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공식 뒤에 숨은 물리의 세계
과학 교과서나 일반 교양서를 통해 접해온 물리학에 대해 우리는 대체로 이런 말을 한다. 어렵다, 재미없다, 복잡한 공식과 법칙 중심……. 그런데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 에너지 보존 법칙, E=mc² 등 암기의 대상으로 익혀온 용어들을 잠시 잊고 자연계의 원리가 하나씩 밝혀지는 순간들을 살펴보자. 그리고 물리학이 실생활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가를 짚어보자. 그 순간 물리는 흥미진진한 호기심의 세계로 탈바꿈한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책세상 청소년 시리즈 ‘루트’의 신간《세계의 비밀을 푸는 물리학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 세계의 기본 원리를 밝히는 역동적 학문으로서의 물리학을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는 미국 유학 시절, 공식은 제대로 암기하지 못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물리를 재미있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며 우리 청소년들에게 물리학의 재미를 일깨워주고 싶은 바람을 품었다고 한다. 그런 취지에 맞게 이 책은 공식보다는 물리학적 발상 전환, 학자들 간의 흥미진진한 이론 논쟁, 그리고 물리학의 혁명적 순간 등을 명쾌한 설명으로 풀어나간다.
많은 물리학자가 어떠한 고민 속에서 세계를 바라보았으며 그것이 시대의 변화와 세대교체 속에서 어떻게 전복되고 계승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이 책은, 물리학의 세계가 끊임없는 법칙의 전복과 질문, 탐구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짐을 보여준다. 나아가 현대 물리학의 화두인 카오스와 프랙털 등의 이론을 일상을 통해 쉽게 전달함으로써 물리학이 현대 사회를 이루는 핵심 원리이자 여전히 풀어야 할 비밀을 많이 가진 진행형의 학문임을 일깨워준다.
우리 곁의 물리학, 세계의 모든 현상을 품다
물리는 보이지 않는 원자의 세계 또는 인간의 지각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저 먼 우주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 숨 쉬고 밥을 먹고 운동하고 생각하는 우리 몸(에너지, 역학, 만유인력 등), 꽃가루가 날리고 자동차가 움직이고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등 전파가 오가는 거리 곳곳(엔트로피, 전자기력), 입시 경쟁률이 표시되는 전광판, 게릴라성 폭우와 지진(카오스, 프랙털)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은 이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특히 20세기는 물리학의 전성기라 평가받는다. 세계 대전 동안 레이더와 원자 폭탄이 개발되고 미국과 구소련이 달 착륙으로 대표되는 우주 정복 경쟁을 벌이면서 물리학은 20세기의 핵심 학문으로 군림했다. 그 뒤 첨단 과학이 발전하고 세계가 한층 복잡해지면서 물리학의 세계 해석은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그러나 카오스와 프랙털 이론의 등장으로 물리학은 미래 사회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물리학은 복잡한 현대 사회의 예측하기 힘들고 미시적인 변화와 흐름에 대한 일반 법칙을 도출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으며, 경제와 정치, 의학 등은 그러한 물리학의 이론을 저마다의 분야에 응용하는 시도(예컨대 신문 한 면을 빼곡히 채우는 주가 변동이나 선거의 개표 과정, 암세포 증식 등을 카오스나 프랙털 이론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를 벌이고 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의 물리학
만유인력, 에너지 전환과 보존 법칙, 상대론과 카오스 등 물리학의 굵직한 기본 이론은 그 자체로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들어갈수록 복잡한 용어와 어려운 공식이 나와 사람들을 물리학에서 점점 멀어지게 한다. 그러나 이는 물리학 이해의 과정이 잘못된 탓이다. 역사를 공부할 때 고대사를 모른 채 중세로 들어가면 자꾸 막히는 부분이 생기듯, 물리학 역시 그 기원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책은 교과서식의 공식과 법칙 정리가 아닌 많은 물리학자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과정 속에서 세계 만물의 기본을 밝히는 법칙을 발견했는가를 이야기한다. 특히 뉴턴 역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은 중세와 근대, 다시 근대와 현대 물리학의 전환이 되는 이론이다. 뉴턴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적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17세기 물리학을 수학적으로 정리함으로써 근대 과학의 시대를 열고, 철학적 우주관을 수학 법칙에 따른 기계론적 우주관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20세기, 아인슈타인은 뉴턴 역학에서 공간을 뛰어넘는 절대적 우월성을 가진 시간 개념을 상대적인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4차원 시공간 세계를 열었다.
이 책의 제2장과 제6장은 이러한 두 대가의 방대한 학문 세계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그것을 둘러싼 당대 학자들의 반응과 시대 상황 등을 소개하고, 드라마나 가상 우주여행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 딱딱한 공식을 일상적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 외에도 엔트로피 개념과 열역학 원리(제3장), 오늘날의 무선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게 한 전자기학이 탄생한 과정(제4장), 20세기 초 당대 대표 학자들을 뜨거운 논쟁 속으로 몰아넣은 양자론(제5장), 그리고 세계를 설명하는 진정한 비밀의 열쇠 카오스(제7장) 등 이 책은 물리학의 주요 전환점을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전체적인 물리학 조망도를 그릴 수 있게 한다.
혼돈 속의 질서 카오스―현대 사회를 파악할 기본 원리
20세기 중반, 물리학계는 카오스 이론을 만나게 된다. 뉴턴에서 아인슈타인까지 물리학자들은 아주 복잡해 보이는 자연 현상이라도 그 원리는 매우 단순하리라 믿었으며 그것은 물리학 연구의 전제와도 같았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무질서, 기존의 공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무질서 속에 바로 놀라운 법칙과 질서가 숨어 있었다. 즉 세계 자체가 복잡하며 간단한 공식을 일률적으로 대입해 예측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사고의 혁명적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전환을 가져온 카오스 이론은 회오리바람, 태풍, 지진, 물체의 진동, 나뭇잎의 낙하 운동 등의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증권 시장의 주식 가격 변화나 직장인의 직업병, 두통 등 실생활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는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개척 중인 분야로, 이 연구가 얼마나 발전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는 혼돈 속에서 질서를 구축하는 마법을 보여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카오스 이론은 경제학, 사회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겉으로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속에 존재하는 규칙성을 찾아내는 물리학의 작업은 복잡한 현대 사회를 파악할 기본 원리인 것이다.