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인간본능의 문제!
여자란 무엇인가? 《주홍글자》란 말인가
미국 고전문학의 대문호 너대니엘 호손!
“《주홍글자》는 미국인의 상상력이 빚어낼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소설이다.” - D. H. 로렌스
“여태껏 미국에서는 나온 적이 없었던 가장 훌륭하고 상상력 넘치는 작품이다.” - 헨리 제임스
주홍글자 - 인간 존재의 근원적 딜레마
너대니얼 호손은 《주홍글자》에서 17세기 미국의 어둡고 준엄한 청교도 사회를 배경으로, 여주인공의 고독한 심리를 치밀한 구성과 심오한 주제 등으로 묘사했다. 이 작품은 출간 이후 미국 소설문학의 전통을 확립하고 미국문학을 세계문학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걸작으로 평가되어왔다.
교구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장래가 촉망되는 수려한 용모의 젊은 목사 딤즈데일과 아름답고 젊은 유부녀 헤스터 프린 사이의 사랑,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펄, 그리고 복수에 불타는 나이 든 남편 칠링워드.
이 4명을 중심으로 호손은 7년 동안에 걸친 종교적, 도덕적, 심리적 갈등과 간통에 대한 청교도 사회의 냉혹한 형벌을 다루고 있다.
겉으로만 봤을 때는 통속적인 줄거리일 뿐이지만 작가는 불륜을 주제로 한 이 이야기를 통해, 좁게는 미국사회에 존재하는 도덕적인 문제에서부터 넓게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딜레마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논하고 있다.
비유와 상징에 정통한 호손은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딜레마를 침울하고 압축된 분위기에서 다룸으로써 힘과 무게의 진정한 비극의 필연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주홍글자》의 배경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무렵 미국사회를 지배했던 청교도들의 엄격한 생활상을 먼저 알아야 한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 유럽에서는 이성을 찬양한 계몽사상이 싹텄고, 이 사상은 인간의 존엄과 자유의지를 역설하는 새로운 종파인 청교도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미국으로 이민 온 청교도들은 청빈한 생활 속에서 엄격한 계율을 지키며 살았다. 조금의 사치나 향락도 배척했고, 심지어는 소설ㆍ연극ㆍ음악 등도 금지했다. 다시 말해 개인의 성실성이나 근면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인간의 본성이나 존엄성을 억압했던 것이다.
호손은 바로 이러한 청교도적 삶의 허구를 원죄와 죄의식의 개념, 법과 양심의 요구 등을 통찰하며《주홍글씨》 속에서 비판하고 있다.
주홍글자의 의미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의 가슴에 달린 주홍글자 ‘A’는 처음 ‘Adultery(간통)’의 첫 글자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간통을 저지른 그녀에게 치욕의 징표로 주홍글자를 달아준 사람들조차 나중에는 ‘A’가 무슨 뜻인지 헷갈리게 된다. 그녀가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Able(능력)’을 뜻하는 걸로 해석하기도 하고, 밤하늘에 나타난 주홍글자를 보고선 ‘Angel(천사)’을 떠올리기도 한다. ‘A’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궁극적으로는 모호하며 불확정적이다
이처럼 《주홍글자》는 죄의 보편성과 인간의 선택이 지닌 복잡성ㆍ모호성을 다루고 있다.
아마도 호손은 그 의미를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놓은 듯하다. 분명한 것은 주홍글자가 헤스터의 도전이자 신념이었다는 사실이다.
참된 유쾌함의 읽기
호손을 염세주의자처럼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멜빌이 주장했듯이 “호손의 어두운 면만을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그 점에서 세상은 그를 오해하고 있다. 호손은 평범한 비평가의 잣대로는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으므로 이 작품(《주홍글자》)의 대부분은 단지 종이 겉면을 읽을 뿐인 독자를 기만하기 위해 계산하여 쓴 것이다.” 그만큼 작품을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는 뜻이리라.
호손은 자신을 포함한 인간이 처한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딱히 절망하지도 냉소하지도 않으며, 높은 곳에서 무심한 듯 내려다보는 여유를 보여준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어리석음으로서, 세상의 부조리는 부조리로서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점에 그의 참된 유쾌함이 있다.
미국 소설가 헨리 제임스가 “호손은 상당히 신랄한 풍자객이지만 이 점은 그의 매력과 쾌활한 성격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듯이, 호손의 어두움보다는 밝음에, 야유보다는 유머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야 할 것이다.
호손의 짧은 이야기, 긴 여운
인디언과 싸우다가 부상당한 동료를 황야에 버려두고 온 젊은이가 사실을 숨긴 채 죽은 동료의 딸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은 뒤 동료를 버린 장소 근처에서 아들을 사슴으로 착각해 쏘아 죽인다는 이야기 <로저 맬빈의 매장>, 시장(市長)인 친척을 찾아 보스턴으로 상경한 소년이, 반란을 일으킨 시민에게 몰매를 맞는 시장을 보고 자립하기로 결심하는 성장 이야기 <나의 친척, 몰리네 소령>, 어느 밤 숲에서 거행된 흑미사에 참석한 뒤로 인생이 검게 물들어 버린 새신랑 이야기 <젊은 시골신사 브라운>, 어느 날 문득 집을 나와 바로 이웃 거리에서 20년 동안 하숙한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내 곁으로 돌아오는 남자의 이야기 <웨이크필드>, 어느 안식일에 검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설교단에 선 뒤로 죽을 때까지 그 베일을 벗지 않은 목사의 이야기 <목사의 검은 베일> 등은 호손이 대학을 졸업한 뒤에 10여 년 동안 은둔생활을 하면서 써낸 감명 깊은 작품들이다.
에드거 앨런 포보다 4년이나 앞서 탐정물 장치와 반전을 예고한 <히긴보텀 씨의 참사>, 여섯 살 때 처음 읽은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을 패러디한 <천국행 철도>, 뉴잉글랜드 초월론자들의 신비로운 사색과 일치하는 <대지의 홀로코스트>, 인간 상상력 속에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주제인 분신을 독창적 방법으로 다루는 <큰바위 얼굴> 등 주옥같은 단편들이 실려 있다.
모두 16개의 단편소설들은 짧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긴 여운을 느끼게 한다. 그의 뛰어난 단편소설들과 《주홍글자》는 심리적ㆍ도덕적 통찰력에서 어떤 미국 작가도 넘어설 수 없는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