 3개월간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야스퍼스는, 철학은 인간다운 인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강의 제목을 ‘철학적 사유 작은 학교=철학학교’로 정했다. 1949년 바젤의 라디오강좌 강연 내용을 엮은「철학학교」와 같은 의도에서 발간되었으며, 이 두 책은 오늘날 철학의 기본입문서로서 널리 손꼽히고 있다.
「철학학교」는 우주와 생명의 근원, 역사와 현대, 철학의 근본지식, 인간이란 무엇인가, 사랑과 죽음 등에 대한 야스퍼스의 사상을 설명한다. 야스퍼스는 이 책에서,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그의 사유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신기한 호소력과, 난해한 사상을 담담하게 펼쳐나가는 투명한 표현력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이것은 야스퍼스와 같은 노철학자의 달관(達觀)의 경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철학학교」에서는 무엇보다도, 만년의 야스퍼스가 가장 큰 관심을 가졌던 정치적 문제에 대해 많은 비중을 두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철학입문」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정치문제를「철학학교」에서는 5장부터 9장까지 중요한 테마로 다루었고, 이것은 책 전체의 1/3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야스퍼스 정치철학의 핵심문제들의 거의 총망라되어있다.
만년의 야스퍼스는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갖고 마르크스주의, 원자탄의 문제, 독일의 재통일 문제 등 현실적인 정치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드러냈다.「철학학교」는 이러한 의견을 정리해 놓고 그 철학적 기초를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비극론」
「비극론」은 본디 「진리에 대하여」(1947)의 일부이다. 그러나 독립된 주제를 다룬 탓으로 1952년, 이 부분만 떼어「비극론」이라는 단행본으로 간행했다.
야스퍼스는 비극성을 존재의 근본양상으로 보거나 세계의 구조원리, 또는 일반적 법칙으로 보는 종래의 설명은 비극성의 본질을 규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 비극성은 고뇌 일반도 아니고 변증법적인 부정원리도 아니다. 이러한 설명은 비극성을 곡해하는 것으로 배척되어야 한다. 비극성은 현상계 안에, 곧 인간의 현실존재 속에 있다. 인간의 선이나 성공의 저편에 있는 불가피한 좌절, 좌절을 통해 획득되는 초월에의 움직임, 초월에 의한 해탈, 이러한 것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루어진 것이 비극이다. 따라서 비극은 인간 존재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낼 뿐 아니라, 초월자에 대한 감지도 직관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소포클레스, 셰익스피어 등의 비극을 예로 비극의 비극성을 해명한 이 책은 문학이나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철학입문」
이 책은 1949년 바젤의 라디오강좌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철학학교」와 함께, 오늘날 철학의 기본입문서로서 널리 손꼽히고 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철학의 근원, 신?인간?세계?인류의 역사 등과 철학적 생활태도와 철학의 역사에 대해 누구나 알기 쉽게끔 차분한 문체로 풀어 설명하고 있다.
「철학입문」 속에서 야스퍼스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철학적 생활태도에 대해 말한다.
“실제로 부여받은 일이나 매일의 요구에 따르는 것은 인간의 현존재에게 과연 확실히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고, 어떤 일이나 여러 가지 목적에 몰두하는 것은 벌써 자기 망각의 길이며, 동시에 태만이고 죄라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철학적인 생활태도의 의지이다.”
「위대한 철학자들」
“인류사상 끼친 영향의 범위나 깊이에 있어서 도저히 다른 이들과 비교될 수 없는 네 사람의 비범한 인물이 있다. 물론 어느 소수의 집?에서 이들과 똑같은 중요성을 가진 위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오랜 세월에 걸친 지속적인 영향을 생각할 때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를 능가할 위인은 없다. 그리하여 우리가 세계 역사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하려면 이 네 사람을 특별히 고찰할 필요가 있다.”
야스퍼스가 머리글에서 밝혔듯,「위대한 철학자들」은 인류 역사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네 명의 성인, 즉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에 대해 다룬 책이다. 네 성인의 생애와 근본사상, 삶의 다양한 모습과 깨달음, 그들이 이야기한 진리와 그들의 공통점?차이점 등을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들이 어떤 연유로 성인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인간이 나아갈 바른 길을 제시하는 삶의 지표로서 역사에 남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철학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석가모니나 예수의 경우, 오늘날 단지 성인이 아닌 신으로서 받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야스퍼스는 소크라테스나 공자는 물론이고, 석가모니나 예수 또한 그들의 참된 본질은 그들 ‘인간’으로서의 모습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이 네 성인은 인간이었으나, 인류가 처한 상황과 문제를 극복할 진리를 추구하고 해답을 구하기 위해 온갖 고난을 스스로 겪으며 이겨냈다. 네 성인이 온몸을 바쳐 이룩한 진리는 인류의 앞길을 밝히고 있으며, 그렇기에 수천 년 전 인물이면서도 오늘날 현대인과도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철학적 생활방법-이성적 성찰, 실존적 결단
야스퍼스의 철학사상은 실존에서의 사색이며, 이성에 의한 사색이자 초월자에 대한 철학적 신앙이다. 야스퍼스의 철학은 지극히 포괄적이며 난해하지만 막연하나마 야스퍼스의 철학으로부터 철학적 생활태도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인간의 생활방식에는 일상적, 과학적, 종교적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것들과는 다른 철학적 생활방식도 있다. 철학이 인간의 생활방식 속에 반영되고 철학적 생활태도가 지켜진다면, 철학은 하나의 생명을 획득하는 것이다.
인생사랑 철학적 생활방법은 자신에 대해서 매일 성찰하는 데 바탕을 두며, 항상 이성의 눈을 뜨고, 끝까지 자기의 본질적인 것에 다다르려고 하는 생활태도이다. 실존의 자유에 대한 자각이나 그것에 따르는 초월자의 확인도 그러한 생활태도 속에서 처음으로 생기는 것이다. 철학적으로 사는 인간은 자기를 끊임없이 성찰할 뿐만 아니라 항상 열린 마음으로 타인과의 사귐을 구한다. 실존하는 인간은 현재가 항상 영원히 연결됨을 알고 지금=여기의 결단에서 자기가 진실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지를 확인한다. 요컨대 이성적 성찰과 실존적 결단에 따른 생활, 그것이 야스퍼스가 강조하는 철학적 생활태도다. 방대한 저작 속에서, 야스퍼스는 오직 이 한 가지만을 강렬하게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